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中秋夜憶達可丈 (중추야억달가장) - 李崇仁 (이숭인)

-수헌- 2024. 9. 13. 11:19

中秋夜憶達可丈   중추야억달가장     李崇仁   이숭인  

추석날 밤에 달가 어른을 생각하며

 

獨據胡床夜向深 독거호상야향심

홀로 의자에 앉았노라니 밤은 깊어가고

好風吹月到天心 호풍취월도천심

하늘 가운데 산들바람 불고 달이 뜨니

蝦蟆有氣殊如練 하마유기수여련

두꺼비의 기운이 흰 비단처럼 빼어난데

烏鵲無心可托林 오작무심가탁림

까막까치는 숲에 의탁할 마음이 없구나

大地山河三萬里 대지산하삼만리

달은 대지와 산하 삼만 리를 비추는데

騷人今古短長吟 소인금고단장음

고금의 시인들은 길고 짧게 읊는구나

廣文何處悲搖落 광문하처비요락

광문은 어디에서 요락함을 슬퍼할까

强健明年擬共尋 강건명년의공심

명년에도 강건하면 함께 찾아가야지

 

※達可(달가) :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의 자이다. 시호는 문충(文忠).

 

※蝦蟆有氣殊如練(하마유기수여련) : 달에 두꺼비가 산다는 전설에 따라 하마(蝦蟆)는 달을 의미한다. 따라서 달이 뿜어낸 기운이 흰 비단처럼 아름답다는 의미이다.

 

※烏鵲無心可托林(오작무심가탁림) : 조조(曹操)가 지은 단가행(短歌行)의 ‘달빛이 밝아 별빛이 희미하니 까막까치 남쪽으로 날아와서 나무 위를 세 바퀴나 돌아도 의지할 가지가 없네. 〔月明星稀 烏鵲南飛 繞樹三匝 無枝可依〕’라고 한 것을 인용한 듯하다.

 

※大地山河三萬里(대지산하삼만리) : 원나라 오징(吳澄)의 시에 ‘밝은 달이 공중에 거울처럼 걸렸으니 대지 산하 삼만 리를 비추고. 〔皎月當空一鏡懸 大地山河三萬里〕’라는 구절이 보인다.

 

※廣文(광문) : 광문(廣文)은 광문관(廣文館) 박사를 지낸 정건(鄭虔)을 말한다. 정건은 시(詩) 서(書) 화(畫) 삼절(三絶)로 일컬어질 만큼 재명(才名)이 뛰어났으나 항상 빈궁했는데, 두보가 취시가(醉時歌)에서 ‘여러 사람들 즐비하게 벼슬에 오르는데, 광문선생은 벼슬자리 유독 썰렁하네. 〔諸公袞袞登臺省 廣文先生官獨冷〕’라고 읊었다. 여기서는 정몽주를 비유하였다.

 

※搖落(요락) : 나뭇잎이 시들어 떨어짐을 말한다. 전국 시대 초나라 시인 송옥(宋玉)이 지은 구변(九辯) 첫머리에 ‘슬프다 가을 기운이여 쓸쓸하구나. 초목은 흔들려 떨어지고 쇠한 모습으로 바뀌었네. 〔悲哉秋之爲氣也 蕭瑟兮 草木搖落而變衰〕’라는 구절이 나온다. 여기서는 기우는 고려의 국운을 표현한 듯하다.

 

*이숭인(李崇仁, 1347~1392) : 고려후기 도은집을 저술한 학자. 자는 자안(子安), 호는 도은(陶隱). 목은(牧隱) 이색(李穡),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와 함께 고려의 삼은(三隱)으로 일컬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