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詠流頭會 (영유두회) - 李穡 (이색)

-수헌- 2023. 7. 27. 15:00

詠流頭會   영유두회      李穡 이색 

유두회에 대하여 읊다.

 

爽然今日自無邪 상연금일자무사

오늘은 절로 어긋남이 없어서 상쾌하여

冷徹肝腸絶滓査 냉철간장절재사

간장의 티끌까지 사라진 듯 시원하구나

灩灩玉盃傾竹葉 염염옥배경죽엽

옥 술잔에 넘실대는 죽엽주를 기울이고

深深銀鉢吸瓊花 심심은발흡경화

깊고 깊은 은 주발 속의 경화를 마시니

宛如明月雙溪水 완여명월쌍계수

마치 쌍계수에 비친 밝은 달과 흡사하고

絶勝淸風七椀茶 절승청풍칠완다

일곱 잔째 차의 청풍보다 월등히 낫구나

爲問菜園羊在否 위문채원양재부

채소밭에 양이 있는지 없는지를 물어보니

氷漿雪餅亂交加 빙장설병란교가

찬 음료와 흰 떡만 뒤섞어서 더 주는구나

 

※瓊花(경화) : 옥처럼 아름다운 꽃이란 뜻이나 여기서는 은 주발 속에 비친 둥근달을 의미하는 듯하다.

 

※淸風七椀茶(청풍칠완다) : 당나라 노동(盧仝)의 다가(茶歌)에 ‘첫 잔은 목과 입술을 적셔주고, 둘째 잔은 고독과 번민이 스러지고, 셋째 잔은 메마른 창자를 거둬들이고… 넷째 잔은 가벼운 땀이 나며,… 다섯째 잔은 기골을 맑게 해 주고, 여섯째 잔은 선령을 통하게 해 주고, 일곱째 잔은 다 마시기도 전에 두 겨드랑이에 맑은 바람이 이는 걸 깨닫겠네. [一椀喉吻潤 兩椀破孤悶 三椀搜枯腸… 四椀發輕汗… 五椀肌骨淸 六椀通仙靈 七椀喫不得也 惟覺兩腋習習淸風生]‘라고 한 것을 인용한 표현이다.

 

※菜園羊在否(채원양재부) : 옛날 어떤 사람이 항상 채소만 먹다가 갑자기 한 번 양고기를 먹었더니 배탈이 나서 뱃속에서 꿀꿀 대는 소리가 마치 오장신(五臟神)이 고기를 먹었다고 하소연하는 소리라고 여겼다. 이것을 ‘양이 채소밭을 밟아놓았다.(羊踏菜園)’고 표현하였는데 ‘ 전하여 채소만 먹던 사람이 우연히 고기를 먹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는 고기를 먹을 수 있는지를 물어본다는 뜻이다.

 

 

六月十五日 鄕人就東流水頭作會 名曰流頭日 少之時 相邀者多 至有難於去就之日 中年官高 非大官舊故則不出 自病以來 身雖稍健 無相邀者 獨坐發詠      李穡   

유월십오일 향인취동류수두작회 명왈류두일 소지시 상요자다 지유난어거취지일 중년관고 비대관구고칙불출 자병이래 신수초건 무상요자 독좌발영    이색

 

6월 15일에는 향인들이 동류수에 가서 머리 감는 모임을 하면서 이름을 유두일이라 하였다. 젊었을 때는 서로 초청하는 이가 많아서 심지어는 거취를 결정하기 어려운 날도 있었는데, 중년에는 벼슬이 높아져서 대관 친구가 초청한 게 아니면 나가지 않았었다. 그런데 병을 앓은 이후로는 건강이 조금 나아진 때에도 전혀 초청해 주는 이가 없으므로, 홀로 앉아서 읊는다.

 

六月十五熱熏骨 유월십오열훈골

유월 십오일 뼛속까지 스며드는 더위에

不飮猶如醉兀兀 불음유여취올올

술 안 마셔도 취한 듯 정신이 몽롱하네

平生志氣謝□籠 평생지기사□롱

평생의 지기는 속박을 벗어나는 것이라

自負峯尖逐霜鶻 자부봉첨축상골

산꼭대기의 가을 송골매를 자부했는데

筋骸不束支體緩 근해불속지체완

근육과 뼈를 단련 못해 몸이 느슨해지고

今日胡爲心忽忽 금일호위심홀홀

오늘은 어찌하여 마음까지 흐릿해 질까

少年相喚盡英豪 소년상환진영호

젊은 시절에는 서로 영웅호걸이라 부르고

薄雲高義非乾沒 박운고의비건몰

구름처럼 높은 덕행은 사라지지 않았네

松風滿衣水流席 송풍만의수류석

솔바람 옷에 가득하고 자리에 물 흐르는

紫霞深處何硉矹 자하심처하률올

자하동 깊은 곳은 얼마나 험준하였던가

歸來踏月似登仙 귀래답월사등선

달빛 밟으며 돌아오면 신선 된 것 같아

豈有一點餘沈鬱 기유일점여침울

어찌 침울한 마음 한 점이라도 남았으랴

卽今病中心奮飛 즉금병중심분비

지금은 병중이라 마음만 떨쳐 날 뿐이고

如翅一傷難再拂 여시일상난재불

날개를 다쳐 다시 날기 어려울 것 같네

高歌放懷驚鬼神 고가방회경귀신

소리 높여 회포를 노래하니 귀신도 놀라고

羣醉獨醒誰甲乙 군취독성수갑을

취한 무리에서 홀로 깨었으니 누가 나을까

 

※兀兀(올올) : (술에 취하여) 머리가 멍한 모양.

 

※志氣(지기) : 어떤 일을 이루려는 의지와 기개를 아울러 이르는 말.

 

※高義(고의) : 뛰어난 덕행. 높은 덕행. 두터운 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