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嶺南樓次韻詩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17

-수헌- 2022. 6. 21. 23:25

次密陽嶺南樓韻 二十日 차밀양영남루운 이십일      丁煥 정환    (檜山集)  

 

登臨身若上雲 등림신약상운천

올라보니 몸이 높은 하늘위에 있는듯하고

碧玉湖光盪眼 벽옥호광탕안전

눈앞에 벽옥 같은 호수 빛이 흔들리는구나

千頃栗林孤鶩外 천경률림고목외

천경의 밤 밭 밖에 오리 한 마리 있고

萬重螺䯻落霞 만중라고락하변

만 겹의 산봉우리 부근에 노을이 지네

霜深老葉紅圍錦 상심로엽홍위금

서리에 늙은 잎이 비단처럼 붉게 둘렀고

露浥芳芷綠鋪 노읍방지록포연

이슬 젖은 지초가 안개처럼 푸르게 펼쳤네

一入南中風景最 일입남중풍경최

남쪽으로 한번 드니 풍경이 가장 좋아서

暫將瑤瑟醉華 잠장요슬취화연

화려한 연회 거문고에 잠시 취하고자하네

 

*정환(丁煥,1497~1540) : 조선 전기 호조좌랑, 경상도 도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용회(用晦), 호는 회산(檜山).

 

 

南征藁 次密陽嶺南樓 남정고 차밀양영남루     柳景深 유경심     (龜村集)  

 

擬斬樓蘭百萬頭 登臨長嘯誓江流 試將軍令三杯酒 故被佳人一笑留

의참누란백만두 등림장소서강류 시장군령삼배주 고피가인일소류

누란의 머리 백만을 베고자 누에 올라 흐르는 강물에 오랫동안 맹서 했다. 술 석 잔으로 장군의 영을 받드니 저 가인께서 한번 웃어주었다.

 

指顧風生劒倚 지고풍생검의천

잠깐 사이 의천검의 바람이 생겨나고

豼貅百萬擁樓 비휴백만옹루전

비휴 백만이 누각 앞을 끌어안았네

王師只要無傳箭 왕사지요무전전

왕사는 단지 전전이 없기를 바랄 뿐

廟筭元非爲好 묘산원비위호변

조정의 계책이 원래 좋은 것은 아니네

擬揮干戈淸海岱 의휘간과청해대

무기를 휘둘러 나라를 깨끗이 하여서

肯懷圖畫入凌 긍회도화입릉연

초상화가 능연각에 들어갔으면 좋겠네

傍人莫詠賢勞句 방인막영현로구

주위 사람들이 현로를 노래하지 않으니

應奏膚功醉肆 응주부공취사연

응당 연회에서 취하여 큰 공을 아뢰리라

 

※누란(樓蘭) : 서역(西域)의 나라 이름으로, 오랑캐를 가리킨다. 한 무제(漢武帝)가 대완국(大宛國)과 통하려 하는데, 누란국이 가로막아 한나라의 사절(使節)을 공격하였으므로, 소제(昭帝) 때에 부개자(傅介子)를 보내어 누란왕을 쳐 죽였다.

※豼貅(비휴) : 범과 비슷하다고도 하고 곰과 비슷하다고도 하는 맹수. 비는 수컷이고 휴는 암컷이다. 전하여, 용맹한 장병을 뜻하기도 한다.

※傳箭(전전) : 전시(戰時)에 전령(傳令)을 전하기 위해 쏘는 화살.

※賢勞(현로) : 훌륭한 재주를 지닌 자가 홀로 어려운 일을 감당하여 고생을 할 때 쓰이는 말.

※膚功(부공) : 큰 공을 세움.

 

堪笑平生守甕 감소평생수옹천  

평생을 좁은 식견으로 비웃음을 견디다

登臨遊樂冠從 등림유악관종전

벼슬하며 누에 올라 즐기면서 놀았네

楊花細逐澄江面 양화세축징강면

버들 꽃이 맑은 강 위 잔잔히 떠가고

山雨來隨白鷺 산우래수백로변

백로 부근을 따라 산에 비가 오는구나

芳草渡橋飛遠笛 방초도교비원적

방초 나루 다리에 멀리 피리소리 날아오고

夕陽籬落起炊 석양이락기취연

석양 지는 울타리엔 밥 짓는 연기 오르네

琴歌緩奏靑娥舞 금가완주청아무

천천히 음악 연주하니 미녀가 춤을 추고

繡履香飄玳瑁 수리향표대모연

수를 밟은 향기가 대모연에 회오리치네

 

※옹천(瓮天) : 항아리의 안을 천지(天地)로 생각한다는 뜻으로, 소견이 아주 좁음을 비유한 말이다.

 

*유경심(柳景深,1516~1571) : 조선 전기 대사헌, 병조참판, 평안도 관찰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태호(太浩), 호는 구촌(龜村).

<남정고(南征藁)는 구촌(龜村) 유경심(柳景深)이 加德, 金海, 密陽, 咸安 등 남쪽 지역을 다니며 지은 것으로, 각 지역의 東軒과 누각의 운을 차운해 지은 시가 많은데 이시는 그중 嶺南樓의 시판을 차운한 시이다.>

 

 

嶺南錄 영남록      趙翊 조익     (可畦集)  

 

高樓形勝麥秋 고루형승맥추천

보리 익는 철 높은 누각 경치가 빼어나고

霞鶩分飛棨戟 하목분비계극전

노을 속 오리는 계극앞에 흩어져 나는구나

歷歷河山愁眼外 력력하산수안외

강과 산은 걱정 어린 눈 밖에 역력하고

寥寥興廢倦吟 요요흥폐권음변

흥이 사라져 쓸쓸해 시 읊기도 게을러지네

西岑雨過霾殘照 서잠우과매잔조

비 지나간 서쪽 봉우리 낙조에 어둑해지니

南浦帆來割暝 남포범래할명연

남포의 돛단배 어두운 안개 헤치고 오네

景色撩人多感慨 경색료인다감개

풍경이 마음을 끌어 감개가 많아져도

芳時無興對華 방시무흥대화연

좋은 때 화려한 연회에서도 흥이 없구나

 

※霞鶩(하목) : 지는 노을 속의 따오기란 뜻이다. 낙하고목(落霞孤鶩)의 준말로, 당(唐) 나라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에 ‘지는 노을은 외로운 따오기와 나란히 날고, 가을 강물은 긴 하늘과 함께 한빛일세 [落霞與孤鶩齊飛 秋水共長天一色].’ 한 말이 있는데, 이 구(句)는 아름다운 표현으로 수많은 시에서 인용되었다.

※棨戟(계극): 적흑색(赤黑色) 비단으로 싼 나무창이다. 왕공(王公) 이하의 관리(官吏)가 나갈 때 전구자(前驅者)가 앞길을 인도하는 의장용으로 쓰인다. 곧 관리의 행차를 뜻한다.

※撩人(요인) : 남을 꾀다, 자극하다, 남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다, 남의 마음을 끌다.

 

*조익(趙翊, 1556~1613) : 조선시대 병조좌랑, 광주 목사, 장령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비중(棐仲), 호는 가휴(可畦).

 

 

구촌(龜村) 유경심(柳景深)의 영남루 시가 실린 남정고(南征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