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溟大師의 충절과 詩

宿般若寺 (숙반야사) 外 - 四溟大師 (사명대사)

-수헌- 2023. 4. 17. 20:55

宿般若寺   숙반야사  

반야사에서 머물면서

 

古寺秋晴艾葉多 고사추청애엽다

맑은 가을 오래된 절에 누런 잎이 많아지고

月臨青壁散棲鴉 월림청벽산서아

푸른 벽에 달이 비치니 까마귀가 흩어지네

澄湖煙盡海如練 징호연진해여련

안개가 걷힌 맑은 호수는 비단처럼 넓은데

夜半寒鍾落玉波 야반한종락옥파

한밤중 찬 종소리 옥 같은 물결에 떨어지네

 

秘仙亭夕望   비선정석망  

비선정의 저녁을 바라보다

 

青海東瞻水接天 청해동첨수접천

청해의 동쪽 바라보니 물이 하늘에 닿았고

微茫煙浪泛漁船 미망연랑범어선

안개가 자욱한 물결 위에 고깃배가 떠있네

風驅去向輕鷗外 풍구거향경구외

바람이 갈매기를 가볍게 밖으로 몰아가서

夜泊扶桑何處邊 야박부상하처변

이 밤은 어디 있는 부상 근처에 배를 댈까

 

登元曉臺   등원효대  

원효대에 올라

 

天作高臺有物初 천작고대유물초

하늘이 처음에 높은 누대를 만들어서

冷然獨立諾乘虛 냉연독립낙승허

홀로 서니 허공에 오른 듯 시원하구나

翻身直欲飛空外 번신직욕비공외

몸을 날려 곧바로 하늘 밖을 날고 싶어

回首中州只尺餘 회수중주지척여

머리를 돌리니 중주가 바로 지척일세

 

題淸冷閣   제청령각 

청령각을 적다

 

天高地廻路悠悠 천고지회로유유

하늘은 높고 땅은 멀어 갈 길이 아득하여

庚暑頻年獨倚樓 경서빈년독의루

해마다 삼복더위에 홀로 누각에 의지하네

南去北來何日盡 남거북래하일진

남북으로 떠도는 것을 어느 날에나 그칠까

白雲芳草使人愁 백운방초사인수

흰 구름과 방초가 사람의 시름을 자아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