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嶺南樓次韻詩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9

-수헌- 2022. 4. 17. 13:21

次嶺南樓板上韻 차영남루판상운     丁範祖 정범조  

 

鞍馬東窮海上 안마동궁해상천

말에 안장 얹고 동쪽 끝 바다까지 갔다가

歸途更倚嶺樓 귀도경의령루전

돌아오는 길에 다시 영남루 앞에 기대섰네

百年城郭昇平後 백년성곽승평후

태평성대가 오랫동안 지난 뒤의 성곽에는

中夜江山皷吹 중야강산고취변

한밤중에도 강산 일대에 풍악소리 들리네

寺壓鏡光聞一磬 사압경광문일경

거울 같은 강 위의 절에서 경쇠 소리 들리고

櫂迷篁影見孤 도미황영견고연

노 젓는 곳에 대숲 비치고 연기 한줄기 보네

登臨三度猶餘戀 등림삼도유여련

세 번이나 올라도 오히려 아쉬움 남아

坐到明星落綺 좌도명성락기연

좋은 연회에 별 떨어질 때까지 앉았네

 

※昇平(승평) : 나라가 안정되어 아무 걱정이 없고 평안함.

 

*정범조(丁範祖,1723~1801) : 조선 후기 형조판서, 예문관, 홍문관의 제학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법세(法世), 호는 해좌(海左).

 

 

密陽嶺南樓韻贈主伯 밀양영남루운증주백     洪聖民 홍성민  

밀양영남루 운으로 지어 주백께 드리다.

 

人事寧逃已定 인사영도이정천

인간사 운명은 이미 하늘이 정했지만

聞君有夢數年 문군유몽수년전

그대도 수년 전엔 꿈이 있었다 들었네

行装只任浮沈裏 행장지임부침리

다만 세상 부침 속에 행장을 맡기고서

談笑惟從道路 담소유종도로변

길을 가며 오직 도리를 좇아 담소하세

樽酒慰來前面目 준주위래전면목

동이 술로 눈앞의 모습을 위로받으니

江山巧逞舊風 강산교령구풍연

강산은 아름다운 옛 풍경 그대로 일세

休將急管鳴嗚咽 휴장급관명오열

오열하는 울음 급히 그치려 하지 말게

萍水相逢又別 평수상봉우별연

물 위의 부평처럼 만났다 헤어지는 자리이니

 

*홍성민(洪聖民,1536-1594) : 조선시대 예조판서, 대사헌, 호조판서, 경상감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시가(時可), 호는 졸옹(拙翁).

 

<이 시는 홍성민이 영남루에서 밀양부사와 작별하면서 그에게 준 작품인데, 다른 영남루 제영시(題詠詩)들이 대부분 영남루의 경관 등을 찬양한 작품인데 반해 이 시는 영남루 제영시(題詠詩)의 운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경관은 전혀 언급함이 없이 인생의 무상(無常)과 이별을 주제로 하고 있다.>

 

 

嶺南樓韻 영남루운     李滉 이황 

 

欄干高壓鏡中 난간고압경중천

난간 우뚝 솟아 거울에 비친 하늘 누르고

一望荊吳盡眼 일망형오진안전

바라보니 형오의 경관이 눈앞에 다 있네

江蹙海門荒野外 강축해문황야외

거친 들판 밖 바다 관문에 강이 막혔고

地窮蠻嶺瘴雲 지궁만령장운변

땅 끝 만령 곁에는 습한 구름이 걸렸구나

催詩曉日纖纖雨 최시효일섬섬우

새벽부터 낮까지 이슬비 내려 시를 짓고

入畫平林細細 입화평림세세연

평지 숲의 가느다란 연기를 그림에 담네

好把漬樽供遠賞 호파지준공원상

좋은 술 단지 잡고 원경을 즐기면 되지

不須檀板鬧芳 불수단판료방연

단판으로 좋은 연회 소란케 할 것 없네

 

※荊吳(형오) : 형(荊)은 중국 장강(長江) 유역의 춘추시대 초(楚) 나라의 별명이고, 오(吳) 역시 장강(長江) 하류 유역을 영유한 춘추시대 나라 이름이다. 따라서 경관이 좋은 중국 남쪽 지방을 의미한다.

※檀板(단판) : 박자판. 민간 타악기의 한 가지. 견고한 나무 세 쪽을 묶어 박자를 치면서 노래한다.

 

 

嶺南樓次前人韻 영남루차전인운     權橃 권벌  

옛사람의 영남루 운을 차운하다.

 

高架雄樓嶺外 고가웅루령외천

봉우리 밖 하늘에 웅장한 누각 높이 걸려서

名區形勝一望 명구형승일망전

이름난 고을 뛰어난 풍광이 앞에 보이는구나

抽身長路馳驅裏 추신장로치구리

오랜 여정을 치달리는 속에서 몸을 빼내어

送眼歸鴻滅沒 송안귀홍멸몰변

돌아가는 기러기 사라진 곳에 눈길을 보내네

不盡長江平似練 부진장강평사련

긴 강은 단련된 것처럼 곧게 다함이 없고

無垠野氣淡如 무은야기담여연

거친 기운은 안개처럼 묽어서 끝이 없구나

憑虛爲報春風道 빙허위보춘풍도

봄바람 부는 길 알리려고 허공에 기대서니

育遣飛花入舞 육견비화입무연

피워 보낸 꽃잎이 연회에 춤추며 날아드네

 

※抽身(추신) : 벼슬자리에서 몸을 빼낸다는 뜻.

 

*權橃(권벌, 1478~1548) : 조선 전기 의정부 좌참찬, 의정부 우찬성, 원상 등을 역임한 문신. 학자. 자는 중허(仲虛), 호는 충재(冲齋)·훤정(萱亭)·송정(松亭). 밀양부사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