蓬萊 楊士彦 詩와 글씨

贈崔孤竹 증최고죽 - 膾傳人口 회전인구

-수헌- 2021. 6. 11. 12:32

봉래 양사언(蓬萊 楊士彦)의 시 贈崔孤竹(증최고죽)을 감상한다. 이 시는 蓬萊公이 三唐詩人중 한 명인 고죽 최경창(孤竹 崔慶昌)에게 준 시인데 삼오칠언(三五七言)의 형태로 되어 있다. 蓬萊公과 蓀谷 李達과의 관계는 여러 문헌에서 확인되나 孤竹 崔慶昌과의 관계는 문헌상으로 따로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蓀谷과의 관계와 이러한 시가 오고 간 사정으로 보면 蓬萊公은 孤竹 崔慶昌과도 시로서, 문학적으로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 시의 제목은 "증최고죽(贈崔孤竹)"인데, 蓬萊公의 아들 만고(萬古)봉래시집(蓬萊詩集)을 편찬하면서 이 시(詩)가 "사람들의 입에 널리 불리어 회전(膾傳)되었다." 하여 주(註)로서 "회전인구(膾傳人口)"라고 붙였다.

 

贈崔孤竹 증최고죽 - 膾傳人口 회전인구

고죽 최경창에게 - 사람들의 입에 올라 전해지다

 

首陽山   수양산

수양산의

孤竹   고죽절

고죽의 절개여

綠葉三冬雪 록엽삼동설

삼동의 눈 속에서도 잎은 푸르고

靑天一片 청천일편월

푸른 하늘에 뜬 한 조각 달이로구나

西方美人歸去來 서방미인귀거래

서방미인의 관직을 버리고  돌아오니

山可摧兮竹可 산가최혜죽가절

산도 무너뜨리고 대나무마저 꺾을만 하네

 

首陽山 孤竹節은 백이(伯夷)와 숙제(叔齊)의 절개를 말한다.

고죽국(孤竹國)의 임금인 고죽군(孤竹君)의 두 아들인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부왕(父王)의 상중임에도 은나라를 정벌하자, 주나라의 신하로 녹(祿)을 받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수양산(首陽山)에 숨어 살며 고사리를 캐먹고 지내다 굶어 죽어 지조와 청렴으로 존경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 시는 호가 孤竹인 崔慶昌을 백이(伯夷)와 숙제(叔齊)에 비유하여, 고죽의 절개는 삼동(三冬)의 눈 속에서도 잎이 푸르고, 푸른 하늘의 달처럼 고고한 절개를 칭송하고 있다.

미인(美人)은 임금을 뜻하는 말이며, 서방 미인은 서주(西周)의 임금(周 武王)을 비유한 말이다. 이소경(離騷經)에서도 미인을 임금으로 비유하였고 송강 정철(松江 鄭澈)도 사미인곡(思美人曲)에서 임금을 미인에 비유 하였다.  또한 귀거래(歸去來)는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유래한 관직을 버리고 고향에 낙향한다는 뜻이다.

 

이 시를 받은 고죽(孤竹)은 이 시의 운을 그대로 차운(次韻)하여 아래와 같은 시를 지었다. 이시는 고죽유고(孤竹遺稿) 삼오칠언(三五七言)에 "차양봉래운(次楊蓬萊韻)"이라는 제목으로 원운(原韻)인 위 시와 함께 수록되어 있다.

(節 月 折이 韻字)

 

久別離 구별리

이별한지도 오래되니

驚時 경시절

세월 흐름에 놀라는구나

愁人坐遙夜 수인좌요야

시름에 겨워 긴 밤 내내 잠 못 이루니

碧海生明 벽해생명월

푸른 바다에 밝은 달 떠 오르네

欲寄春風楊柳枝 욕기춘풍양류지

봄바람에 버들가지 부치고자 하였으나

秋來搖落不堪 추래요락불감절

가을 되어 잎새 지니 꺾을 수가 없구려

 

(이미지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 자료실 소장 「孤竹遺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