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溟大師의 충절과 詩

桐華寺上房聞分夜鐘 (동화사상방문분야종) 外

-수헌- 2022. 12. 28. 19:54

桐華寺上房聞分夜鐘   동화사상방문분야종  

동화사 스님방에서 흩어지는  밤의 종소리를 듣고

 

中虛外厚形圓直 중허외후형원직

둥근 모양에 바깥은 두텁고 속은 비어서

隨扣而嗚歲月深 수구이오세월심

오랜 세월 지나면서 치는 대로 우는구나

夢裡初驚聞虎嘯 몽리초경문호소

꿈속에서 처음 들으면 범이 우는 듯하고

醒時更覺聽龍吟 성시경각청룡음

깨어서 다시 들으니 용이 노래하는구나

曾爲靈隱黄昏響 증위령은황혼향

일찍이 영은사에서는 황혼에 올리더니

又作寒山半夜音 우작한산반야음

또 한산사에서는 한밤중에 소리를 내네

幾度令人發深省 기도령인발심성

몇 번이나 사람 마음을 깨우치게 했는지

至今風颺振幽林 지금풍양진유림

지금도 바람에 날려 그윽한 숲에 떨치네

 

 

福州西原寺   복주 서원사  

 

前朝郭外寺 전조곽외사

성 밖에 있는 전 왕조의 절은

零落對長河 영락대장하

긴 강을 마주하고 허물어졌네

古井生秋草 고정생추초

옛 우물에 가을풀이 돋아나고

空樑散曙鴉 공량산서아

빈 들보엔 새벽 까마귀 흩어지네

千年香火盡 천년향화진

천년을 이어온 향불이 꺼지고

今夕水雲多 금석수운다

오늘 저녁에는 구름만 많구나

游子獨怊悵 유자독초창

지나는 나그네 홀로 슬퍼하니

亂山生瞑霞 난산생명하

어지러운 산의 노을도 어둡구나

 

 

圓寂庵    원적암  

 

琪樹瓊林白玉山 기수경림백옥산

아름다운 나무와 숲으로 치장한 백옥산의

萬峯高出大羅間 만봉고출대라간

일만 봉이 대라천 사이에 높이 솟았구나

自憐紫府逍遙樂 자련자부소요락

가련하게 자부에서 노닐며 즐기려 하나

翻笑黃塵道路艱 번소황진도로간

우습게도 누런 흙먼지에 도로가 험난하네

 

松桂影中僧入定 송계영중승입정

솔과 계수나무 그림자에 중이 들어있으니

鳳簫聲裡月臨開 봉소성리월림개

봉소 소리 속에 달이 뜨기 시작하는구나

碧桃花落無人見 벽도화락무인견

벽도화가 지는데 보는 사람이 없으니

時與麻姑一破顔 시여마고일파안

때때로 마고와 더불어 한바탕 웃는구나

 

※琪樹瓊林(기수경림) : 기수(琪樹)는 구슬을 드리우고 있다는 선경(仙境)의 옥수(玉樹)를 말하고, 경림(瓊林)은 아름다운 옥으로 꾸민 듯한 숲을 말한다. 즉 백옥산의 아름다운 나무와 숲을 표현한 말이다.

※大羅天(대라천) : 상상의 천계(天界)로 선계(仙界)의 뜻으로 쓰인다. 삼계(三界)의 밖은 사인천(四人天)이라 하고 사인천 밖은 삼청(三淸)이라 하고 삼청의 위는 대라천이라 한다. 대라천의 위에 또 구천(九天)이 있다고 한다.

※紫府(자부) : 신선이 사는 곳을 말한다.

※鳳簫(봉소) : 아악에서 쓰는 관악기의 하나. 대나무로 봉황의 날개처럼 만든 악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