蓬萊 楊士彦 詩와 글씨

題鉢淵磐石上 제발연반석상

-수헌- 2021. 6. 14. 15:37

앞서 봉래(蓬萊) 양사언(楊士彦)의 삼오칠언시(三五七言詩) 증 최고죽(贈 崔孤竹)을 소개하였는데 이번에는 같은 삼오칠언시인 제발연반석상(題鉢淵磐石上)을 소개한다.

허균(許筠)『학산초담(鶴山樵談)』에서 봉래(蓬萊)가 풍악(楓岳)에서 읊은 제발연반석상(題鉢淵磐石上)을 두고 “선풍도골(仙風道骨)이 있다”고 하였다. 허균(許筠)은 이 시를 학산초담(鶴山樵談)에 재풍악(在楓岳)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다.

 

題鉢淵磐石上 제발연반석상 楊士彦 양사언

발연(鉢淵)의 너럭바위 위에 쓰다

與崔顥 車軾 各述一篇 刻石上

최호 차식과 함께 각 한편씩 지어 돌 위에 새겼다.

 

白玉京 백옥경

백옥경

蓬萊島 봉래도

봉래도

浩浩烟波古 호호연파고

넘실넘실 안갯속 파도는 예스럽고

熙熙風日好 희희풍일호

맑고 따뜻한 바람 날씨도 좋네

碧桃花下閑來往 벽도화하한래왕

벽도화 아래에 한가로이 오가니

笙鶴一聲天地老 생학일성천지로

생학이 한번 울어 천지가 늙어가네

 

백옥경(白玉京)은 옥황상제가 산다는 하늘나라의 서울이고, 봉래도(蓬萊島)는 신선이 산다는 동해바다의 섬이다. 벽도화(碧桃花)는 푸른 복사꽃으로 무릉도원(武陵桃源)을 의미하고, 생학(笙鶴) 역시 신선이 타고 다닌다는 학이니, 봉래공(蓬萊公)은 금강산(金剛山)의 외양을 거의 묘사하지 않고도 천상의 공간으로 그려 신선처럼 사는 자신을 그 속에 던져 넣었다.

발연(鉢淵) : 강원도 고성군의 금강산 미륵봉 동편에 있는 못. 모양이 발(鉢) 모양으로 생겨져 붙은 이름이다.

 

 

표제에 쓴 바와 같이 자동(紫洞) 차식(車軾)이 이 형식에 따라 다음과 같이 썼다.

 

朝玄圃 조현포

아침엔 현포에

暮蓬萊 모봉래

저물녘엔 봉래산

山月鉢淵瀑 산월발연폭

발연폭포 산에는 달이 뜨고

香風桂樹臺 향풍계수대

계수대에는 향기로운 바람이 부네

俯臨東海揖麻姑 부림동해읍마고

동해를 굽어보며 마고에게 읍하고

六六壺天歸去來 육육호천귀거래

삼십륙 동천에 돌아갔다 오네

 

허균(許筠)은 학산초담에서 이 시를 원숙하기는 하나. 원 시에 격(格)이 미치지 못한다고 평했다.

 

차식(車軾,1517~1575) : 자는 경숙(敬叔), 호는 이재(頤齋), 자동(紫洞). 조선 전기 교리, 교감, 평해군수 등을 역임한 문신.

현포(玄圃) 중국의 전설에서, 천제(天帝)가 살고 있다는 곳. 또는 곤륜산의 서왕모의 거처를 말함.

마고(麻姑) : 전설상의 할머니 조상신.

륙륙호천(六六壺天) : 호천(壺天)은 속세와는 달리 경치나 분위기가 아주 좋은 세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중국 한(漢)나라 때의 호공(壺公)이라는 사람이 항아리 안에서 살았는데, 비장방(費長房)이 그 속에 들어가 보니 옥당(玉堂)이 화려하고 술과 안주가 가득하였다는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六六은 36동천(洞天)으로 신선이 사는 별세계라는 말이다.

 

나(許筠)의 중형(仲兄)도 다음과 같이 화답하였다.

 

鶴軒昂 학헌앙

학은 추녀 끝에 높게

燕差池 연차지

제비는 못 위를 스치며

三山歸去 삼산귀거

삼신산에 돌아가

五雲中飛 오운중비

오색구름 속을 나는데

乾坤三尺杖 건곤삼척장

천지간에 석자짜리 지팡이와

身世一布衣 신세일포의

베옷 한 벌 가진 신세

好掛長劍巖頭樹

바위 위 나무에 긴 칼 척 걸어 두고

手弄淸溪茹紫芝 수농청계여자지

맑은 시내에 손 씻고 영지를 먹네

 

이 시는 삼오칠언이 아닌 삼사오칠언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허균(許筠)은 자기 중형(仲兄)의 시가 비록 좋기는 해도 양봉래의 신선 같은 운치에는 미치질 못한다고 했다.

학산초담에 소개된 題鉢淵磐石上( 제발연반석상). <이미지 출처; 한국고전종합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