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又消暑八事(2) - 우 소서팔사(2)

-수헌- 2021. 7. 19. 12:11

又消暑八事  또 더위를 식히는 여덟 가지 방법

 

삼복더위의 기간은 중복과 말복의 기간에 따라 짧게는 20일, 길어야 한 달이지만 사람이 체감하는 기간은 엄청 길었을 것 같다.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도 삼복더위를 잊기 위해 그 피서법으로 소서팔사(消暑八事)의 시 여덟 수를 짓고 또 같은 시제(詩題)와 운(韻)으로 재첩(再疊), 삼첩(三疊) 각 여덟 수를 지었으며, 다른 시제와 운으로 우소서팔사(又消暑八事) 여덟 수를 새로이 지었으나 성에 차지 않았는지 또다시 같은 시제(詩題)와 운(韻)으로 우소서팔사(又消暑八事) 여덟 수를 더 지어 모두 40수의 소서팔사를 완성하였다.

 

剗木通風 잔목통풍

나무 베어 바람을 통하게 하기

 

笠亭蓊鬱鎖林中 립정옹울쇄림중

조그만 정자가 무성한 숲 속에 묻혀서

薙氏腰鎌柞氏同 치씨요겸작씨동

치씨와 작씨가 같이 허리에 낫을 찼네

阻塞如城常蓄暑 조새여성상축서

성처럼 꽉 막혀 험하고 항상 무더운 곳을

虛通爲隧自生風 허통위수자생풍

환히 터서 절로 바람 일어 통하게 하네

園容忽捲重幃錦 원용홀권중위금

동산은 문득 겹겹의 비단 휘장 걷은 듯하고

天色新磨古鏡銅 천색신마고경동

하늘빛은 오래된 구리거울 닦은 듯 새롭네

小醉不妨時落帽 소취불방시락모

조금 취해 거리낌 없을 땐 모자를 벗고

臥看峯頂晩霞紅 와간봉정만하홍

누워서 산꼭대기 붉은 저녁놀을 보네

 

치씨(薙氏), 작씨(柞氏) ; 주(周)나라 관직의 이름으로 치씨(薙氏)는 풀 베는 일을 관장하고, 작씨(柞氏)는 초목을 다스리는 일을 관장하는 관직이다.

 

決渠流水 결거류수

도랑을 터서 물이 흐르게 하기

 

澎湃奔流勢赴虛 팽배분류세부허

세찬 물결 빈 곳으로 흘러가게 하려고

山庭一半畫新渠 산정일반화신거

산 마당 한쪽을 새 도랑으로 만들었네

薥田漸見行泥蟹 촉전점견행니해

점차 수수밭 뻘에 다니는 게를 볼 수 있겠고

蓮蕩全輸漉水魚 연탕전수록수어

연못에 물 마르면 고기들에 물 댈 수 있겠네

幾日窄關停快馬 기일착관정쾌마

며칠 동안 좁은 관문에 쾌마처럼 머무르다가

片時長阪碾輕車 편시장판년경차

잠깐 뒤엔 긴 골짝에 물방아를 돌리겠네

却看樵子朝濡筆 각간초자조유필

쳐다보던 나무꾼이 처음으로 붓을 적시어

何事遙摹太史書 하사요모태사서

어쩐 일로 옛날 태사공의 하거서를 베꼈나

 

太史書(태사서) ; 太史公河渠書(태사공하거서). 태사공은 한(漢) 나라 때 태사령(太史令)을 지낸 사마천(司馬遷)을 말하고, 하거서는 사마천의 《사기》의 편명으로서 천하의 강과 도랑에 대하여 그 하공(河工)과 수리(水利) 등의 일을 기록한 것이다.

 

拄松作壇 주송작단

누운 소나무 떠받쳐 단 만들기

 

三十六柱一虯松 삼십륙주일규송

서른여섯 기둥으로 굽은 소나무를 고이니

鬐鬣橫張疊翠濃 기렵횡장첩취농

갈기가 가로 겹쳐 펼쳐져 푸른 그늘 짙네

迮地寬平剜側圃 책지관평완측포

채마밭을 깎아 좁은 땅을 평평하게 넓히니

遠天低小立群峯 원천저소립군봉

먼 하늘에 뭇 봉우리들이 나직하게 섰네

颼飅恥作顚狂舞 수류치작전광무

바람에 꼭대기가 미친 듯 춤 추는게 부끄럽고

淅瀝淸於瀑溜舂 석력청어폭류용

석력은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보다 맑기만 하네

岱嶽玄壇總閒事 대악현단총한사

태산의 현단도 모두가 부질없는 일이라

山家今歲號元封 산가금세호원봉

산가의 금년 호칭을 원봉이라 하리라

 

※淅瀝(석력) ; 기본 의미는 비나 눈이 내리는 소리라는 뜻이나, 바람이 나무를 스치어 울리는 쓸쓸한 소리를 말하기도 한다.

※元封(원봉) ; 한 무제(漢武帝)의 연호. 한 무제가 원봉 원년에 태산에서 봉선제(封禪祭)를 지냈는데, 여기서는 소나무를 괴고 단(壇)을 쌓은 것을 한 무제(漢武帝)의 봉선(封禪)에 비유한 것이다.

 

 

升萄續檐 승도속첨

포도넝쿨을 처마에 올려 잇기

 

狂藤裊蔓雜洪纖 광등뇨만잡홍섬

크고 가는 넝쿨이 어지러이 섞여 뻗어서

分外仍賖一丈檐 분외잉사일장첨

밖으로 나눠 처마를 한 길 더 달아냈네

几落墨雲書共纈 궤락묵운서공힐

검은 구름 책상 떨어져 책까지 물들이고

盤捎紫乳酒同沾 반소자유주동첨

쟁반에 담긴 유주는 자줏빛을 더하네

風欄盡日龍擎蓋 풍란진일룡경개

바람 부는 난간에 용이 종일 일산 떠받치고

雪窖他時虎伏鹽 설교타시호복염

설교는 뒷날 범도 소금에 엎드리게 하듯이

蘡薁縱爲驚座客 영욱종위경좌객

늘어진 열매는 좌중의 손들을 놀라게 하고

護花藩圃亦須兼 호화번포역수겸

채마밭 덮은 꽃도 아울러 지킬 수 있네

 

※乳酒(유주) ; 젖당[乳糖]을 발효시켜 만든 술. 알코올 농도가 매우 낮아 술이라기보다 음료 쪽에 가까울 듯. 여기서는 포도즙을 의미.

※설교(雪窖) : 설교는 눈 쌓인 움집이란 뜻으로 한나라 무제(武帝) 때 흉노(匈奴)에 사신 간 소무(蘇武)의 충절을 이르는 말이다. 흉노의 선우(單于)가 소무를 귀순시키려고 움집 속에 감금하고 음식을 주지 않았으나, 소무는 내리는 눈을 먹고 사는 등 고생을 하면서도 끝내 굽히지 않고 19년이나 한나라에 대한 충절을 지키다 돌아온 고사에서 연유하였다. 《漢書 蘇武傳》. 따라서 이 구절은 충절은 범 같은 흉노도 굴복시킬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調童晒書 조동쇄서

아이 시켜 책에 바람 쐬기

 

綺匣棕函列兩房 기갑종함렬량방

서책 담긴 비단 상자 두 방에 벌여 놓고

日晴山閣進風涼 일청산각진풍량

갠 날 산속 집에서 서늘한 바람 쏘이는데

煙煤預怕螢芒短 연매예파형망단

반딧불 빛 약해 그을음 낄까 미리 두렵고

雕刻頻驚蠹界長 조각빈경두계장

좀이 파먹어 길게 패인 자국에 자주 놀라네

漆帖輝翻疑掣電 칠첩휘번의체전

옻칠한 표지는 번갯불이 번쩍이듯 빛나고

箈錢乾落似經霜 지전건락사경상

말라 떨어지는 곰팡이는 서리 내린 듯하네

吾東搨本休同晒 오동탑본휴동쇄

우리나라 탑본들은 한 가지로 바람 쐐길 그치면

唾紙光光鈍帙黃 타지광광둔질황

침 바른 종이 빛이 변해 책이 누렇게 되리라

 

※箈錢(지전) ;서물(書物)에 핀 돈 모양의 곰팡이.

※吾東(오동) ; 예전에 우리나라를 이르던 말. 중국을 중심으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가 동쪽에 있다는 데에서 나온 말이다.

※搨本(탑본) ; 석비나 기와, 기물 등에 새겨진 문자나 무늬를 종이에 그대로 박아 냄. 또는 다른 책을 그대로 베낀 책.

 

聚兒課詩 취아과시

아이들 모아 시 공부하기

 

炎風翕翕日遲遲 염풍흡흡일지지

더운 바람 한꺼번에 불고 해는 길기만 한데

團聚龍猪未判兒 단취룡저미판아

용저도 구분 안 되는 아이들을 모아 놓았네

飭作佳篇逃勒帛 칙작가편도늑백

허리띠를 풀고 좋은 시편 짓도록 타이르고

禁訓哤語爇金絲 금훈방어설금사

잡담하며 담배 피우지 못하도록 가르쳤네

夕吟似畫旋添足 석음사화선첨족

저녁에 읊은 건 뱀 그림에 사족 단 것 같고

朝讀如醫每補脾 조독여의매보비

아침에 읽은 건 늘 의원이 비위 보함 같네

總道高門無此會 총도고문무차회

모두들 지체 높은 가문엔 이런 모임 없는데

鶯衫先著理難知 앵삼선저리난지

앵삼부터 입히는 까닭을 모르겠다 하네

 

※龍猪(용저) ; 용과 돼지, 즉 준수한 사람과 노둔한 사람을 비유한 말.

※勒帛(늑백) ; 허리를 둘러매는 띠.

※金絲(금사) : 금실(담배), 설금사(爇金絲) ; 담배를 태움.

※鶯衫(앵삼) ; 조선 시대, 생원이나 진사에 합격한 나이 어린 소년이나 과거에 새로 합격한 사람이 입던 황색의 예복.

 

 

句船跳魚 구선도어

배를 엮어 뛰어 오르는 물고기 잡기

 

瓜皮革履一雙船 과피혁리일쌍선

과피선과 혁리선으로 한 쌍의 배를 띄우고

兩尾相銜暝色天 양미상함명색천

어두운 하늘 아래 두 배 꼬리 서로 물렸네

白小群分踰臬入 백소군분유얼입

은어 떼 나누어 뱃전 넘어 뛰어 들어오니

烏巾閑坐抱村沿 오건한좌포촌연

오건 쓰고 한가히 앉아 물 따라 마을로 가네

爾行無燭昏如漆 이행무촉혼여칠

배 가는 길은 등불 없이 칠흑같이 어두우나

吾道非鉤直似弦 오도비구직사현

내 길은 굽지 않고 활줄처럼 곧게 간다네

範我驅馳猶詭遇 범아구치유궤우

내가 정당하게 몰아도 오히려 속임 같으나

大庖何獨不圍田 대포하독불위전

어찌 사냥도 않고 크게 요리 할 수 있으랴

 

※烏巾(오건) : 벼슬하지 않은 자가 은거하며 쓰는 검은 수건.

※瓜皮革履(과피혁리) : 직역하면 외 껍질과 가죽신이니 그만큼 작은 배를 일컬음.

 

 

凹銚爇肉 요요설육

오목한 냄비에 고기 삶아먹기

 

窪如藥臼小如銚 와여약구소여요

약절구처럼 우묵하고 냄비처럼 작은 곳에

見說脄?樂此宵 견설매정낙차소

듣자 하니 고기 삶아 이 밤을 즐긴다 하네

片月當中圍似暈 편월당중위사훈

조각달은 달무리에 에워싸여 중천에 떠 있고

細風吹處怒成潮 세풍취처노성조

실바람 부는 곳에 거센 조수가 일어나네

先歸酒婢沽村釀 선귀주비고촌양

계집종은 마을에서 막걸리 사서 돌아 오고

解事茶僮拾澗樵 해사다동습간초

일 잘 아는 다동은 차 끓일 나무 주워 오네

莫把蔬腸爲肉袋 막파소장위육대

고기를 먹기 위해 나물은 집어 들지 말게

會徵瓜事更相招 회징과사경상초

모임에서 서로 불러 다시 야채 먹게 될 테니

 

※?(정) ; 생선구울 정, 고기지질 정

※瓜事(과사) ; 송(宋) 나라 때 채유(蔡攸)란 사람이 여름날, 관원들을 도산(道山)에 모아 놓고 좌상의 여러 사람에게 오이에 대한 고사를 고증하도록 하고, 고증할 때마다 오이 한 조각씩을 먹게 하였다. 이때 동유(董逌)가 연이어 여러 가지 고사를 고증하여 좌중으로부터 탄복을 받았던 데서 온 말이다. 여기서 과사(瓜事)는 오이에 대한 고사를 뜻하고, 전하여 다시 야채를 먹게 될 것을 의미한다.

 

이미지출처<한국고전종합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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