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流頭已近 (유두이근) 外 - 李穡 (이색)

-수헌- 2023. 7. 25. 09:52

流頭已近   유두이근      李穡 이색  

유두(流頭)가 벌써 가까워지다.

 

孤生無左右 고생무좌우

외로운 인생 좌우에 아무도 없이

六月已中央 유월이중앙

유월도 이미 가운데 이르렀구나

政喜流頭近 정희류두근

유두절이 다가옴은 정히 기쁘나

還思雨脚長 환사우각장

긴 빗줄기가 다시 생각나는구나

石泉如雪冷 석천여설랭

돌 틈의 샘물은 눈처럼 차갑고

松樹自秋涼 송수자추량

솔숲은 절로 가을처럼 서늘하네

熱毒都消盡 열독도소진

더위의 독을 모두 녹여 없애려고

詩脾潤蜜漿 시비윤밀장

시 짓는 창자를 꿀물로 적신다

 

 

流頭日 三詠   유두일  삼영    李穡 이색  

유두일에 세 수를 읊다.

 

上黨烹煎味更眞 상당팽전미경진

상당군 댁 요리는 참으로 아주 맛있는데

雪爲膚理雜甘辛 설위부리잡감신

수단의 흰 살갗에 달고 매운맛이 섞였네

團團祗恐粘牙齒 단단지공점아치

둥근 떡이 치아에 붙을까 염려되었지만

細嚼淸寒自遍身 세작청한자편신

살살 씹으니 절로 온몸이 서늘해지는구나

 

水出眞源自不窮 수출진원자불궁

진원에서 나온 물은 절로 끝이 없이 흘러

雖然百折竟趨東 수연백절경추동

비록 백 번 꺾여도 끝내는 동으로 가는데

何人創立流頭飮 하인창립류두음

어떤 사람이 유두음을 맨 처음 만들었기에

欲保初心直到終 욕보초심직도종

초심을 지켜서 끝까지 바로 가려고 하는가

 

笛聲淸亮逐風來 적성청량축풍래

청량한 피리 소리가 바람 따라 들려오니

何處華筵盡日開 하처화연진일개

어느 곳에 화려한 연회 온종일 열렸는가

恨不塞聰忘世事 한불새총망세사

귀 막고 세상일 잊지 못함이 한스러워서

少年狂興自難裁 소년광흥자난재

젊은 시절 광흥을 스스로 누르기 어렵네

 

※雪爲膚理雜甘辛(설위부리잡감신) : 유두일에는 각 가정에서 유두면 밀전병 수단(水團) 건단(乾團) 같은 음식을 마련하고, 피 조 벼 콩 등 여러 가지 곡식을 새로 나온 과일과 같이 사당에 차려놓고 고사를 지내는데 이를 유두천신(流頭薦新)이라 하며, 농가에서는 농사가 잘 되게 하여 달라고 농신(農神)에게도 고사를 지낸다. 설위부리(雪爲膚理)는 유두면 밀전병 수단(水團) 건단(乾團) 같은 음식을 흰 살갗에 비유하였다.

 

※流頭飮(유두음) : 유두일에 동류수(東流水)에 머리를 감아 액(厄)을 떨치고, 술 마시고 노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