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성삼문(成三問)의 시 비해당사십팔영(匪懈堂四十八詠)중에서 자미화(紫薇花)와 백일홍(百日紅) 2수만 발췌한 것이다. 비해당(匪懈堂)은 세종대왕(世宗大王)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의 당호(堂號)이다. 비해(匪懈)는 ‘게으름이 없다’는 뜻이다.
안평대군(安平大君)은 조선 초기 명필로도 유명한데, 그의 별장 비해당(匪懈堂) 주변 경치를 주제로 48 영(詠), 즉 48수(首)의 한시를 지었다. 그는 당대 최고 지성인의 집단인 집현전 학자들을 초청하여 48경을 보여준 뒤, 자신의 시에서 차운하게 하였는데, 김수온(金守溫), 서거정(徐居正), 신숙주(申叔舟), 최항(崔恒), 성삼문(成三問) 등이 시를 지었다 한다.
爛漫紫薇花 난만자미화 成三問 성삼문
흐드러지게 핀 자미화
歲歲絲綸閣 세세사륜각
해마다 사륜각에 있을 적에는
抽毫對紫薇 추호대자미
자미화를 마주하고 붓을 들었지
今來花下飮 금래화하음
지금은 꽃 아래서 술을 마시니
到處似相隨 도처사상수
도처에서 서로 따르는 듯 하네
※絲綸閣(사륜각) : 사륜(絲綸)은 임금의 말씀을 뜻한다. ‘왕의 말씀은 나갈 때에는 가늘어도 일단 선포되면 밧줄처럼 굵어진다. [王言如絲 其出如綸]’는 말에서 유래한다. 사륜각(絲綸閣)은 중국 위(魏) 대부터 명(明) 대 초기까지 존재했던 중앙 관청의 하나인 중서성(中書省)을 말하는데, 주로 황제의 조칙(詔勅)의 입안 기초를 맡았다. 여기서는 집현전(集賢殿)을 의미한다.
百日紅 백일홍 成三問 성삼문
昨夕一花衰 작석일화쇠
어제저녁 꽃 한 송이 떨어지면
今朝一花開 금조일화개
오늘 아침에 한 송이가 피어나
相看一百日 상간일백일
일백일을 서로 바라보면서 피니
對爾好衡杯 대이호형배
네가 좋아 마주하여 한잔하리라
*성삼문(成三問,1418~1456) : 조선전기 홍문관수찬, 예조참의, 예방승지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근보(謹甫), 호는 매죽헌(梅竹軒). 사육신(死六臣)의 한 사람이다.
詠紫薇花 영자미화 金宗直 김종직
자미화를 읊다
千枝刻作玉瓏鬆 천지각작옥롱송
일천 가지에 옥롱송을 조각해 놓은 듯
東閤西樓爛熳紅 동합서루란만홍
동 쪽문 서쪽 누각에 붉게 만발하였네
憶昔草綸花下醉 억석초륜화하취
초륜하고 꽃 아래 취하던 옛 생각하니
寂寥池館又秋風 적요지관우추풍
적막한 지관에 다시 가을바람 불었지
※玉瓏鬆(옥롱송) : 꽃 이름. 원(元) 나라 원호문(元好問)의 유천단잡시(遊天壇雜詩)에 ‘비록 사화의 향기가 좋다 하나 나는 그중에 옥롱송을 가장 사랑한다네. [縱道楂花香氣好 就中偏愛玉瓏鬆]’라고 하였는데, 그 자주(自注)에서 옥롱송을 꽃 이름이라고 하였다.
※憶昔草綸花下醉(억석초륜화하취) : 초륜(草綸)은 임금의 말씀인 사륜(絲綸)은 적는다는 뜻이다. 당 나라 때 대명궁(大明宮)의 중서성(中書省)을 사륜각(絲綸閣)이라 하고 또 자미성(紫微省)이라고도 하여 이렇게 표현하였다.
*김종직(金宗直;1431~1492) : 조선 초기의 문신, 학자, 서예가이며, 승정원 도승지, 예문관제학, 이조참판, 지중추부사 등을 역임하였다. 문장과 경술(經術)에 뛰어나 이른바 영남학파의 종조(宗祖)가 되었으며, 생전에 지은 조의제문(弔義帝文)이 사후인 1498년의 무오사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무오사화 당시 부관참시를 당했으며, 많은 제자가 죽임을 당했고, 이때 그의 수많은 저서가 불태워졌다. 중종 때 신원(伸寃)되고, 숙종 때 영의정에 추증되었다.
예림서원(禮林書院). 밀양시 부북면 후사포리에 있는 서원으로 점필재(佔畢齋) 김종직(金宗直)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하여 창건되었다.
예림서원(禮林書院) 경내에 핀 자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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