除日悵然有作 제일창연유작 尹愭 윤기
제야에 서글퍼서 짓다
今年止今日 금년지금일
올해도 오늘로써 끝이 나니
斷送六十三 단송륙십삼
예순세살도 헛되이 보내는구나
明日是明年 명일시명년
내일이면 바로 새해가 되는데
屈指還自慙 굴지환자참
손꼽아보니 도리어 부끄럽구나
衆皆樂其樂 중개악기악
사람들이 모두 풍류를 즐기며
幸沾聖化覃 행첨성화담
성화가 미쳐서 행복이 더하고
餞舊復迎新 전구부영신
묵은해 보내고 새해를 맞으니
室家和且湛 실가화차담
집안이 더욱 화목해지는구나
屠牛供烹炰 도우공팽포
소를 잡아서 삶고 구우면서
呼酒賭醺酣 호주도훈감
내기 술에 얼근하게 취하네
巷多靚粧女 항다정장녀
단장한 여인들 골목에 북적대고
街溢炫服男 가일현복남
옷 화려한 사내들 거리에 넘치네
竟夜事娛戱 경야사오희
밤이 다하도록 놀면서 즐기니
着處喧笑談 착처훤소담
가는 곳마다 담소하며 떠드네
驅儺陟驚鬼 구나척경귀
구나를 올려서 귀신을 쫓아내니
分歲迭騰驂 분세질등참
말 타고 달리듯 해가 빨리 바뀌네
列炬爛栢椒 열거란백초
횃불 켜 놓고 백주와 초주 마시고
飣盤雜韭柑 정반잡구감
소반에 부추와 감귤이 섞여 쌓였네
餽別待換桃 궤별대환도
도부 바꾸길 기다려 묵은해 보내고
博塞催傾藍 박새최경람
윷놀이를 하며 남미주를 기울이네
俗習難具論 속습난구론
이날 풍속을 모두 말하기 어려우니
流風孰眞諳 유풍숙진암
전해오는 풍속을 누가 그대로 알까
櫟翁獨塊坐 역옹독괴좌
역옹이 홀로 우두커니 앉았으니
殘燈寂小菴 잔등적소암
희미한 등불에 작은 초당이 적막하네
屠㢝且後進 도소차후진
또한 도소주를 뒤에 마시게 되니
文史憶曾耽 문사억증탐
학문을 즐겼던 지난날 추억하게 되네
逝川知無奈 서천지무내
가는 세월 어쩔 수 없음을 알게 되니
貧病却自甘 빈병각자감
가난과 질병도 도리어 달게 느끼고
誰能事追隨 수능사추수
남의 뒤를 쫓기를 누가 잘할까만
猶擬趁朝參 유의진조참
오히려 조정에는 따라 참여하려 하네
今古嗟枘鑿 금고차예착
고금에 이치에 맞지 않은 일 많아도
義理劇牛蠶 의리극우잠
의리는 쇠털과 고치처럼 세밀하구나
跡畸守拙默 적기수졸묵
남겨진 자취가 수졸하여 침묵하면서
顔衰愧賾探 안쇠괴색탐
깊이 도를 찾다 늙으니 부끄럽구나
昔人曾祭詩 석인증제시
옛사람이 일찍이 시를 제사 지냈다는데
欲效恐不堪 욕효공불감
따라 하고 싶어도 감당 못할까 두렵네
※除日(제일) : 섣달그믐날 밤.
※驅儺(구나) : 예전에, 궁중에서 악귀를 쫓는 일이나 그런 의식을 이르던 말
※分歲(분세) : 분세(分歲)는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오므로 해가 나뉜다는 뜻으로 그믐밤 자정을 뜻한다.
※栢椒(백초) : 백주(栢酒)와 초주(椒酒). 제석 밤과 설날 아침에 산초를 넣어 만든 초주(椒酒)와 잣 잎을 넣어 만든 백엽주(柏葉酒)를 선조에게 올려 강신한 후에 온 가족이 모여 자식들이 가장에게 올렸다고 한다.
※飣盤雜韭柑(정반잡구감) : 옛날 입춘(立春) 날 풍속에 파 마늘 부추 쑥 겨자의 다섯 가지 매운 나물로 오신반(五辛盤)을 만들고, 황감귤(黃柑橘)로 술을 빚었는데, 입춘과 설날의 시기가 거의 겹치므로 고사를 혼용하여 인용한 듯하다.
※餽別待換桃(궤별대환도) : 복숭아나무로 만든 악귀(惡鬼)를 쫓는 부적의 일종. 복숭아나무를 깎아 만든 판자에, 신도(神荼)와 울루(鬱壘) 두 신상(神像)을 그려서 대문 곁에 걸어두면 악귀가 달아난다고 한다.
※博塞催傾藍(박새최경람) : 박새(博塞)는 우리나라의 윷놀이와 비슷한 중국의 놀이이고, 람(藍)은 남미주(藍尾酒)로 남미주(婪尾酒) 또는 도소주(屠蘇酒)라고도 한다.
※櫟翁(역옹) : 저력옹(樗櫟翁)의 약칭으로 못난 늙은이라는 뜻이다. 자신에 대한 겸사이다.
※屠蘇酒(도소주) : 도소주는 설날에 마시는 약주(藥酒)를 말한다. 귀신의 기운을 끊어 죽이고 사람의 혼을 다시 깨워 살린다는 뜻에서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도소주를 화타(華佗)의 비방(秘方)이라고 하였다. 그믐밤을 자지 않고 새다가 새해 첫새벽이 되면 가족 모두 의관을 정제하고 모여서 차례로 도소주를 마시는데, 나이 어린 사람부터 마신다. 따라서 도소주를 늦게 마신다 함은 나이가 들어 늙었다는 의미이다.
※文史(문사) : 문학과 역사라는 의미이나 여기서는 단순히 학문을 의미한 듯.
※枘鑿(예착) : 각이 진 자루는 둥근 구멍에 끼우지 못한다는 뜻으로, 사물이 서로 맞지 아니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義理劇牛蠶(의리극우잠) : 사람의 도리를 탐구하여 세세히 모두 알았다는 뜻이다. 누에고치의 실과 소의 털처럼 미세한 이치까지 모두 연역해 내었다는 의미인데, 원나라 학자 오징(吳澄)이 주자의 화상을 그려놓고 ‘현묘하고 미세한 의리는, 누에실과 소털 같고 마음의 크기는 넓어서, 바다처럼 넓고 하늘처럼 높았네. 빼어난 재주는 성현의 학문이었네.〔義理玄微 蠶絲牛毛 心胸恢廓 海闊天高 豪傑之才 聖賢之學〕’라고 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守拙(수졸) :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못난 본성을 고치지 않음. 세태에 융합하지 않고 우직(愚直)함을 지키다.
※昔人曾祭詩(석인증제시) : 중당(中唐)의 시인 가도(賈島)는 매년 제석이 되면 반드시 그해 1년 동안 지은 시를 가져다 서안 위에 놓고 술과 포를 차린 다음, 향을 사르고 제사를 올렸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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