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除夜 次東坡 除夜野宿 韻 (제야 차동파 제야야숙 운) - 崔岦 (최립)

-수헌- 2025. 1. 13. 14:49

除夜 次東坡 除夜野宿 韻 二首   제야 차동파 제야야숙 운 이수     崔岦   최립  

제야에 동파의 시 제야야숙을 차운하다. 2수

 

上國誰憐楚使悲 상국수련초사비

상국에서 초사의 슬픔을 누가 가련해할까

邦人幾賦式微微 방인기부식미미

나라에 식미의 부를 읊는 이 많지 않은데

遲遲豈與春相待 지지기여춘상대

지루한 이 봄날을 앞으로 어떻게 견뎌내며

忽忽那堪歲獨歸 홀홀나감세독귀

홀연히 돌아가는 한해를 어찌 홀로 견딜까

自是衰年元睡少 자시쇠년원수소

늙어서 쇠약해지니 잠이 절로 줄어들었지

非因守夜及星稀 비인수야급성희

새벽 올 때까지 밤을 지새운 것은 아니네

懸知去路逢回鴈 현지거로봉회안

가는 길에 돌아오는 기러기 만남을 미리 아니

解道南洲少所依 해도남주소소의

남쪽 땅에 의탁할 곳 없는 것이 이해되네

 

通宵欲守歲毋徂 통소욕수세무조

한 해가 가지 말라고 밤을 온통 새고자 하니

似恚吾行未上途 사에오행미상도

내가 아직 못 떠났다고 질책하는 듯도 하네

一榻之餘容鼾睡 일탑지여용한수

책상머리에서 코를 골며 잠잘 수도 있겠지만

千門也奈已新符 천문야내이신부

집집마다 이미 신부를 내 걸었으니 어찌하나

春應暗遺花生眼 춘응암유화생안

응당 봄이 몰래 보낸 꽃이 눈앞에 생기고

臘亦分留雪在鬚 납역분유설재수

섣달이 남겨둔 눈 또한 귀밑털에 쌓였구나

野宿雖寒不扃鎖 야숙수한불경쇄

야숙하며 비록 추워도 빗장을 걸지는 않고

千年相謝與仙蘇 천년상사여선소

소선과 더불어 천년의 세월을 사례하려네

 

※楚使(초사) : 춘추 시대 초(楚) 나라에서 진(秦) 나라에 사신으로 간 대부(大夫) 신포서(申包胥)를 말한다. 신포서(申包胥)가 위급한 초나라의 상황을 구하기 위하여 진(秦) 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7일 밤낮을 조정에서 슬프게 통곡하며 호소한 결과 진나라에서 구원병을 얻어 초(楚) 나라를 구제했다는 고사가 있다. 이 시는 간이(簡易) 최립(崔岦)이 광해군(光海君)의 세자 책봉을 주청(奏請)하러 중국에 갔을 때의 시로, 사신으로 가는 심정을 초사(楚使)의 심정에 비유하였다.

※式微(식미) : 시경(詩經) 패풍(邶風)의 편명으로, 나라의 형세가 쇠미(衰微)해져 망할 위기에 처한 것을 노래하였다.

※新符(신부) : 악귀(惡鬼)를 쫓는 부적을 새로 만들어 달았다는 뜻. 설날에 복숭아나무를 깎아 만든 판자에, 신도(神荼) 울루(鬱壘)의 두 신상(神像)을 그려서 대문 곁에 걸어두면 악귀가 제거된다고 한다.

※千年相謝與仙蘇(천년상사여선소) : 선소(仙蘇)는 소동파(蘇東坡)를 의미한다. 천 년 전 동파의 시에 차운한다는 뜻의 표현이다.

 

元韻

除夜野宿常州城外二首   제야야숙상주성외이수     蘇軾   소식  

섣달 그믐날 밤에 상주성 밖에서 노숙하며

其 一

行歌野哭兩堪悲 행가야곡양감비

거리의 노래나 들판의 곡이 둘 다 매우 슬프고

遠火低星漸向微 원화저성점향미

먼 데 불빛과 나지막한 별빛이 점점 희미해지네

病眼不眠非守歲 병안불면비수세

수세 하는 게 아닌 눈병 때문에 잠을 못 이루고

鄕音無伴苦思歸 향음무반고사귀

고향 말벗이 없어 고향 돌아갈 생각에 괴롭구나

重衾脚冷知霜重 중금각랭지상중

겹이불 덮어도 발 시리니 무서리 온 줄 알겠고

新沐頭輕感髮稀 신목두경감발희

감은 머리 가벼워서 머리털 다 빠졌음을 느끼네

多謝殘燈不嫌客 다사잔등불혐객

고맙게도 희미한 등불이 나그네 싫어하지 않고

孤舟一夜許相依 고주일야허상의

외로운 배에서 밤새도록 함께 의지해 주는구나

其 二

南來三經歲云徂 남래삼경세운조

남쪽으로 와서 세 번이나 세모를 만나니

直恐終身走道途 직공종신주도도

평생을 길 위에서 있을까 두려울 뿐이고

老去怕看新曆日 노거파간신력일

늙어가니 새 책력을 보는 것도 두려워서

退歸擬學舊桃符 퇴귀의학구도부

물러나 돌아가서 옛 도부나 배우고 싶네

烟花已作靑春意 연화이작청춘의

안갯속의 꽃은 이미 봄기운을 일으켜도

霜雪偏尋病客鬚 상설편심병객수

병든 이의 수염에 서리와 눈이 찾아드네

但把窮愁博長健 단파궁수박장건

다만 근심 사라지고 오래 건강하게 되면

不辭最後飮屠蘇 불사최후음도소

도소주 마지막에 마시는 것 마다하지 않겠네

 

※低星(저성) : 지평선 부근에 나지막이 뜬 별.

※不辭最後飮屠蘇(불사최후음도소) : 도소주(屠蘇酒)는 설날 아침에 차례를 지내고 마시는 약주인데, 도소주는 나이 어린 사람부터 나이 많은 사람 순으로 마셨다고 한다. 즉 건강하면 늙어도 좋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