龍城遇大雪 용성우대설 黃玹 황현
용성에서 큰 눈을 만나다
人天無際白紛紛 인천무제백분분
흰 눈이 분분하여 인간과 천상의 경계 없어
澒洞如將世界分 홍동여장세계분
혼돈 상태가 장차 세계가 나눠질 것만 같네
一望川原微有樹 일망천원미유수
바라보니 강과 들에는 나무숲들이 희미하고
四騰光氣厚於雲 사등광기후어운
사방에 올라오는 광채는 구름보다 두텁구나
積來凈凈寒爲性 적래정정한위성
차갑게 쌓여와서 성품마저 싸늘하게 하고
祗是毿毿靜極聞 지시삼삼정극문
다만 흩날리는 소리만 고요하게 들리는구나
漸老惟欣豐歲證 점로유흔풍세증
늙어 갈수록 풍년 조짐이 기쁘게 생각되어
山爐酒煖不辭醺 산로주난불사훈
화로에 술을 데워 취하는 걸 마다하지 않네
※龍城(용성) : 남원(南原)의 고호이다.
※澒洞(홍동) : 하늘과 땅이 아직 나누어지지 않아 혼돈한 상태.
※毿毿(삼삼) : 털 등이 길게 나불거리는 모양.
※豐歲證(풍세증) : 동지 이후 세 번째 술일(戌日)에 지내는 제사를 납제(臘祭)라 하는데, 이 납제를 지내기 전까지 세 차례 눈이 내리면 풍년이 들 징조라고 한다.
*황현(黃玹, 1855~1910) : 개항기에 매천집, 매천 시집, 매천야록 등을 저술한 문인. 시인, 열사. 자는 운경(雲卿), 호는 매천(梅泉). 1905년 11월 일제가 을사조약(乙巳條約)을 강제로 체결하자 통분을 금하지 못하고, 국권회복운동을 하기 위해 망명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였으며, 1910년 8월 일제에 의해 강제로 나라를 빼앗기자 통분해 절명시(絶命詩 ) 4수를 남기고 자결하였다. 저서로는 매천집, 매천 시집, 매천야록, 오하기문, 동비기략(東匪紀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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