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溟大師의 충절과 詩

泊岳陽江口 (박악양강구) 外 - 四溟大師( 사명대사)

-수헌- 2022. 12. 24. 11:46

泊岳陽江口 訪孤雲舊跡    박악양강구 방고운구적  

악양강 어구에 배를 대고 고운의 옛 자취를 찾다

 

孤舟曉發昆陽城 고주효발곤양성

배 한 척 홀로 새벽에 곤양성을 떠나서

暮泊岳陽樓下石 모박악양루하석

해 저물어 악양루 아래 바위에 대었네

金箱何處青桂深 금상하처청계심

청계 향 짙은 어느 곳에 금상이 있는지

飛來飛去鶴一隻 비래비거학일척

학 한 마리 오락가락 날아다니는구나

黄昏爨火乞漁村 황혼찬화걸어촌

황혼에 어촌에서 불을 구해 밥을 짓고

入夜汀洲燃楚竹 입야정주연초죽

밤들어 물가에서 갈대로 불을 피웠네

平明起望毘盧峯 평명기망비로봉

날이 밝아 일어나 비로봉을 바라보니

雲盡東南天一色 운진동남천일색

구름 다 걷힌 동남 하늘이 한 빛이구나

 

※青桂(청계) : 청계향(靑桂香). 침향(沈香)을 만드는 향나무에서 추출되는 향 이름.

 

*사명대사(四溟大師)는 1575년 선종(禪宗)의 수찰(首刹)인 봉은사의 주지로 천거되었으나 사양하고, 묘향산 보현사 서산대사의 문하로 들어갔다. 이로부터 3년 동안 수행을 거듭하였으며, 그 사이에 사명대사(四溟大師)는 대동강 부벽루(浮碧樓)에 오르고, 고운 최치원의 족적을 따라 해인사를 비롯하여 사천 곤양성(昆陽城)과 하동 악양루(岳陽樓)를 유력(遊歷)하였다.

 

 

東湖早發    동호조발  

동호를 일찍 떠나며

 

雞鳴解纜蓬山西 계명해람봉산서

닭이 울자 봉산 서쪽에서 닻줄을 풀고

流下龍湖夜猶早 류하룡호야유조

용호를 내려가니 아직도 이른 밤이구나

江風蹔歇波影空 강풍잠헐파영공

강바람이 잠깐 멈추니 물결도 잠잠하고

雲生浦口沈汀樹 운생포구침정수

포구에 구름 일어 물가나무가 잠기었네

舟人呼急布新蓬 주인호급포신봉

뱃사람 불러 급히 뱃지붕을 다시 펼치니

地接歸虛應有雨 지접귀허응유우

하늘이 나직해져 아마도 비가 올 듯하네

欸乃一聲柔櫓移 애내일성유로이

부드럽게 노 저으니 젓는 소리 일어나고

平明泊近長安道 평명박근장안도

날이 밝을 무렵에 장안길 부근에 대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