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嶺南樓次韻詩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18

-수헌- 2022. 6. 25. 20:27

九月初四日 到任密城 十一日與友宴凌波堂 次板上退陶先生近體韻      鄭士信   (梅窓集)  

구월 초사일 도임밀성 십일일여우연릉파당 차판상퇴도선생근체운     정사신

구월사일 밀양에 부임해서 십일일 벗들과 능파당에서 연회를 열고 판상의 퇴계, 도은 선생의 근체운을 차운하다.

 

誰誇水色共長 수과수색공장천

누가 물빛과 넓은 하늘을 자랑하겠는가

鏡面新開几案 경면신개궤안전

책상 앞에 거울 면이 새로이 펼쳐졌구나

積翠瑤岑平野外 적취요잠평야외

멀리 들판 밖 봉우리에 푸른빛이 쌓였고

酣紅錦樹落霞 감홍금수락하변

노을 진 곳 나무에 붉은빛이 한창이네

杯盤屢進堆銀膾 배반루진퇴은회

은어회 접시와 술잔을 연거푸 밀어내고

舞袖輕回裊篆 무수경회뇨전연

춤추는 옷소매가 전연처럼 가볍게 나부끼네

入夜未須歌管鬧 입야미수가관료

밤이 되어 마땅히 음악이 시끄럽지 않으니

靜看凉月滿華 정간량월만화연

달빛 가득한 화려한 자리를 고요히 바라보네

 

※篆煙 : 전자(篆字) 모양으로 꼬불꼬불 올라가는 향로의 연기.

 

 

復次前韻 부차전운      鄭士信 정사신     (梅窓集)  

다시 앞의 운을 차운하다.

 

來趁賓鴻九月 내진빈홍구월천

구월 하늘의 기러기를 따라오니

悠悠征旆在樓 유유정패재루전

여유로운 정패가 누각 앞에 있구나

蕭條氓戶黃茅裏 소조맹호황모리

초가집의 백성들은 쓸쓸하기만 하고

藍縷編軍赤立 남루편군적립변

가난한 지역의 군사는 남루하구나

百弊詢時心貯火 백폐순시심저화

온갖 폐해를 물을 때 마음에 불이 쌓여서

千艱憂處口生 천간우처구생연

온갖 어려움과 근심에 입에서 연기가 나네

瘡痍滌盡妖氛廓 창이척진요분곽

요기가 다하여야 백성의 고통이 씻기고

然後淹留玳瑁 연후엄류대모연

그런 연후에야 대모연에 머무르겠네

 

※征旆(정패) : 옛날, 고위 관리가 길을 떠날 때 세운 깃발.

※赤立(적립) : 매우 가난함.

※瘡痍(창이) : 참상, (백성의) 고통.

 

*정사신(鄭士信,1558~1619) : 조선시대 장례원 판결사, 밀양 부사 겸 경상도중도방어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자부(子孚), 호는 매창(梅窓) 또는 신곡(神谷).

 

 

敬次漢陰李公過嶺南樓舊址韻 경차한음이공과영남루구지운      孫起陽 손기양     (聱漢集)

영남루 옛터를 지나다 한음 이덕형 공의 운을 공손히 차운하다.  

 

欲將時事問蒼 욕장시사문창천

그때 있었던 일 창천에 묻고자 하니

萬景傷心在眼 만경상심재안전

온갖 풍경이 상심하여 눈앞에 있구나

浮世興亡元有數 부세흥망원유수

헛된 세상 흥망은 원래 셀 수 있으나

名區風月自無 명구풍월자무변

명승지의 풍월은 절로 다함이 없구나

江聲夜入瀟湘雨 강성야입소상우

밤 되니 강에는 소상의 빗소리 들리고

山色秋連洛浦 산색추련락포연

가을 산색은 낙포의 안개에 닿았구나

誰構新亭名憶昔 수구신정명억석

누가 옛 생각에 새 정자 이름 지을지

夕陽和恨滿賓 석양화한만빈연

손님 가득한 자리에 석양과 한이 섞였네

 

※瀟湘雨(소상우) : 소상팔경(瀟湘八景)의 하나인 소상야우(瀟湘夜雨)를 의미함. 소상(瀟湘)은 동정호(洞庭湖) 남쪽에서 소수(瀟水)와 상수(湘水)가 합치는 곳을 말하는데, 풍경이 매우 아름다워 송(宋) 나라 때 화가 송적(宋迪)이 소상의 풍경을 8폭으로 그리고, 평사낙안(平沙落雁) 원포귀범(遠浦歸帆) 산시청람(山市晴嵐) 강천모설(江天暮雪) 동정추월(洞庭秋月) 소상야우(瀟湘夜雨) 연사만종(煙寺晩鐘) 어촌석조(漁村夕照) 등 여덟 가지의 화제(畫題)를 달았다. 그 이후로 많은 문인들이 소상팔경을 시로 노래하였다.

 

萬事何須更問 만사하수경문천  

만사를 어찌 다시 하늘에 물을 수 있으랴

行藏已定百年 행장이정백년전

나고 드는 것은 이미 백 년 전에 정해졌네

伊優不離高堂上 이우불리고당상

높은 당상에서 떨어지지 않고 아첨하다가

骯髒終歸遠道 항장종귀원도변

끝내는 지조를 지키며 먼 길에서 돌아오네

沙塞狼烽傳白日 사새랑봉전백일

변방에서는 대낮에 낭봉을 올려 전하는데

侯門蠟燭散靑 후문랍촉산청연

후문에서는 납촉의 푸른 연기만 흩어지네

誰將俯仰憂危狀 수장부앙우위상

어떤 장수가 위급을 걱정해 아래위를 살펴서

寫作新圖獻御 사작신도헌어연

새로운 지도를 그려 임금님의 자리에 바칠까

 

※伊優(이우) : 말을 얼버무리며 윗사람에게 영합하는 아첨꾼을 말함

※骯髒(항장) : 고결한 지조를 지키며 강직하게 맞서는 사람.

※狼烽(낭봉) : 이리의 똥[狼糞, 낭분]을 태워 그 연기로 올리는 봉화(烽火).

※侯門(후문) : 고관대작의 저택.

※俯仰(부앙) : 아래를 굽어보고 위를 우러러 봄.

 

*손기양(孫起陽,1559~1617) : 조선시대 성균관 전적, 울주 판관, 영천군수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경징(景徵), 호는 오한(聱漢) 또는 송간(松磵).

 

嶺南樓 영남루       金允安 김윤안     (東籬集)

 

歸雲拖雨渡江 귀운타우도강천

구름이 비를 끌고 강을 건너 돌아가더니

銀竹橫斜忽滿 은죽횡사홀만전

소나기가 돌연 앞에 가득히 가로 비꼈네

何處亂峰晴靄外 하처란봉청애외

비 갠 봉우리 아지랑이 바깥은 어디인가

幾村煙火夕陽 기촌연화석양변

석양 변 몇몇 마을에 연기가 오르는구나

英豪袞袞空遺躅 영호곤곤공유촉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발자취를 남기고

佳會悤悤似散 가회총총사산연

좋은 모임은 연기처럼 총총히 흩어지네

鄕思晩來禁不得 향사만래금불득

저물녘에 고향생각 드는 것을 금할 수 없어

夜深愁坐月侵 야심수좌월침연

밤 깊어 달빛 어린 자리에 근심스레 앉았네

 

※銀竹(은죽) : 은빛 대나무라는 뜻으로, 몹시 퍼붓는 소나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백(李白)의 시에 ‘겨울 산을 비추며 내리는 하얀 비, 흩뿌리는 모습이 은빛 대와 흡사하네. [白雨映寒山 森森似銀竹]’라는 구절이 있다.

※袞袞(곤곤) : 많다. 수두룩하다. 끝이 없다.

 

*김윤안(金允安,1562~1620) : 조선시대 대구부사, 대사간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이정(而靜), 호는 동리(東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