蓬萊 楊士彦 詩와 글씨

蓬萊 楊士彦-차운시(次韻詩)

-수헌- 2020. 4. 23. 17:15

이번에는 蓬萊 楊士彦의 차운시를 한편 감상해 보고자 한다.

차운시(次韻詩)란 다른 사람이 지은시의 운자를 그대로 따서 지은시를 말하는데 옛 시인 묵객들은 다른 이의 좋은 시구(詩句)를 보면 그 시의 운자로 자신만의 시를 짓기도 하였다. 이번에는  蓬萊公이 사촌 장경세(沙村 張經世)의 시를 차운한 시를 감상해 본다.

 

次沙村韻仍遣懷  차사촌운잉견회

사촌의 시를 차운하여 회포를 풀다

十二韻       십이운     12

 

雲水溪邊楊柳村 운수계변양류촌   

구름과 물 흐르는 시냇가 양류촌

桃花源入石屏門 도화원입석병문   

병풍바위 문 들어가니 도화원일세

逐空不是亡秦客 축공부시망진객   

헛됨 찾아 진나라 피한 객이 아니고

離索頻招去楚魂 이색빈초거초혼   

세속 떠난 초나라 혼 자주 불렀네

豁莽早開松菊逕 활망조개송국경   

이른 아침 풀을 베어 송국의 길을 열고

引泉宵灌獨孤園 인천소관독고원   

한밤에 물을 끌어 동산에 물을 댔네

窓前善虎來馴犬 창전선호래순견   

창 앞에 착한 범이 오니 개가 따르고

桑上金鶏唱曉嗷 상상금계창효오   

뽕나무 위 금계는 새벽을 알리네

望斷江流虞地坼 망단강류우지탁   

강물 끊길까 땅 갈라질까 근심하였고

聽迷雷發畏天軒 청미뢰발외천헌   

우렛소리 들으니 하늘이 두려워 지네

風顛金柱宮徽亂 풍전금주궁휘란   

궁궐 기둥에 부는 바람 깃발이 휘날리고

雲鬱晴虹劍氣昏 운울청홍검기혼   

구름 개이니 무지갯빛에 검기도 어둡네

不分辰砂沖九萬 불분진사충구만   

구만리 깊은 곳 진사 나누지 않고

還蒸山藥作兼餐 환증산약작겸찬   

돌아와 산약을 쪄서 반찬을 만들었네

幽居縱得消煩惱 유거종득소번뇌   

산에 사노라면 번뇌는 사라진다고 하니

無佛猶稱後世尊 무불유칭후세존   

부처님 아니어도 가히 세존이라 불리리

數息靜尋禪海坐 수식정심선해좌   

바다에 앉아 조용히 선을 찾으며 사니

傍花香聞蜜蜂喧 방화향문밀봉훤   

꽃향내 스며오고 꿀벌소리 들려 오네

生涯綠水飄鷗影 생애록수표구영   

생애는 푸른 물에 갈매기 그림자 비치듯

勳業青銅負雪痕 훈업청동부설흔   

청동에 새긴 훈업은 눈처럼 사라졌네

率性冷然驂野馬 솔성랭연참야마   

타고난 성품이 들판의 곁마 같아서

放歌聊爾命匏樽 방가료이명포준   

노래하며 그대와 술잔을 즐겼네

優游一世終吾老 우유일세종오로   

한세상 실컷 놀고 나 늙어서 마치려니

難報乾坤大造恩 난보건곤대조은   

천지의 큰 은혜를 갚기 어려워라

 

사촌(沙村): 장경세(張經世, 1547~1615)의 호. 본관은 흥성(興城), 자는 겸선(兼善)이다. 조선 중기의 학자. 작품으로 정부사·상사곡·유선사·강호연군가등이 전하며, 문집으로 <사촌집>이 있다.

도화원(桃花源): 중국 호남성(湖南城) 도원현(桃源縣)에 있는 명승지. 계곡 입구에 폭포수가 석벽에서 떨어져 흘러가다가 땅속으로 들어간다. 도연명(陶淵明)이 도화원기<桃花源記>를 지어 더욱 유명해졌다.

세속 떠난 초나라 혼: ()나라 사람 굴원(屈原)을 지칭함. 굴원(屈原)은 초나라를 지키기 위해 진나라에 대적하는 정책을 건의 했다가 친진파의 모함에 쫓겨나 다른 나라로 추방 되었 으나, 결국 초나라를 뜨지 못하고 동정호(洞庭湖) 남쪽 멱라수(汨羅水)에 몸을 던졌다. 뒷날, 굴원이 투신한 55일에는 한을 품고 죽은 굴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가 열리 게 되었다.

진사(辰砂) : 진사(辰砂)는 주사(朱砂)를 말하며, 중국의 진주(辰洲)서 나는 것이 명품이라 해 진사(辰砂)라고도 한다. 주사(朱砂)는 신선(神仙)이 불로장생을 위해 만든다는 단약(丹藥)의 원료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