客居池上 有百日紅 紫薇花 自春至秋迭開不已 有是詠 趙絅
객거지상 유백일홍 자미화 자춘지추질개불이 유시영 조경
객지에 있을 때 못가에 백일홍인 자미화가 봄부터 가을까지 번갈아 끊임없이 피어나기에 이를 읊다.
百日紅對紫薇花 백일홍대자미화
백일을 붉게 피는 자미화를 마주 대하니
無春無夏復秋葩 무춘무하부추파
봄 여름 없이 피더니 가을에 또 피어나네
風前茜粉飛難見 풍전천분비난견
바람에 날리는 붉은 꽃가루는 보이지 않고
霜後愁香動亦奢 상후수향동역사
서리 내린 뒤 과분한 향기 풍겨 시름겹네
堪喚維摩開道室 감환유마개도실
유마거사를 불러서 도실을 열게 할 만하고
能令衛玠避行車 능령위개피행거
위개의 수레마저 피해 가게 할 만하구나
赤憎晩蝶貪芳意 적증만접탐방의
꽃을 탐하는 저녁 나비가 몹시도 미운 건
未覺繁華本有涯 미각번화본유애
본래 영화가 끝이 있음을 깨닫지 못함이네
※堪喚維摩開道室(감환유마개도실) : 유마(維摩)는 부처님의 제자(弟子)로 재가(在家) 보살인 유마힐(維摩詰) 거사를 말한다. 출가 수행자가 아닌 재가 신분으로, 심오한 불법을 통달하고 모든 성문, 보살들을 능가하는 지혜를 보여주며, 유마거사가 병을 핑계로 누워있을 때, 부처님의 명을 받은 문수보살을 비롯한 수많은 제자들과 보살들이 문병을 오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불법을 설하는 내용의 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이 있다. 이 구절은 유마(維摩) 거사가 부처님의 제자 중 으뜸이듯이 자미화가 꽃 중의 으뜸이라는 표현인 듯하다.
※能令衛玠避行車(능령위개피행거) : 위개(衛玠)는 진(晉) 나라 사람으로 풍채가 준수하고 재덕이 있어 옥인(玉人)이라 불렸다. 위개가 수레를 타고 나타나면, 수많은 여인들이 다투어 나와 구경하였는데, 평소 병약(病弱)한 위개는 그 피로를 견딜 수 없어 끝내 병사했다 한다. 이 구절은 위개 마저 수레를 돌려 피해 갈 만큼 자미화가 아름답다는 표현인 듯.
*조경(趙絅, 1586~1669) : 조선시대 대제학, 형조판서, 회양 부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일장(日章), 호는 용주(龍洲) 주봉(柱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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