陶淵明과 和陶詩 57

飮酒二十首(음주이십수) 其十七

飮酒 음주 其十七 陶淵明 도연명 幽蘭生前庭 유란생전정 그윽한 난초가 앞뜰에 돋아나서 含薰待清風 함훈대청풍 향기 머금고 맑은 바람 기다리다 清風脫然至 청풍탈연지 마침내 맑은 바람이 불어오니 見別蕭艾中 견별소애중 맑은 쑥대 속에서도 구별이 되네 行行失故路 행행실고로 길을 가다가 옛길을 잃었지만 任道或能通 임도혹능통 도리에 맡기면 통할 수 있으리라 覺悟當念還 각오당염환 돌아올 생각하며 깨달은 것은 鳥盡廢良弓 조진폐양궁 새가 없어지면 좋은 활 버려야 한다네 和陶飮酒二十首 其十七 退溪 李滉 도연명의 음주 이십 수에 화답하다. 蕭蕭草蓋屋 소소초개옥 쓸쓸하게 풀로 뒤덮인 집에 上雨而旁風 상우이방풍 하늘에서 비가 오고 바람도 부네 就燥屢移牀 취조루이상 침상을 창으로 옮겨 습기를 말리고 收書故篋中 수서고협중 오래된 상자..

飮酒二十首(음주이십수) 其十六

飮酒 음주 其十六 陶淵明 도연명 少年罕人事 소년한인사 젊어서부터 인간관계가 드물어서 遊好在六經 유호재육경 육경을 좋아하여 즐기며 지냈는데 行行向不惑 행행향불혹 세월이 흘러 불혹을 바라보니 淹留遂無成 엄류수무성 오래도록 살면서 이룬 것이 없네 竟抱固窮節 경포고궁절 궁해도 절개만은 굳게 품은 채 飢寒飽所更 기한포소경 굶주림과 추위만 지겹도록 겪었네 弊廬交悲風 폐려교비풍 기우는 오두막엔 바람만 쓸쓸하고 荒草沒前庭 황초몰전정 앞마당엔 거친 잡초만 덮였구나 披褐守長夜 피갈수장야 낡은 옷 걸치고 긴긴밤 지새우니 晨鷄不肯鳴 신계불긍명 새벽닭마저 울려고 하지 않네 孟公不在玆 맹공부재자 선비를 알아주는 맹공도 없으니 終以翳吾情 종이예오정 내 마음은 끝내 답답하기만 하네 和陶飮酒二十首 其十六 退溪 李滉 도연명의 음주 이십..

飮酒二十首(음주이십수) 其十五

飮酒 음주 其十五 陶淵明 도연명 貧居乏人工 빈거핍인공 가난하게 살면서 일도 잘 못해서 灌木荒余宅 관목황여택 관목이 내 집을 거칠게 덮었네 班班有翔鳥 반반유상조 날아가는 새는 분명히 있는데도 寂寂無行跡 적적무행적 지나간 자취도 없이 적적하구나 宇宙一何悠 우주일하유 우주는 어찌 그토록 아득한데도 人生少至百 인생소지백 인생살이 백 년도 되지 못하나 歲月相催逼 세월상최핍 세월이 황급히 서로 재촉하여 鬢邊早已白 빈변조이백 귀밑머리 이미 일찌감치 세었네 若不委窮達 약불위궁달 곤궁과 영달을 맡겨두지 않는다면 素抱深可惜 소포심가석 본래 품었던 생각이 정말 아깝겠네 和陶飮酒二十首 其十五 退溪 李滉 도연명의 음주 이십 수에 화답하다. 道邇求諸遠 도이구제원 가까이 있는 도를 먼 데서 구하고 滔滔曠安宅 도도광안댁 도도한 물결..

飮酒二十首(음주이십수) 其十四

飮酒 음주 其十四 陶淵明 도연명 故人賞我趣 고인상아취 오랜 벗이 내 취미를 즐기려고 挈壺相與至 설호상여지 무리 지어 술병 들고 찾아왔네 班荊坐松下 반형좌송하 소나무 아래에 관목 깔고 앉아 數斟已復醉 수짐이부취 몇 잔 술 주고받으니 이내 취했네 父老雜亂言 부노잡난언 어지러이 떠드느라 어른들에게 觴酌失行次 상작실행차 술 따르는 순서도 잊어버렸네 不覺知有我 불각지유아 취하여 나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데 安知物爲貴 안지물위귀 부귀와 명예 따위를 어찌 알겠나 悠悠迷所留 유유미소유 한가로이 변치 않고 빠져드니 酒中有深味 주중유심미 술 속에 깊은 뜻이 있구나 ※班荊(반형) :옛 친구를 만난 기쁨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춘추시대 초(楚) 나라 오거(伍擧)가 채(蔡) 나라 성자(聲子)와 교류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

飮酒二十首(음주이십수) 其十三

飮酒 음주 其十三 陶淵明 도연명 有客常同止 유객상동지 항상 같이 사는 사람이 있어도 取捨邈異境 취사막이경 취하고 버리는 것이 전혀 다르네 一士長獨醉 일사장독취 한 사람은 늘 홀로 취해 있었고 一夫終年醒 일부종년성 한 사람은 일 년 내 깨어 있는데 醒醉還相笑 성취환상소 깬 사람 취한 사람 서로 비웃고 發言各不領 발언각불령 말을 해도 서로 알아듣지 못하네 規規一何愚 규규일하우 얼빠진 것처럼 하나같이 어리석으니 兀傲差若穎 올오차약영 오만함은 훌륭함과 같지 않다네 寄言酣中客 기언감중객 취중에 있는 사람에게 말을 전하노니 日沒燭當炳 일몰촉당병 해가 졌으니 촛불이나 밝히시구려 ※規規(규규) : 얼빠진 모양, 식견이 좁은 모양. 和陶飮酒二十首 其十三 退溪 李滉 도연명의 음주 이십 수에 화답하다. 我思千載人 아사천재인..

飮酒二十首(음주이십수) 其十二

飮酒 음주 其十二 陶淵明 도연명 長公曾一仕 장공증일사 장장공은 일찍이 벼슬 한차례 했으나 壯節忽失時 장절홀실시 장년에는 느닷없이 벼슬을 버렸네 杜門不復出 두문불부출 문을 닫고 다시는 나가지를 않고 終身與世辭 종신여세사 죽을 때까지 세상과 연을 끊었네 仲理歸大澤 중리귀대택 양중리도 대택으로 돌아오니 高風始在茲 고풍시재자 그곳에서 고고한 기풍이 생겼네 一往便當已 일왕변당이 한번 나갔으면 마땅히 그만 둘 일이지 何為復狐疑 하위부호의 무엇 때문에 다시 의심하고 망설이는가 去去當奚道 거거당해도 의당 어느 길을 가고 또 가도 世俗久相欺 세속구상기 세속에서 오랫동안 서로 속이네 擺落悠悠談 파락유유담 한가로운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請從余所之 청종여소지 내가 가는 곳으로 따라오시게 ※張長公(장장공) : 전한대의 대부였던 ..

飮酒二十首(음주이십수) 其十一

飮酒 음주 其十一 陶淵明 도연명 顏生稱爲仁 안생칭위인 안회는 품성이 어질어서 칭송을 받고 榮公言有道 영공언유도 영계기는 도를 행한다고 말하지만 屢空不獲年 누공불획년 안회는 끼니 자주 걸러 오래 살지 못했고 長饑至於老 장기지어노 영계기는 내내 굶주리며 노경에 이르렀네 雖留身後名 수류신후명 비록 죽은 후에 명성이 남기는 하였으나 一生亦枯槁 일생역고고 하나같이 모두 굶어서 야윈 채 살았다네 死去何所知 사거하소지 죽은 뒤에 이름이 알려지면 무엇하랴 稱心固爲好 칭심고위호 마음에 맞게 한결 같이 사는 게 좋지 客養千金軀 객양천금구 나그네 같은 이 몸 천금처럼 여겨도 臨化消其寶 임화소기보 죽음에 이르면 그 보배도 사라진다네 裸葬何必惡 나장하필오 맨 몸으로 묻힌들 어찌 나쁘겠는가 人當解意表 인당해의표 사람들은 뜻밖의 ..

飮酒二十首(음주이십수) 其十

飮酒 음주 其十 陶淵明 도연명 在昔曾遠遊 재석증원유 예전에 일찍이 먼 길 떠났을 적에 直至東海隅 직지동해우 곧장 동쪽바다 모퉁이에 이르렀네 道路迥且長 도로형차장 가는 길은 아득하고 또 멀었는데 風波阻中塗 풍파조중도 많은 풍파가 가는 길을 막았었지 此行誰使然 차행수사연 이 길 가는 일을 그 누가 시켰나 似爲飢所驅 이위기소구 굶주림에 몰려서 그랬던 것 같다 傾身營一飽 경신영일포 몸 낮춰 일했으면 한 몸 배부르고 少許便有餘 소허변유여 젊어서 편함과 여유가 있었을 텐데 恐此非名計 공차비명계 아마도 이것이 좋은 계획 아니어서 息駕歸閒居 식가귀한거 가던 길 멈추고 돌아와 한가히 사네 和陶飮酒二十首 其十 退溪 李滉 도연명의 음주 이십 수에 화답하다. 所思在何許 소사재하허 내 생각 닿는 곳이 그 어디인가 天涯與地隅 천..

飮酒二十首(음주이십수) 其九

飮酒 음주 其九 陶淵明 도연명 清晨聞叩門 청신문고문 맑은 새벽에 문 두드리는 소리 듣고 倒裳往自開 도상왕자개 거꾸로 옷 걸치고 나가 손수 열면서 問子為誰歟 문자위수여 그분에게 누구신지 하고 물었더니 田父有好懷 전부유호회 좋은 뜻이 있는 시골 농부라 하네 壺漿遠見候 호장원견후 술 한 병 가지고 날 보러 멀리 오니 疑我與時乖 의아여시괴 시속에 맞지 않아 의아하게 하네 襤縷茅簷下 남루모첨하 남루한 초가집 처마 밑에 사는 신세 未足爲高棲 미족위고서 높이 산다고 풍족하다고 할 수 없고 一世皆尚同 일세개상동 온 세상이 오히려 모두 한 가지이니 願君汨其泥 원군골기니 그대도 그 진창에 빠지도록 하구려 深感父老言 심감부로언 어르신의 말씀이 매우 감사하오나 稟氣寡所諧 품기과소해 타고난 성품이 잘 어울리지 못해서 紆轡誠可學..

飮酒二十首(음주이십수) 其八

飮酒 음주 其八 陶淵明 도연명 青松在東園 청송재동원 푸른 소나무는 동쪽 정원에 있고 衆草沒其姿 중초몰기자 온갖 풀들은 그 자취를 감추었네 凝霜殄異類 응상잔이류 된서리에 다른 풀들 모두 죽어서 卓然見高枝 탁연견고기 우뚝 선 높은 가지 분명히 보이네 連林人不覺 연림인불각 사람들은 연이은 숲을 느끼지 못해도 獨樹衆乃奇 독수중내기 홀로 선 나무는 무리 가운데 뛰어나네 提壺撫寒柯 제호무한기 술병 들고 찬 가지를 어루만지며 遠望時復爲 원망시부위 때때로 멀리 바라보길 되풀이한다 吾生夢幻間 오생몽환간 나는 허깨비 같은 꿈속에 사는데 何事紲塵羈 하사설진기 어쩐 일로 풍진 세상 굴레에 매이겠는가 和陶飮酒二十首 其八 退溪 李滉 도연명의 음주 이십 수에 화답하다. 園林朝雨過 원림조우과 동산 수풀에 아침에 비 지나가니 蔥蒨嘉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