次退溪元日見寄之作 차퇴계원일견기지작 黃俊良 황준량
퇴계가 정월 초하루에 부쳐준 시에 차운하다
餞臘迎春欲曉天 전랍영춘욕효천
섣달 보내고 봄을 맞아 동이 틀 무렵에
山齋獨坐意茫然 산재독좌의망연
산속 집에 홀로 앉으니 마음이 아득하네
行臨蘧瑗知非歲 행림거원지비세
거원이 잘못을 알았던 나이가 다가오니
已到鄒軻不動年 이도추가부동년
맹자가 부동심이라던 나이에 도달했구나
聖處工夫難下手 성처공부난하수
성인을 공부하는 것은 손 대기 어려운데
頭邊光景劇奔川 두변광경극분천
세월은 물살처럼 빨리 백발을 재촉하니
何緣免被他歧惑 하연면피타기혹
어찌하면 기로에서 미혹을 면하게 될까
正路前頭試着鞭 정로전두시착편
바른길 머리에서 채찍을 휘둘러 보리라
後醉屠蘇若病狂 후취도소약병광
늦게 도소주에 취하여 미친 것처럼 되니
客懷多緖轉堪傷 객회다서전감상
나그네 마음 고민이 많아 상심하게 되네
經心世變憂無奈 경심세변우무나
세상 변고 걱정하는 마음 어찌할 수 없어
進步誠關力不强 진보성관역불강
성의관으로 나아가려 해도 힘이 모자라네
愁對霜毛添鏡色 수대상모첨경색
늘어가는 거울 속 백발 시름겹게 대하며
喜看瓊句映銀光 희간경구영은광
은광지에 비친 좋은 시 기쁘게 읽어보네
唯從吾好餘無望 유종오호여무망
내 좋은 것만 좇을 뿐 바랄 것이 없으니
試問臞仙學善藏 시문구선학선장
구선에게 잘 숨어 사는 법 물어보려 하네
※行臨蘧瑗知非歲(행림거원지비세) : 나이 50세가 되어간다는 의미이다. 춘추시대 위(衛) 나라의 대부였던 거원(蘧瑗)이 '나이 50세가 되었을 때 지난 49년간의 잘못을 알게 되었다. [年五十而知四十九年非]'는 고사에 비유하였다.
※已到鄒軻不動年(이도추가부동년) : 추가(鄒軻)는 맹자(孟子)를 말한다. 맹자(孟子)의 본명이 맹가(孟軻)이고, 추(鄒) 나라 출신이어서 추가(鄒軻)라고 한다. 맹자(孟子)는 40대를 부동심(不動心)의 나이라고 정의(定義)하였다.
※頭邊光景劇奔川(두변광경극분천) : 머리 주변 광경이 냇물이 달리듯 빨리 변한다는 의미로 세월의 빠름을 표현하였다.
※屠蘇酒(도소주) : 도소주는 설날에 마시는 약주(藥酒)를 말한다. 귀신의 기운을 끊어 죽이고 사람의 혼을 다시 깨워 살린다는 뜻에서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도소주를 화타(華佗)의 비방(秘方)이라고 하였다. 그믐밤을 자지 않고 새다가 새해 첫새벽이 되면 가족 모두 의관을 정제하고 모여서 차례로 도소주를 마시는데, 반드시 나이 어린 사람부터 마신다.
※誠關(성관) : 성의관(誠意關)을 줄인 말로, 뜻을 성실히 하는 공부를 관문에 비유한 말이다. 주자(朱子)가 대학장구(大學章句)의 성의(誠意) 장을 설명하면서 ‘이 관문을 통과하면 바야흐로 도를 깨달음이 확고해진다. 〔過此關, 方得道理牢固.〕’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銀光(은광) : 좋은 종이의 이름이다.
※臞仙(구선) : 구선(癯仙)은 모습이 파리하게 여윈 신선이라는 뜻으로, 산수(山水) 사이에 은거하는 선인(仙人)이나 은자(隱者)를 말한다. 한(漢) 나라의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천자(天子)에게 아뢰기를, ‘역대 신선들이 전해 가면서 산택 사이에 살았는데 이들은 모습이 몹시 파리하니, 이것은 제왕이 되고자 하는 신선이 아닙니다. 〔列仙之傳居山澤間 形容甚癯 此非帝王之仙意也〕’ 한 데서 온 말이다.
*황준량(黃俊良, 1517~1563) : 조선 전기 신녕 현감, 단양군수, 성주목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중거(仲擧), 호는 금계(錦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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