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사시사(四時詞)

田隱四時 (전은사시) - 金宗直 (김종직)

-수헌- 2023. 5. 9. 11:59

田隱四時 安典籤名桑鷄 世宗大王外孫也   전은사시 안전첨명상계 세종대왕외손야    金宗直   김종직 

전은 사시. 안전첨(安典籤)의 이름은 상계(桑鷄)이며, 세종대왕의 외손이다

 

梅坡春色 매파춘색

매화 언덕의 봄기운

 

漫漫坡瓏鏖殘雪 만만파롱오잔설

언덕에 가득하던 남은 눈도 다 녹이고

寒勒東君弭玉節 한륵동군미옥절

추위를 물리치며 봄님이 소식 전해오네

園林忽値此粲者 원림홀치차찬자

문득 원림이 이 산뜻한 미인을 맞이하니

桃李箾槮盡愁絶 도리소삼진수절

시름을 다한 복숭아 자두도 춤을 추네

水邊籬落王孫家 수변리락왕손가

왕손의 집 물가 울타리에 떨어지니

尋香緩步看橫斜 심향완보간횡사

향기를 찾아 비탈을 보며 천천히 걷네

縱有纖穠來唐突 종유섬농래당돌

비록 섬농이 오는 것이 당돌하다 해도

一團和氣思無邪 일단화기사무사

일단의 화기에는 사특한 생각이 없구나

 

竹窓夏風 죽창 하풍

대나무 창에 부는 여름 바람

 

南維赤煒劇焚煆 남유적위극분하

붉은 여름 태양이 타는 듯 매우 뜨거워도

幽人窓牖凉於水 유인창유량어수

유인 창에 부는 바람은 물보다 서늘하구나

每當炎熱含淸風 매당염열함청풍

매번 만나는 무더위에도 청풍을 머금었으니

此君豈伊夸毗子 차군기이과비자

어찌 그대가 잘난 체하는 아첨꾼이겠는가

階除永日披襟當 계제영일피금당

섬돌에 앉아 긴 낮을 옷깃 젖히고 있으니

不數元亮傲羲皇 불수원량오희황

희황을 업신여긴 도연명을 헤아릴 수 없네

錦棚雪檻誇豪富 금붕설함과호부

비단 시렁 눈 난간으로 자랑하는 큰 부가

爭似茆齋六尺牀 쟁사묘재륙척상

어찌 띠 집의 여섯 자짜리 침상만 하겠는가

 

菊庭秋月 국정 추월

국화 핀 정원의 가을 달빛

 

瑤空露洗浮雲滅 요공로세부운멸

이슬이 씻은 하늘에 뜬 구름 사라지고

滉瀁中庭流皓月 황양중정류호월

깊고 넓은 뜰 안에 흰 달빛이 흐르네

褰衣對影掇金英 건의대영철금영

옷을 걷고 그림자 짝하여 국화를 따니

便覺淸香着肌骨 편각청향착기골

온몸에 스며드는 맑은 향기를 느끼네

此月年年一樣光 차월년년일양광

이 달빛이 해마다 같은 모양 빛이건만

纔添小草非尋常 재첨소초비심상

겨우 작은 풀만 더해도 심상치 않구나

儂家瓦盆何可負 농가와분하가부

내 집 술동이를 어찌 저버릴 수 있나

不須更帶茱萸囊 불수경대수유낭

구태여 수유 주머니를 찰 필요 없구나

 

松臺冬雪 송대 동설

송대의 겨울 눈

 

寒威屭屭天地閉 한위희희천지폐

추위가 지독해서 천지가 꽉 막혔는데

萬卉如癡守根柢 만훼여치수근저

온갖 초목은 어리석게 뿌리만 지키네

胡爲滕六更凶饕 호위등륙경흉도

어찌하여 등륙이 다시 횡포를 부려도

唯有蒼官能踔厲 유유창관능탁려

오직 소나무만이 괴로움을 뛰어넘네

東阡南埭光陸離 동천남태광륙리

이 언덕 저 둑의 빛이 눈이 부시니

鶴氅緬想仙人姿 학창면상선인자

학창의 입은 신선의 모습이 생각나네

踏雪看松也不惡 답설간송야불악

눈 밟으며 솔 구경도 나쁘지 않으니

判敎淸氣裝詩脾 판교청기장시비

분명 맑은 기운이 시상을 꾸며주리

 

※粲者(찬자) : 미녀. 아름다운 물건. 남편이 아내나 첩을 부르는 말.

 

※纖穠(섬농) : 섬(纖)은 가늘고 고운 비단을 뜻하고, 농(穠)은 꽃나무가 무성한 모양을 의미한다. 섬세하면서도 농염한 봄을 묘사하는 단어다.

 

※夸毗子(과비자) : 사람에게 아첨을 떨며 출세욕에 눈이 먼 자들을 가리킨다. <詩經 大雅 板>

 

※不數元亮傲羲皇(불수원량오희황) : 원량(元亮)은 도연명(陶淵明)을 말한다. 도연명(陶淵明)의 이름은 잠(潛)이고 자는 연명(淵明)인데, 혹은 자를 원량(元亮)이라고도 한다. 도연명(陶淵明)의 시에 “오뉴월에 북창 아래 누워서 시원한 바람이 잠깐 불어오면 스스로 ‘희황상인’이라 이른다. [五六月中 北窓下臥 遇涼風暫至 自謂是羲皇上人]”고 한 것을 말한다.

 

※茱萸(수유) : 구월 구일에 수유(茱萸)를 주머니에 넣어 차고 높은데 올라가면 재액을 면한다는 속설이 있다.

 

※滕六(등륙) : 중국의 전설 속에 등장하는 설신(雪神)

 

※蒼官(창관) : 푸른 관리란 뜻이나 사철 푸른 소나무를 의미한다.

 

※陸離(육리) : 서로 뒤섞이어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