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甲辰中秋有懷 (갑진중추유회) - 鄭夢周 (정몽주)

-수헌- 2024. 9. 11. 16:14

甲辰中秋有懷 갑진중추유회 鄭夢周 정몽주  

갑진년 중추에 회포가 있어

 

去年飮馬蒼海頭 거년음마창해두

지난해엔 창해 가에서 말에 물 먹였는데

咸州客舍遇中秋 함주객사우중추

함주 객사에서 중추절을 만나게 되니

山川超超草木落 산천초초초목락

산천은 아득히 멀고 초목에 낙엽 지는데

明月滿天淸景流 명월만천청경류

맑은 하늘에는 밝은 달빛이 가득 흐르네

平沙萬幕寂無語 평사만막적무어

모래 위 무수한 군막엔 말없이 고요하고

邊聲四起令人愁 변성사기영인수

사방의 변방 소식 사람의 시름 일게 하네

將軍獨臥氈帳高 장군독와전장고

장군은 전장 안에 홀로 높이 누워 있는데

壯士悲歌鐵衣冷 장사비가철의냉

쇠갑옷이 싸늘하여 장사들 슬피 노래하네

帳前書生亦不眠 장전서생역불면

휘장 앞의 서생도 역시 잠이 오지 않으니

寂寞夜深相弔影 적막야심상조영

적막한 깊은 밤에 그림자를 불쌍히 여겨

悄然興望望西南 초연흥망망서남

초연히 일어나 아득히 서남쪽을 바라보니

浮雲橫空連鐵嶺 부운횡공연철령

구름이 하늘 가로질러 철령까지 이어졌네

春風歸來計又非 춘풍귀래계우비

봄바람에도 돌아갈 계획이 또 틀어졌고

扶蘇山前黃葉飛 부소산전황엽비

부소산 앞에는 누런 나뭇잎이 날리는데

今夜中秋去年月 금야중추거년월

추석인 오늘밤에도 작년 같은 달 떴건만

去年客子猶未歸 거년객자유미귀

작년의 나그네는 아직도 돌아가지 못했네

庭除蕭索蟋蟀語 정제소소실솔어

마당 섬돌에는 귀뚜라미 쓸쓸히 울어대고

廚竈凄涼童僕飢 주조처량동복기

부엌에는 동복들이 굶주려서 처량하구나

前朝舍弟付書至 전조사제부서지

어제 아침 아우가 부친 편지를 받아 보니

白髮慈親願見之 백발자친원견지

백발 어머님이 몹시 보고 싶다 하시면서

功名富貴非汝事 공명부귀비여사

공명과 부귀는 네가 할 일이 아닌데도

客路年年有底期 객로연년유저기

해마다 객지에 있으며 언제 오냐 하시네

明年何處逢明月 명년하처봉명월

명년에는 어디에서 밝은 달을 만나려나

獨坐南窓自詠詩 독좌남창자영시

남창에 홀로 앉아 절로 시를 읊게 되네

 

※相弔影(상조영) : 형영상조(形影相弔)에서 온 말로, 자기(自己)의 몸과 그림자가 서로 불쌍히 여긴다라는 의미로, 몹시 외로움을 일컫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