苦熱行 고열행 李德懋 이덕무
大地生靈何烝烝 대지생령하증증
대지가 생령들을 어찌 이리 쪄 대는지
赫日炎風若炊蒸 혁일염풍약취증
붉은 해 더운 바람이 불을 때는 듯하네
避暑河朔亦難承 피서하삭역난승
하삭음의 피서조차 따라 하기 어려우니
旣無碧筩酒淸澄 기무벽통주청징
맑은 벽통주는 이미 없어진 지 오래네
吟風聲歇着樹𧕄 음풍성헐착수응
나무에 붙은 매미도 울던 것을 그치고
沖霄心無坐▣鷹 충소심무좌▣응
토시에 앉은 매 하늘로 솟을 생각 없네
或坐緗簟時几凭 혹좌상점시궤빙
대자리에 앉았다 때로는 안석에 기대어
赤脚惟思踏層氷 적각유사답층빙
맨발로 얼음장 밟고 싶은 생각만 나네
況復當宇鬧蚊蠅 황부당우료문승
하물며 방안에는 모기 파리가 시끄러워
中心鬱鬱愁如繩 중심울울수여승
가슴속이 답답하고 걱정마저 많아지네
赤帝赤龍赤道陞 적제적룡적도승
적제와 적룡이 적도 위로 높이 올라오니
搖扇南望熱不勝 요선남망열불승
남으로 부채 휘둘러도 더위를 못 참겠네
雪山何處冷崚𡾓 설산하처냉릉층
설산은 어디든지 찬 봉우리 우뚝 솟았고
月宮天上寒沍凝 월궁천상한호응
천상의 월궁은 차갑게 얼어붙었다는데
我欲御風翛然登 아욕어풍소연등
이 몸이 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 올라가서
雪可爲餐月作燈 설가위찬월작등
눈으로 밥을 짓고 달로 등을 삼고 싶네
頭癢頻搔髮亦鬅 두양빈소발역붕
가려운 머리 자주 긁으니 더부룩해지고
汗沾頻拭愁益增 한첨빈식수익증
땀이 젖어 자주 닦는 괴로움도 더해 가네
鐘山燭龍亦可憎 종산촉룡역가증
종산의 촉룡 또한 몹시도 가증스러우니
欲使玄冥施氷罾 욕사현명시빙증
현명을 시켜서 얼음 덫을 치게 해야겠네
合向高樓上上層 합향고루상상층
모두 모여 높은 누각 위층으로 올라가서
靑松爲隣竹爲朋 청송위린죽위붕
푸른 솔은 이웃하고 대나무는 벗을 삼네
神昏氣憊但枕肱 신혼기비단침굉
정신 혼미하고 고달파 팔 베고 누웠으니
愁見景迹飛薨薨 수견경적비훙훙
윙윙대며 나는 파리를 보기가 괴롭구나
忍熱吟詩亦何能 인열음시역하능
더위를 참으며 읊는 시가 어찌 잘 될까
筆下龍蛇懶飛騰 필하용사나비등
붓 아래의 용사마저 움직임이 둔해지네
炎熱中間我是滕 염열중간아시등
염열의 사이에 낀 내가 곧 등 나라인데
羡彼長松蔭瘦藤 이피장송음수등
장송의 그늘에 덮인 저 등이 부럽구나
※河朔(하삭) : 하삭(河朔)은 하삭음(河朔飮)으로 무더운 여름철에 피서(避暑)하며 즐기는 술자리를 뜻한다. 후한(後漢) 말에 광록대부 유송(劉松)이 하삭(河朔)으로 원소(袁紹)의 군대를 위무하러 가서 원소의 자제들과 삼복더위에 술자리를 벌여 즐긴 고사에서 온 말이다.
※碧筩酒(벽통주) : 삼국(三國) 시대 위(魏) 나라 정각(鄭慤)이 삼복(三伏)에 피서(避暑)를 하면서 연잎[蓮葉]에다 술 석 되를 담아서 비녀[簪]로 연잎의 줄기를 찔러서 마시면 술 향기가 맑고 시원하다 하였는데, 그것을 벽통주(碧筩酒)라 하였다.
※沖霄心無坐▣鷹(충소심무좌▣응) : 원문에서 ▣로 표시된 글은 [革+肅]으로 되어 있는데, 음(音)과 훈(訓)을 찾을 수 없어 문맥상 매사냥할 때 쓰는 토시로 번역하였다.
※ 赤帝赤龍(적제적룡) : 적제(赤帝)와 적룡(赤龍) 모두 무더위를 말한다. 적제(赤帝)는 여름을 맡은 신을 말하고, 적룡(赤龍)은 붉은 용으로 불[火]을 뜻한다.
※月宮(월궁) : 천상(天上)에 있다는 광한궁(廣寒宮)을 말하는데, 이곳은 언제나 시원하여 ‘광한궁’이라 이름하였다 한다.
※鐘山燭龍(종산촉룡) : 종산(鐘山)은 중국 남경(南京)에 있는 자금산(紫金山)의 옛 이름이고, 촉룡(燭龍)은 종산(鐘山)을 지키는 신(神)으로, 키가 천리(千里)나 되고, 사람 얼굴에 뱀의 몸으로, 입에 촛불을 머금고 천문(天門)을 비추며 숨을 들이마시면 겨울이 되고 내 쉬면 여름이 되며, 눈을 뜨면 낮이요 감으면 밤이 된다고 한다. 촉음(燭陰)이라고도 한다.
※玄冥(현명) : 玄[검은색]은 오행 가운데 수(水)에 해당하고, 방위로는 북쪽, 계절로는 겨울에 해당하여 현명을 겨울의 신 또는 물의 신이라 한다.
※ 筆下龍蛇懶飛騰(필하룡사나비등) : 용사(龍蛇)는 용(龍)과 뱀[蛇]처럼 생동감(生動感) 있는 붓글씨를 말한다. 더위 때문에 글씨도 나태하여 생동감(生動感)이 없다는 의미이다.
※炎熱中間我是滕(염열중간아시등) : 등(滕 ) 나라는 전국 시대(戰國時代)에 제(齊) 나라와 초(楚) 나라 곁에 있었던 작은 약소국이다. 더위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정을 강대국인 제(齊)와 초(楚) 사이에 낀 등(滕) 나라에 비유하였다.
*이덕무(李德懋, 1741~1793) : 조선후기 관독일기, 편찬잡고, 청비록 등을 저술한 유학자이자 실학자. 자는 무관(懋官), 호는 형암(炯庵) 아정(雅亭) 청장관(靑莊館) 영처(嬰處) 동방일사(東方一士) 신천옹(信天翁). 박학다식하고 고금의 기문이서(奇文異書)에도 통달했으며, 문명(文名)을 일세에 떨쳤으나, 서자(庶子)였기 때문에 크게 등용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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