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사시사(四時詞)

次韻和金鈍村四時歐公韻 (차운화김둔촌사시구공운) - 洪侃 (홍간)

-수헌- 2023. 4. 22. 10:46

次韻和金鈍村四時歐公韻 차운화김둔촌사시구공운    洪侃 홍간 

구양공의 운을 화운 한 김둔촌의 사시를 차운하여

 

仲春嘉月長百草 중춘가월장백초

중춘 아름다운 달에 온갖 풀이 자라고

龍吟虎嘯衡茅小 용음호소형모소

작은 초가에서 용과 범처럼 시를 읊네

逍遙山澤有至樂 소요산택유지악

산과 못을 소요하니 매우 즐거워지고

儁永之味獨自飽 준영지미독자포

글 읽는 재미는 혼자 스스로 만족하네

半陰半晴野花開 반음반청야화개

흐렸다 맑았다 해도 들 꽃은 피어나고

若煙非煙山色好 약연비연산색호

안개 낀 듯 아닌듯한 산색이 아름답네

俯綸淵底之游魚 부륜연저지유어

못 아래 노는 고기에 낚싯줄 드리우고

仰弋雲閒之逸鳥 앙익운한지일조

구름 사이 새를 향하여 화살을 겨누네

西隅倒景雖不住 서우도경수불가

서쪽으로 넘어가는 볕은 비록 사라져도

東嶺望舒生又早 동령망서생우조

동쪽 봉우리에 기다리던 빛이 펼쳐지네

縱心域外詠三皇 종심역외영삼황

마음대로 역외에서 태평성대 노래하니

不知榮辱焉知老 불지영욕언지로

어찌 늙어 감을 알면서 영욕을 모를까

 

〈右春記張平子 우춘기장평자〉

〈위는 장평자의 봄을 적은 것이다〉

 

※張平子(장평자) : 평자(平子)는 후한 시절 장형(張衡)의 자(字)이다. 장형(張衡)은 벼슬하다가 돌아와서 귀전부(歸田賦)를 지었는데 이 시는 귀전부의 내용을 요약하여 지은 것이다.

 

 

松江叢書不輟草 송강총서불철초

송강에서 모은 글을 그침 없이 기록하니

紙札相壓筐箱小 지찰상압광상소

종이가 서로 눌려 작은 상자가 되었구나

杞未棘兮菊未莎 기미극혜국미사

구기자 가시 없고 국화도 시들지 않으니

肯羨人間擊鮮飽 긍선인간격선포

생선회에 배부른 사람들이 어찌 부러울까

十角吳牛二頃田 십각오우이경전

오나라 소 다섯 마리가 밭 두 이랑 가는데

西山朝來一雨好 서산조래일우호

서산에 한바탕 내리는 아침 비가 좋구나

躬負畬鍤理吾稼 궁부여삽리오가

몸소 밭 일구고 가래로 내 농사를 짓는데

木決騠邊立水鳥 목결제변립수조

준마 부근의 제방에 물새가 서 있네

顧渚又復置茶園 고저우부치다원

고저산 아래에 또다시 차밭을 두었으니

茶譜水經推勘早 다보수경추감조

다보수경을 일찍부터 헤아려 받들었네

此中淸風知者誰 차중청풍지자수

이 가운데 맑은 바람을 아는 이 누굴까

涪江漁父紫溪老 부강어부자계로

부강의 어부와 자계의 늙은이가 알겠네

 

〈右夏記天隨子 우하기천수자〉

〈위는 천수자의 여름을 적은 것이다〉

 

※天隨子(천수자) : 당나라 시인 육귀몽(陸龜蒙)의 별호이다. 그는 송강(松江) 보리(甫里)에 살면서 집 전후에 구기자[杞]와 국화를 심어서 반찬으로 하였으며, 차를 좋아하여 고저산(顧渚山) 밑에 다원(茶園)을 두었고, 배 안에 다기(茶器)와 필상(筆床)과 낚시 도구 등을 싣고 강호를 떠돌았다 한다.

※杞未棘兮菊未莎(기미극혜국미사) : 육귀몽(陸龜蒙)이 지은 기국부(杞菊賦)에 있는 구절이다.

※肯羨人間擊鮮飽(긍선인간격선포) : 어느 친구가 육귀몽에게 ‘이 고을에서 매일 생고기로 회를 쳐서 그대를 배부르게 할 사람이 있을 텐데, 왜 문을 닫고 주린 창자에 옛글만 읽고 있는가.’ 하니, 그는 웃으며, ‘내가 몇 해 동안을 주림을 참고 경을 외었으니, 어찌 백정이나 술 파는 자들 집에 주식(酒食) 있는 줄 모르겠는가.’ 하였다는 고사를 인용하였다.

※茶譜水經(다보수경) : 차를 달일 맛 좋은 물을 기록한 책을 말함.

 

 

過雨颼颼濕江草 과우수수습강초

비가 쏴 하고 지나가니 강풀이 젖었는데

西風萬里蒲帆小 서풍만리포범소

작은 부들돛배에 멀리서 가을바람이 부네

吳中蓴絲美無度 오중순사미무도

오중의 순채 나물은 더없이 맛이 좋은데

金盤羊酪空多飽 금반양락공다포

금 쟁반의 양락으로 공연히 배만 불렸네

折腰欲營身後名 절요욕영신후명

허리 굽히며 죽은 뒤 공명을 바라는 것이

適意何如眼前好 적의하여안전호

마음에 드는 눈앞의 일배주와 어찌 같을까

蒼海深深透網鱗 창해심심투망린

깊고 푸른 바다의 물고기 그물 벗어나고

雲山杳杳投林鳥 운산묘묘투림조

아득히 높은 산이 숲에 새를 받아 들였네

華亭鶴唳上蔡鷹 화정학려상채응

화정의 학 소리와 상채의 매사냥이 그립고

曲突徙薪知不早 곡돌사신지불조

구들 굽히고 나무 옮기는 걸 일찍 몰랐네

可憐黃花五百年 가련황화오백년

가련하게도 황화구의 오백 년 풍류만이

空傳吳兒及楚老 공전오아급초로

공연히 오아와 초로들에게 전해오는구나

 

〈右秋記張季鷹 우추기장계응〉

〈위는 장계응의 가을을 적은 것이다.〉

 

※張季鷹(장계응) : 계응(季鷹)은 진나라 때의 문인 장한(張翰)의 자이다.

※吳中蓴絲(오중순사) : 오중순사(吳中蓴絲)는 오나라의 순채를 말한다. 장한(張翰)이 낙양(洛陽)에서 동조연(東曹掾)으로 있을 때, 어느 날 가을바람이 일어나자 고향인 강동(江東)의 줄나물〔菰菜〕과 순챗국〔蓴羹〕과 농어회〔鱸鱠〕가 생각나서 ‘인생은 자기 뜻에 맞게 사는 것이 귀중한데, 어찌 수 천리 타관에서 벼슬하며 좋은 벼슬이라 할 수 있겠는가.〔人生貴得適志 何能羈宦數千里 以要名爵乎〕’ 하고는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고사가 있다.

※羊酪(양락) : 양락은 양유로 만든 죽을 말한다. 옛날 진(晉) 나라 명사들 사이에는 북방에서는 양락이 맛이 있고 남쪽에는 순챗국〔蓴羹〕이 맛이 있다고 하였다.

※折腰欲營身後名(절요욕영신후명) 適意何如眼前好(적의하여안전호) : 장한(張翰)이 가을바람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순챗국〔蓴羹〕과 농어회〔鱸鱠〕가 생각나 고향으로 돌아가서 술 마시기를 즐겼다. 친구가 그에게, ‘신후(身後)의 이름을 생각하지 않는가.’ 하니, 그는 답하기를, ‘안전 일배주(眼前一盃酒)를 즐길 뿐이다. 어찌 신후 천재명(身後千載名)을 생각하랴.’ 하였다 한다.

※華亭鶴唳上蔡鷹(화정학려상채응) : 화정(華亭)은 오중의 지명(地名)이다. 화정(華亭)의 학 소리는 장한과 동시의 사람인 육기(陸機)가 오(吳) 나라에서 왔다가 잡혀 죽으며, ‘화정의 학(鶴) 우는 소리를 언제나 다시 들으랴.’ 고한 고사를 말한다. 상채(上蔡)의 매사냥은, 초(楚) 나라 이사(李斯)가 진(秦) 나라 승상(丞相)이 되었다가 화를 당하여, 부자가 함께 함양(咸陽) 저자 거리에서 처형을 당하면서 아들을 보고 통곡하기를, ‘너와 내가 고향인 상채(上蔡)에서 매[鷹]와 개를 데리고 사냥하던 것이 그립다.’ 고한 고사를 말한다.

※曲突徙薪知不早(곡돌사신지불조) : 어느 집에서 구들을 곧게 놓아 아궁이와 굴뚝이 바로 통하게 하고 그 옆에다 나무를 쌓아 놓았다. 손님이 와서 보고 주인더러 ‘구들을 굽게 고치고 나무를 옮겨 쌓아서 굴뚝 옆에 두지 말라.’ 하였으나 주인은 듣지 않다가 화재가 났다. 즉 앞의 육기(陸機)와 이사(李斯)가 미리 대비하지 못하여 화를 당했음과 장한(張翰)의 낙향을 비유한 것이다.

※黃花五百年(황화오백년) : 장한(張翰)의 시에 ‘누런 꽃이 마치 황금을 뿌려놓은 것 같다. [黃花如散金]’라는 명구(名句)가 있고, 이백의 시에 ‘장한의 황화구는 풍류 오백 년이로다. [張翰黃花句 風流五百年]’이라는 구절에서 인용하였다.

 

 

王屋山下多仙草 왕옥산하다선초

왕옥산 아래에는 신선초가 많이 있고

天壇山南雲屋小 천단산남운옥소

천단산 남쪽 높이 조그만 집이 있네

景色不與人間同 경색불여인간동

그 경치는 인간 세상과 같지 않아서

長松淸泉是素飽 장송청천시소포

장송과 맑은 샘이 본래부터 가득했네

視之人間在火中 시지인간재화중

바라보니 인간들은 불 속에 있어서

心未淸涼有何好 심미청량유하호

맑지 않은 마음이 어찌 좋을 것이며

驢耳那得聽黃鶯 려이나득청황앵

나귀 귀는 꾀꼬리 소리 들을 수 없고

牛角元能抵翠鳥 우각원능저취조

우각은 원래 푸른 새소리 보다 낫네

赤玉之舃遠遊冠 적옥지석원유관

붉은 옥신을 신고 원유관을 쓰고서

異境恨不歸來早 이경한불귀래조

선경에 일찍 돌아가지 못함이 한이네

他時倘遇崐崘奴 타시당우곤륜노

다른 시절에 혹시 곤륜노를 만난다면

萬水千山訪張老 만수천산방장로

만수천산을 넘어서 장로를 찾아가리라

 

〈右冬記張老 우동기장로〉

〈위는 장로의 겨울을 적은 것이다.〉

 

※장로(張老) : 장로(張老)는 중국 어느 필기소설(筆記小說)에 나오는 선인(仙人)인데 홀아비로 채소를 심어 파는 사람이었다. 하루는 중매하는 노파를 보고 건너 마을 아무 집 처녀에게 중매를 하여 주길 간청하였다. 노파가 그 집에 가서 우스개로 '채소장수 장로가 댁의 딸에게 중매하여 달라합니다.' 하니 주인은 어이가 없어 '그러면 황금(黃金) 얼마를 예물로 가져오라.' 하였다. 그것은 가난한 늙은이가 황금이 없을 줄 알고 거절하는 말이었는데 다음날 장로는 황금을 정말 요구하는 수량대로 가져와서 할 수 없이 혼인을 허락하였다. 장로는 장가든 지 며칠 뒤에 신부를 우차(牛車)에다 싣고 어딘지 가버렸다. 몇 해 후에 그 집 종 곤륜노(崐崘奴)왕옥산(王屋山) 천단(天壇) 남쪽에서 만났는데, 장로는 신신(神仙)이요, 그의 아내도 신선이 되어 인간에서 볼 수 없는 화려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홍간(洪侃,?∼1304.) : 고려후기 비서윤, 원주주관, 동래현령 등을 역임한 관리. 문신. 자는 자운(子雲) 또는 운부(雲夫), 호는 홍애(洪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