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사시사(四時詞)

四時調歌 (사시조가) - 李德懋 (이덕무)

-수헌- 2023. 5. 5. 12:53

이 시는 조선후기 유학자이자 실학자인 이덕무(李德懋)가 쓴 사시조가(四時調歌)란 시인데, 시의 구조가 특이하고 재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고시(古詩)에 대비하여 근체시(近體詩)는 오언(五言)이나 칠언(七言)의 절구(絶句)나 율시(律詩) 또는 배율(排律)로 구성되는데, 이 시는 칠언(七言)과 팔언(八言)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제2구(句)와 제4구(句)는 팔언(八言)이 아닌 사언(四言)+사언(四言)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칠언(七言) 사언(四言) 사언(四言) + 칠언(七言) 사언(四言) 사언(四言)》의 6구의 구조라고도 할 수 있다. 또 각 4언의 2구는 두 번째 글자와 네 번째 글자가 같은 글자로 반복되어 시를 읽는 재미와 묘미가 있다. 고시의 사(詞)나 부(賦), 또는 염노교(念奴嬌)같은 백자요(百字謠) 형식의 시나 장단구(長短句), 삼오칠언(三五七言) 시 같은 형식의 시는 다수 접했지만, 이런 형식의 시는 처음 접하기에 다른 시인의 이런 형식의 시도 전해오는지 궁금하다,

 

四時調歌 사시조가      李德懋 이덕무 

 

門前軟綠柳絲垂 문전연록류사수

문 앞의 연초록빛 버들이 실처럼 드리웠는데

조우지자 모우근자

아침 비는 가지 적시고 저녁 비는 뿌리 적시네

灌花歸去獨支頤 관화귀거독지이

꽃에 물 주고 돌아와서 홀로 턱을 괴이고는

좌간당시 와간당시

앉아서도 당시를 보고 누워서도 당시를 보네

 

垂垂白雨水亭東 수수백우수정동

소나기가 주룩주룩 동쪽 물가 정자에 내리니

滿滿 화만휴중 하만당중

벼는 이랑에 가득하고 연꽃은 못에 가득하네

柴門剝啄喚山僮 시문박탁환산동

사립문 두드리면서 아이를 부르는 사람은

불시어옹 즉시초옹

고기잡이 늙은이 아니면 나무꾼 늙은이겠지

 

陶詩一卷讀閒居 도시일권독한거

한가히 지내면서 도연명 시 한 권을 읽으니

송자소여 국자소여

솔은 솔대로 맑고 국화는 국화대로 맑구나

漁童日晩始歸廬 어동일만시귀려

고기 잡는 아이가 해 저물어 집에 돌아오니

원조강어 근조계어

멀리서 강고기 낚고 가까이서 시내고기 낚았네

 

梅枝手攬落英寒 매지수람락영한

매화가지 손에 잡으니 꽃이 얼어 떨어지니

각리반환 정리반환

집 안에서 서성이다가 뜰 안에서도 서성이네

歸來爐上篆煙蟠 귀래로상전연반

돌아오니 화로 위 연기가 전자 모양으로 서리어

자희소한 경희심한

밤에 한가하여 기쁘고 마음 한가하여 더욱 기쁘네

 

*이덕무(李德懋,1741~1793) : 조선후기 관독일기, 편찬잡고, 청비록 등을 저술한 유학자이자 실학자. 자는 무관(懋官), 호는 형암(炯庵) 아정(雅亭) 청장관(靑莊館) 영처(嬰處) 동방일사(東方一士) 신천옹(信天翁). 박학다식하고 고금의 기문이서(奇文異書)에도 통달했으며, 문명(文名)을 일세에 떨쳤으나, 서자(庶子)였기 때문에 크게 등용되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