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嶺南樓次韻詩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16

-수헌- 2022. 6. 7. 23:08

嶺南樓 영남루      趙秀三 조수삼    (秋齋集)  

 

名樓高壓嶺南 명루고압영남천

이름난 누각 높이 솟아 영남 하늘을 누르고

洛水羅山一檻 낙수라산일함전

낙수와 펼친 산이 하나같이 난간 앞에 있네

螺䯻新粧環座後 라고신장환좌후

둘러앉은 뒤쪽을 산봉우리가 새로 단장하고

鴨頭秋淥瀉樽 압두추록사준변

푸르고 맑은 가을 물이 술통 가에 쏟아지네

漁樵艇捷歸時笛 어초정첩귀시적

어부와 나무꾼 탄 배는 피리 불며 돌아가고

竹樹村遙在處 죽수촌요재처연

마을의 대나무는 멀리 안개 낀 곳에 있네

不惜千金買歌舞 불석천금매가무

천금으로 가무를 사는 것도 아깝지 않으니

年年迎客設華 년년영객설화연

해마다 화려한 연회 열어 손님을 맞으리라

 

※鴨頭(압두) : 오리 머리처럼 푸른색.

 

*조수삼(趙秀三,1762~1849) : 조선 후기 서구도올, 북행백절, 석고가 등을 저술한 시인. 초명은 경유(景濰). 자는 지원(芝園)·자익(子翼), 호는 추재(秋齋) 경원(經畹). 중인 출신으로 관직에 나간 이력이 없으며, 여항시인(閭巷詩人)으로 불리어진다.

 

嶺南樓 영남루      趙寅永 조인영    (雲石遺稿) 

 

倦道行人薄暮 권도행인박모천

황혼 녘에 게을리 길을 가던 나그네가

纔登船閣是樓 재등선각시루전

겨우 배에 오르니 누각 앞이로구나

南來始坐江山裏 남래시좌강산리

남으로 와서 강산 속에 처음 앉으니

明發應懸寢夢 명발응현침몽변

응당 꿈자리에 들었다 날이 새겠지

遠渚懷人生白露 원저회인생백로

그리움은 멀리 물가의 이슬처럼 생기고

平林得月破蒼 평림득월파창연

숲에 달이 뜨니 푸른 안개가 흩어지네

緗簾畫棟秋光滿 상렴화동추광만

상렴과 용마루에 가을빛이 가득하니

歌舞何煩供客 가무하번공객연

연회의 손님께 가무로 접대함이 어찌 번거로울까

 

*조인영(趙寅永,1782~1850) : 조선 후기 형조판서, 우의정, 영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희경(羲卿), 호는 운석(雲石).

 

嶺南樓 丙寅 영남루 병인      許傳 허전    (性齋集)  

 

我先子一川公詩板舊在此樓 樓災而板亦焚 今樓新而板未新 不肖 傳 感而改刊 因敬次原韻附于末

아선자일천공시판구재차루 루재이판역분 금루신이판미신 불초 전 감이개간 인경차원운부우말

나의 선조 일천공의 시판이 예전에 이 누각에 있었는데, 화재로 시판 역시 타 버렸다. 이제 누각은 새로 지었으나 시판은 새로 만들지 않아, 불초한 내가 전하고자 다시 펴내고 싶었다. 그래서 정중히 원 운을 차운하여 그 끝에 부친다.

 

飄如羽化欲登 표여우화욕등천

새가 되어 바람처럼 하늘을 올라가고자

身在南樓畫檻 신재남루화함전

몸은 영남루 그림 같은 난간 앞에 있네

蓬海遙通朱鳥下 봉해요통주조하

봉해는 아득히 주작의 아래로 통하고

桃源近接白雲 도원근접백운변

도원은 흰구름 부근 가까이에 접했네

平原萬樹生秋色 평원만수생추색

들판 모든 나무에 가을빛이 생겨나고

高郭千家起夕 고곽천가기석연

높은 성안 집집마다 저녁연기 일어나네

閱水長川流日夜 열수장천류일야

물을 보니 긴 강을 밤낮으로 흘러가도

今人筵是昔人 금인연시석인연

지금 자리의 사람은 옛날의 그 사람일세

 

※先子(선자) : 예전에 살았던 사람. 특히 돌아가신 아버지나 스승을 이른다.

※蓬海(봉해) : 신선이 사는 봉래도가 있는 바다.

※朱鳥(주조) : 남방을 맡은 신인 적제(赤帝)를 말한다. 또한 별자리 이십팔 수(二十八宿) 가운데 남방의 일곱 별의 총칭으로 역시 남방을 다스리는 신을 의미하며 일명 주작(朱雀)이라고도 한다.

 

*허전(許傳, 1797~1886) : 조선 후기 춘추관기사관, 우부승지, 병조참의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이로(以老), 호는 성재(性齋).

 

嶺南樓 次板上韻 영남루 차판상운       申佐模 신좌모    (澹人集)  

 

高樓夜坐望靑 고루야좌망청천

밤에 푸른 하늘 보며 높은 누각에 앉으니

萬景都輸几案 만경도수궤안전

온갖 풍경이 모두 책상 앞에 옮겨 왔구나

境絶長風吹在下 경절장풍취재하

아래쪽 골짝에서 바람이 길게 불어오고

江空白月照無 강공백월조무변

빈 강에 흰 달빛이 끝없이 비치는구나

雨餘官渡參差樹 우여관도참차수

관도의 나무들에 넉넉하게 비 내리고

畫裏人家一半 화리인가일반연

그림 같은 인가에 반쯤 연기가 오르네

倚遍欄干淸不寐 의편란간청불매

밝은 난간에 의지하여 잠 못 이루니

可堪明日是離 가감명일시리연

내일 자리를 떠나도 견딜 수 있겠네

 

*신좌모(申佐模,1799~1877) : 조선 후기 춘추관 편수관, 이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좌인(左人), 호는 담인(澹人).

 

次嶺南樓韻 차영남루운      文敬仝 문경동    (滄溪集)  

 

危甍高揷半晴 위맹고삽반청천

높은 용마루가 갠 하늘에 반쯤 꽂혀 있고

遠峀輕嵐落檻 원수경람락함전

먼 산의 남기가 난간 앞에 가볍게 내렸네

千古風流盃酒裏 천고풍류배주리

오랜 옛적부터 술잔 속에 풍류가 있고

一江雲物畫圖 일강운물화도변

그림 가의 경물은 강 위의 구름이구나

香傳野店梅村雨 향전야점매촌우

매화촌에 비 내려 향이 야점까지 전해오고

翠鎖珠簾竹塢 취쇄주렴죽오연

대숲 언덕의 연기는 푸른 주렴에 갇혔구나

更好倚欄山有月 경호의란산유월

산에 뜬 달이 다시 좋아 난간에 의지하니

却疑身在廣寒 각의신재광한연

내 몸이 광한전 자리에 있는 듯하구나

 

※광한전(廣寒殿) : 달 속의 선녀가 사는 월궁의 이름이다.

 

次嶺南樓韻 차영남루운      文敬仝 문경동    (滄溪集)  

 

壯志當年劒倚 장지당년검의천

큰 뜻을 품고 그해에 의천검을 얻으니

光芒直射斗牛 광망직사두우전

칼 빛이 두우성 앞을 바로 비추는구나

半生事業靑燈下 반생사업청등하

반평생을 푸른 등 아래서 글만 읽다가

一段忠貞白日 일단충정백일변

한 가닥 곧은 충절을 임금님께 바치네

淸夢有時尋釣澤 청몽유시심조택

꿈속에서 낚시터를 찾을 때가 있으니

功名無計上凌 공명무계상릉연

공명을 이뤄 능연각에 오를 계책이 없네

登樓意氣麤豪甚 등루의기추호심

누각에 오르니 의기가 심하게 거칠어져

慷慨長吟風拂 강개장음풍불연

길게 풍월 읊으니 슬픔만 자리에 드네

 

※劒倚天(검의천) ; 보검인 의천검(倚天劍)을 말함. 삼국지연의에서 조조의 보검 두 자루 중 하나이며, 이백(李白)의 임강왕절사가(臨江王節士歌)에 ‘장사가 분노하여 큰 바람이 일어나니, 어찌하면 의천검을 얻어서 바다 건너며 큰 고래를 벨까.〔壯士憤 雄風生 安得倚天劍 跨海斬長鯨〕’ 라는 구절도 나온다.

※光芒直射斗牛前(광망직사두우전) : 뛰어난 능력을  아직 다 발휘되지 못하고 묻혀있음을 뜻한다. 진 나라 때 장화(張華)와 뇌환(雷煥)이 천문을 보니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에 붉은 기운이 뻗쳤는데, 뇌환이 이것이 보검의 기운이 땅에서 올라간 것임을 알고 풍성(豐城) 땅에 묻혀 있던 용천(龍泉)과 태아(太阿)의 두 보검을 찾았다는 전설이 있다. <晉書>

※능연(凌煙) : 당 나라 때 공신들의 초상화를 걸어놓은 능연각(凌煙閣)을 말함. 당 태종이 장손무기(長孫無忌)를 비롯한 훈신(勳臣) 24명의 초상화를 그려서 여기에 걸어 놓게 하였다.

 

*문경동(文敬仝,1457~1521) : 조선 전기 종부시 첨정, 성균관 사성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흠지(欽之), 호는 창계(滄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