陶淵明과 和陶詩

次歸去來辭 (차귀거래사) - 成俔 (성현)

-수헌- 2023. 10. 26. 16:40

次歸去來辭 차귀거래사 成俔 성현  

귀거래사에 차운하다

 

歸去來兮 귀거래혜

돌아가자

桑梓故鄕何日歸¹ 상재고향하일귀

나의 상재고향에 언제나 돌아가려나

狼跋尾而自苦² 랑발미이자고

이리는 꼬리가 밟혀서 괴로워하고

鳧短脛而自悲³ 부단경이자비

오리는 다리가 짧아서 슬퍼하네

貝錦成而莫遏⁴⁾ 패금성이막알

패금이 이루어져도 막지 못하고

駟舌吐而難追⁵⁾ 사설토이난추

내뱉은 말은 사마로도 쫓지 못하니

武耄年而悔過⁶⁾ 무모년이회과

위 무공은 늙어서도 과오를 뉘우쳤고

蘧五十而知非⁷⁾ 거오십이지비

거백옥은 오십세에 잘못을 알았었지

褫鵔鸃之朝冠⁸⁾ 치준의지조관

준의로 장식한 조관을 벗어던지고

襲薜荔之秋衣⁹⁾ 습벽려지추의

가을에는 벽려로 옷을 만들어 입고

將誅茅而卜築 장주모이복축

띠 풀을 베어다가 지붕을 이어서

構一宇於翠微 구일우어취미

청산에 오두막집 한 채 지어야지

如鳥斯擧 여조사거

새가 날아오르듯이

如鹿斯奔 여록사분

사슴이 달려가듯이

言策余馬 언책여마

내 말을 채찍질하여

言歸衡門 언귀형문

고향 집에 돌아가니

山川猶昨 산천유작

산천은 마치 엊그제 같은데

故老無存 고로무존

고로는 생존해 있지 않구나

爰取芳醪 원취방료

이에 향기로운 막걸리를 가져다가

乃酌匏樽 내작포준

술통에서 바가지에 따라 마셔야지

詠考槃而在磵¹⁰⁾ 영고반이재간

냇가에 지내며 고반을 노래하고

居陋巷而希顔 거루항이희안

누항에 살면서도 안연처럼 되길 바라네

蝸守殼而自衛 와수각이자위

달팽이집 속에 숨어 스스로를 지키니

蚊棲睫而常安¹¹ 문서첩이상안

모기의 속눈썹에 살아도 항상 안전하네

納淸風於簟戶 납청풍어점호

삿자리 문으로 맑은 바람 받아들이고

邀素月於松關 요소월어송관

소나무 문에서는 흰 달빛을 맞이하니

激沖襟於宇宙 격충금어우주

우주에 격동하는 흉금을 비워서

慕達士之大觀¹² 모달사지대관

달사의 대관을 사모하려 하네

嘯煙雲而欻吸 소연운이훌흡

문득 안개구름 사이에서 휘파람 불고

追魚鳥而往還 추어조이왕환

물고기와 새를 따라 왕래하면서

躬內省而自得 궁내성이자득

몸을 살피며 스스로 흡족해하니

寓至靜於鯢桓¹³ 우지정어예환

고요한 예환에 이르러 머물고자 하네

 

歸去來兮 귀거래혜

돌아가자

意浩蕩而遠遊 의호탕이원유

호탕한 뜻을 가지고 멀리 노닐며

展鯤鵬之壯圖¹⁴⁾ 전곤붕지장도

곤붕처럼 장대한 꿈을 펼쳐야지

何蜩鷽之足求 하조학지족구

어찌 비둘기나 매미의 만족을 추구하리

聞天籟之夜動¹⁵⁾ 문천뢰지야동

밤중에 움직이는 자연의 소리를 듣고

據枯梧而忘憂¹⁶⁾ 거고오이망우

마른 오동나무에 의지해 근심을 잊으리

鳴鳩催我以夙駕 명구최아이숙가

비둘기 울어 재촉하면 일찍 수레에 올라

問春光於綠疇 문춘광어록주

푸른 밭으로 나가 봄빛을 찾으리라

山乘蠟屐¹ 산승랍극

밀랍 칠한 나막신 신고 산에 오르고

水弄扁舟 수롱편주

작은 조각배 타고 물에서 놀아야지

謝逋客之俗駕¹⁸⁾ 사포객지속가

도망간 속객이 탄 수레는 물리치고

甘死狐之首丘 감사호지수구

죽을 때 여우처럼 고향 향해 머리 두리라

醉踞石於林麓 취거석어림록

술에 취해 숲 속 바위에 걸터앉아서

淸濯纓於溪流 청탁영어계류

흐르는 시냇물에 갓끈을 깨끗이 씻고

知天命而自樂 지천명이자악

천명을 받아들여 스스로 즐기며

葆吾身之眞休¹⁹⁾ 보오신지진휴

진휴로써 내 몸을 보전하리라

 

已矣乎 이의호

그만두어야지

少壯榮華非昔時 소장영화비석시

젊은 날의 영화는 옛날이 아니던가

不如隨意而遲留 불여수의이지류

내 뜻에 따라서 오래 머물러 살아야지

胡爲乎亡羊無所之²⁰⁾ 호위호망양무소지

무엇 때문에 양을 잃고 헤매야 하는가

勳名儻來寄²¹ 훈명당래기

공명은 우연하게 찾아올 텐데

雲路邈難期²² 운로막난기

벼슬길은 기약하기 멀고도 어려우니

依菟裘而偃仰²³ 의토구이언앙

토구에 의거하여 편안히 살고

循隴畝而耕耔 순롱무이경자

이랑을 돌며 밭 갈고 김을 매리라

學農圃之老術 학농포지로술

늙은 농부에게서 농사일을 배워서

誦甫田之雅詩²⁴⁾ 송보전지아시

소아의 보전을 노래하리라

利肥遯而永終²⁵⁾ 이비둔이영종

비둔으로 이롭게 생을 마치려하는데

何必從唐生而決疑²⁶⁾ 하필종당생이결의

굳이 당생에게 물어서 무엇하겠는가

 

※桑梓(상재)¹ : 뽕나무와 가래나무. 고향. 집 주위에 뽕나무와 가래나무를 심어 후손에게 조상을 생각토록 했음에서 쓰는 말임. 상재지향(桑梓之鄕)은 여러 대(代)의 조선(祖先) 산소(山所)가 있는 고향임.

 

※狼跋尾而自苦(랑발미이자고)² : 시경(詩經) 빈풍(豳風) 낭발(狼跋)에 ‘이리가 앞으로 가려하면 제 턱의 살이 밟히고, 뒤로 가려 하면 제 꼬리가 밟히네.〔狼跋其胡 載疐其尾〕’라고 하였는데, 여기서는 마음에 맞지 않은 벼슬살이에 매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처지를 말한다.

 

※鳧短脛而自悲(부단경이자비)³ : 장자(莊子) 변무(騈拇)에 ‘오리는 다리가 짧지만 이어 붙일까 걱정이고, 학은 다리가 길지만 자를까 봐 슬퍼한다.〔鳧脛雖短 續之則憂 鶴脛雖長 斷之則悲〕’라고 한 데서 온 말로, 모든 사물이 타고난 천성이 있는데, 억지로 벼슬살이를 하느라고 천성을 어기며 살아가는 처지를 슬퍼한다는 뜻이다.

 

※貝錦(패금)⁴⁾ : 다른 사람을 모함하여 없는 죄를 엮어내는 것을 말한다. 패금(貝錦)은 시경(詩經) 소아(小雅) 항백(巷伯)에 ‘얼룩덜룩한 조개로 비단을 짜듯 참소하는 저 사람 너무 심하구나. 〔萋兮斐兮 成是貝錦 彼讒人者 亦已大甚〕’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駟舌吐而難追(사설토이난추)⁵⁾ : 사(駟)는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인 사마(駟馬)를 말한다. 논어(論語) 안연(顔淵)에 ‘사마로도 말이 퍼지는 것을 따라잡지 못한다.〔駟不及舌〕’라고 하였는데, 이는 한번 말을 뱉으면 돌이킬 수 없다는 뜻이다.

 

※武耄年而悔過(무모년이회과)⁶⁾ : 무(武)는 춘추시대 위나라 무공[衛武公]을 말하는데, 위 무공이 95세가 되어서도 위의(威儀)를 경계한 억(抑) 시를 지어서 날마다 곁에서 외우도록 하고, 음주로 인한 자신의 실수를 뉘우치며 빈지초연(賓之初筵)을 지었던 것을 말한다.

 

※蘧五十而知非(거오십이지비)⁷⁾ : 거(蘧)는 춘추 시대 위(衛) 나라의 대부 거백옥(蘧伯玉)을 말하는데, 회남자(淮南子) 원도훈(原道訓)에 ‘거백옥은 나이 50이 되어 49년 동안의 잘못을 알았다. [生五十而知四十九年之非.]’ 고 하였다.

 

※褫鵔鸃之朝冠(치준의지조관)⁸⁾ : 준의(鵔鸃)는 한대(漢代)에 시랑(侍郞)들이 쓰던 관(冠)을 장식한 금계(錦鷄)의 깃털을 말하고, 조관(朝冠)은 관원이 조정에 나가 의식을 할 때 쓰던 관이다. 따라서 벼슬을 그만둔다는 의미이다.

 

※薜荔(벽려)⁹⁾ : 향기 나는 나무 덩굴의 이름인데 은자(隱者)가 입는 옷을 말한다. 초사 이소에 ‘떨어진 벽려의 꽃술을 꿰어 몸에 두른다. [貫薜荔之落蘂]’라는 구절이 있다.

 

※고반(考槃)¹⁰⁾ : 시경(詩經) 위풍(衛風)의 편명으로, 자연 속에 은거하며 유유자적하는 즐거움을 노래한 시이다.

 

※蚊棲睫而常安(문서첩이상안)¹¹ : 동해(東海)에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초명(焦冥)이라는 벌레가 있었는데, 떼를 지어 모기의 속눈썹 위에 깃들어 살아도 모기가 깨닫지 못했다는 고사가 있다. 여기서는 자신을 하찮은 초명에, 자신의 은거지를 모기의 속눈썹에 비유하였다.

 

※達士之大觀(달사지대관)¹² : 사물의 이치에 널리 통달한 사람은 사물을 옳고 정당하게 관찰함. 도리(道理)에 통달(通達)한 사람은 사물(事物)을 잘 헤아려 판단(判斷)이 빠르고 그릇됨이 없음을 말한다.

 

※寓至靜於鯢桓(우지정어예환)¹³ : 예환(鯢桓)은 장자(莊子) 응제왕(應帝王)에 나오는 말로, 고래가 헤엄치는 깊은 연못이란 뜻이다. 따라서 고요한 가운데 자유로운 삶을 누린다는 말이다.

 

※鯤鵬(곤붕)¹⁴⁾ :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북해의 곤어(鯤魚)가 붕새로 변하여 수만 리 창천을 날아 남쪽 바다로 날아간다고 한 기상을 말한다,

 

※天籟(천뢰)¹⁵⁾ : 바람 소리나 빗소리처럼 자연에서 일어나는 소리를 말한다.

 

※枯梧(고오)¹⁶⁾ : 마른 오동나무란 뜻이니, 오동나무로 만든 거문고나 책상을 의미하는 듯하다.

 

※山乘蠟屐(산승랍극)¹ : 남조(南朝) 송(宋) 나라 시인(詩人)인 사영운(謝靈運)은 이름난 산을 유람하기를 좋아하였는데, 산에 오를 때는 늘 밀랍 칠한 나막신을 신고 올랐다는 고사가 있는데 이를 인용하였다.

 

※謝逋客之俗駕(사포객지속가)¹⁸⁾ : 은거하다가 세속 향한 마음을 버리지 못해 다시 세속으로 달아나는 가짜 은자(隱者)가 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육조(六朝) 송(宋) 나라 때 주옹(周顒)과 공치규(孔稚圭)가 종산(鍾山)에 은거하였는데, 주옹은 나중에 세상에 나가 회계군(會稽郡)의 해염현령(海鹽縣令)으로 있었다. 임기가 끝나 도성으로 가는 길에 종산에 들르려고 하자 공치규가 북산이문(北山移文)아라는 시를 지어 거절하였는데, 그 내용에 ‘속사의 수레를 돌리기 바라네. 그대 자신을 위해 도망간 객은 사절하네.〔請回俗士駕 爲君謝逋客〕’라는 구절이 있다.

 

※眞休(진휴)¹⁹⁾ : 물러남에 진정성을 담는다는 의미로, 진정으로 자연 속에 물러나 쉬는 참된 은거, 또는 은자라는 뜻이다. 소식(蘇軾)의 시에 ‘눈앞의 이 경계는 망상일 뿐이니, 숲에 사는 참된 은자 몇이나 될까.〔此境眼前聊妄想 幾人林下是眞休〕’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胡爲乎亡羊無所之(호위호망양무소지)²⁰⁾ : 망양(亡羊)은 열자(列子) 설부(說符)의 다기망양(多岐亡羊)에서 유래한 말로 도망간 양(羊)을 찾아다니다가 갈림길이 많아 끝내 양을 잃어버리고 말았다는 뜻이다. 여기서는 세속적인 명리를 좇느라 우왕좌왕하다가 실패하는 것보다 차라리 내 뜻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편이 낫다는 의미이다.

 

※勳名儻來寄(훈명당래기)²¹ : 장자(莊子) 선성(繕性)에 ‘높은 벼슬이 내 몸에 미쳤다 해도 그것은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본성이 아니고 외물이 우연히 밖에서 들어와 내 몸에 붙었을 뿐이다. 〔軒冕在身 非性命也 物之儻來也 寄之〕’라고 한 것을 인용하였다.

 

※雲路(운로)²² : 구름이 가는 높은 길. 전하여 높은 벼슬길을 말함.

 

※菟裘(토구)²³ : 춘추시대 노 은공(魯隱公)이 은거했던 지명(地名)에서 나온 말로, 은거지(隱居地)를 가리킨다.

 

※誦甫田之雅詩(송보전지아시)²⁴⁾ : 보전(甫田)은 시경(詩經) 소아(小雅)의 보전지습편(甫田之什篇)을 말하는데, 풍년을 치하하고 감사하는 노래이다.

 

※肥遯(비둔)²⁵⁾ : 비둔(肥遯)은 은둔하며 여유롭게 사는 것을 말하는데, 주역(周易) 둔괘(遯卦) 상구(上九)〉에 ‘상구는 여유 있는 은둔이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上九 肥遯 無不利〕’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여유롭게 은둔하여 얽매임이 없으면 이롭지 않음이 없다는 뜻이다.

 

※何必從唐生而決疑(하필종당생이결의)²⁶⁾ : 당생(唐生)은 전국 시대 때 관상을 잘 보기로 유명했던 당거(唐擧)이다. 연(燕) 나라의 채택(蔡澤)이 당거(唐擧)를 찾아가 남은 수명이 얼마인지 묻자, 당거(唐擧)는 43년이라고 했다. 채택이 ‘내가 고량진미를 먹고 준마(駿馬)를 타며 황금인(黃金印)을 차고 군주 앞에서 읍(揖)한다면 43년을 살더라도 충분하다.’ 하였는데, 그 뒤 진(秦) 나라 소왕(昭王) 때 마침내 정승이 되었다. 이는 채택처럼 구차하게 벼슬살이할 뜻이 없음을 말한다.

 

*성현(成俔,1439~1504) : 조선 전기 허백당집, 악학궤범, 용재총화 등을 저술한 학자. 자는 경숙(磬叔), 호는 용재(慵齋) 부휴자(浮休子) 허백당(虛白堂) 국오(菊塢). 시호는 문대(文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