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溟大師의 충절과 詩

寄題義僧惟政表忠祠 (기제의승유정표충사) - 李天輔 (이천보)

-수헌- 2024. 6. 17. 15:10

寄題義僧惟政表忠祠 기제의승유정표충사 李天輔 이천보  

의승 유정의 표충사에 대해 지어 부치다

 

慷慨雲壇誓衆年 강개운단서중년

중생들이 강개하여 구름 단에서 맹세하니

袈裟擊楫薩州船 가사격즙살주선

가사를 입고 살주의 배에서 노를 두드렸네

海濤鯨息譚經地 해도경식담경지

고래가 사는 큰 바다 물결을 편안히 건너

佛日塵淸倚劒天 불일진청의검천

천검에 의지하고 불일로써 난을 평정했네

 

異敎未應無義士 이교미응무의사

의사가 없어 이교도에게 대응하지 못하고

中興終亦賴高禪 중흥종역뢰고선

나라의 중흥을 끝내 고승에게 의뢰했구나

時危不負西山鉢 시위불부서산발

위기 때마다 서산의 스님은 지지 않았으니

一體同祠儘夙緣 일체동사진숙연

연을 맺은 모든 이가 함께 제사를 올리네

 

※薩州船(살주선) : 살주(薩州)는 오늘날의 일본 가고시마현 서부 일대인 살마국(薩摩国)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단순히 일본으로 가는 배를 의미한다.

 

※擊楫(격즙) : '노를 두드리다'는 뜻으로, 이 말은 동진(東晉) 때 조적(祖逖)의 고사 중류격즙(中流擊楫)에서 유래하여 '잃어버린 영토를 찾겠다.'는 결기를 의미한다. 진(晉) 나라 때 팔왕의 난으로 진(晉)은 부득이 장강(長江) 이남으로 나라를 옮겨 동진(東晉)을 세운다. 이때 조적(祖逖)이란 사람이 진원제(晉元帝)에게 상소를 올리고, 사병 1백여 집안을 거느리고 장강을 건너 북상하며 “강 위에서 노를 치면서 맹세했다. 조적은 중원을 평정하고 적들을 몰아내지 않으면 장강처럼 되겠다. (장강 물처럼 흘러가서 돌아오지 않겠다는 뜻). [中流擊楫而誓曰, 祖逖不能淸中原而復濟者, 有如大江]”라고 하였는데, 말투가 장렬하여 모든 사람이 듣고 개탄해 마지않았다 한다. 이 충무공(李忠武公)의 시 진중음(陣中吟) 에도 ‘배에 올라 노를 치며 왜구격퇴 맹세하고. [登舟擊楫日]’라는 표현이 있다.

 

※佛日(불일) : 부처의 자비가 모든 중생에게 빠짐없이 널리 미침’을 해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

 

※西山鉢(서산발) : 서산대사(西山大師) 휴정(休靜)을 말한다.

 

※一體同祠儘夙緣(일체동사진숙연) : 표충사(表忠祠)는 임진왜란(壬辰倭亂) 때 승병장(僧兵將)이었던 서산대사(西山大師) 사명대사(四溟大師) 기허대사(騎虛大師)를 배향한 사당으로, 이들이 모두 승려임에도 매년 봄가을에 유림(儒林)에서 배향(配享)하고 있다.

 

*이천보(李天輔, 1698~1761) : 조선후기 병조판서, 우의정, 영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의숙(宜叔), 호는 진암(晉庵).

 

 

송운대사 고택의 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