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溟大師의 충절과 詩

表忠祠十二韻 (표충사십이운) - 洪奭周 (홍석주)

-수헌- 2023. 12. 21. 15:26

表忠祠十二韻 休靜祠也 以兩門人配 其一惟政也     洪奭周 

표충사십이운 휴정사야 이량문인배 기일유정야     홍석주

표충사당 십 이운. 휴정(서산대사)의 사당이다. 제자가 두 분 배향되어 있는데 한 분이 유정(사명대사)이다.

 

倉卒龍灣路 창졸용만로

창졸 지간에 용만으로 길을 떠나면서

鼔鼙凝聖情 고비응성정

북소리가 임금의 염려를 엉기게 할 때

山僧能介冑 산승능개주

산속의 승려가 갑옷과 투구를 갖추어

朝士媿簪纓 조사괴잠영

조정 신하들의 잠영을 부끄럽게 했네

 

八月南溟晏 팔월남명안

팔월에 아득한 남쪽 바다로 내려가서

百年西塞淸 백년서새청

백 년 동안 서쪽 요새를 맑게 지켰네

使星隨覺筏 사성수각벌

각벌의 불법을 따라 사신으로 가서

法雨洗心兵 법우세심병

법우로써 마음속의 살기를 씻어내었네

 

恩詔嘉宗泐 은조가종륵

종륵은 임금의 훌륭한 조서를 받았고

元戎禮馬鳴 원융례마명

마명은 적국의 왕에게 예우받았는데

係銜皆傑士 계함개걸사

직함에 얽매인 걸출한 인사들은 모두

開帖感皇明 개첩감황명

직첩만 열어보고 황명에만 감동하네

 

優鉢歸初服 우발귀초복

구차한 바리때와 초복으로 돌아와서

慈航涉衆生 자항섭중생

부처님의 자비로써 중생들을 이끄니

空花俄起滅 空花俄起滅

허공의 꽃처럼 피어났다가 사라져도

天日自光晶 천일자광정

하늘의 해처럼 절로 수정같이 빛나네

 

揭烈非禪敎 게열비선교

선을 가르침 아니어도 열렬이 받들고

褒忠實國程 포충실국정

나라를 실하게 한 충정을 기려야 하리

華宮隨世界 화궁수세계

연꽃의 궁전이 세상을 거느리게 된다면

蓮眼若生平 연안약생평

부처님의 자비가 생을 다스림과 같으리

 

杳杳浮雲劫 묘묘부운겁

오랫동안 떠도는 생이 아득하기만 하니

依依向日誠 의의향일성

임금님을 향한 정성도 아련해 지려는데

宸章記宿昔 신장기숙석

오래지 않은 옛날 임금이 기록한 친필을

讀罷淚承衡 독파루승형

다 읽고 나니 눈물이 끊이질 않는구나

 

※倉卒龍灣路(창졸용만로) : 용만(龍灣)은 평안북도 의주시의 옛 별호이다. 임진왜란을 당하여 선조가 의주로 몽진함을 말한다.

 

※簪纓(잠영) : 예전에, 관원들이 관에 꽂던 비녀와 갓의 끈을 이르던 말.

 

※八月南溟晏(팔월남명안) : 남명(南溟)은 남쪽의 큰 바다라는 뜻인데, 사명대사가 갑진년(1604년) 8월에 탐적사(耽謫使)로 일본으로 건너간 것을 말한다.

 

※使星(사성) : 사자(使者), 옛날에 임금의 명령을 받고 지방으로 출장 가던 관원. 여기서는 사명대사가 일본에 사신으로 가는 것을 말한다.

 

※覺筏(각벌) : 불가(佛家)에서 깨달음의 길을 뗏목의 항해에 비유하여 고해중생을 피안으로 건너게 해주는 불법을 말한다. 보벌(寶筏)이라고도 한다.

 

※法雨(법우) : 중생을 교화하여 덕화(德化)를 입히는 불법(佛法)을 내리는 비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

 

※恩詔(은조) : 은혜로운 조서라는 뜻으로, 예전에 임금이 내린 명령을 적은 문서를 이르던 말.

 

恩詔嘉宗泐(은조가종륵) :  宗泐(종륵, 1318~1391)은 중국 명나라 초기 선종의 고승이다. 자는 계담(季潭), 호는 전실(全室). 명나라 초에 황명을 받아 능가경주해(楞伽經注解) 4권과 반야심경주해(般若心經注解) 및 금강반야경주해(金剛般若經注解)를 편찬했다. 홍무(洪武) 10년(1377) 구법(求法)을 위해 서역(西域)에 가서 장엄보왕경(莊嚴寶王經)과 문수경(文殊經) 등을 얻었다. 여기서는 종륵(宗泐)을 선조의 명으로 일본에 건너가서 강화교섭을 하고 삼천여명의 피로인을 데려온 사명대사에  비유하였다.

 

元戎禮馬鳴(원융례마명) :  馬鳴(마명)은 인도의 철학자이자 시인이다. 처음에는 불교를 배척하였지만 부나야사에 의해 불교에 귀의하여 실존인물로 보살(菩薩)로 불리었다. 저서로 대장엄론경(大莊嚴論經) 금강침론(金剛針論)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 등이 마명(馬鳴)이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마명(馬鳴)은 불교도인 쿠샨 왕조의 카니슈카 왕이 바라나시를 정복하고 엄청난 전쟁배상금을 요구하자, 배상금을 지불할 수 없었던 바라나시의 통치자는 부처님이 썼다는 발우와 마명(馬鳴)을 상징적인 공물로 넘겨주자 카니슈카 왕이 마명(馬鳴)의 명성을 예우하여 종교적 고문으로 삼았다 한다. 여기서는 마명(馬鳴) 불법(佛法)으로 도쿠가와[德川家康]를 비롯한 왜인들을 감화시킨 사명대사에  비유하였다.

 

※初服(초복) : 초복(初服)은 벼슬에 나아가기 전에 착용하던 옷이다. 굴원(屈原)의 이소(離騷)에 ‘나아갔으나 이미 들어가지 못하고 허물만 입었으니, 물러나 다시 나의 초복을 손질하리. [進不入以離尤兮 退將復脩吾初服]’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즉 공을 세운 후에도 아무런 욕심 없이 예전의 자리로 돌아갔음을 말한다.

 

※華宮(화궁) : 연화궁(蓮花宮). 관세음보살이 연꽃을 타고 속세에 내려왔다고 하여 사찰을 연화궁이라고도 한다.

 

※蓮眼(연안) : 연꽃은 부처님을 상징하므로 부처님의 눈은 부처님의 자비로 이해된다.

 

※依依向日誠(의의향일성) : 여기서 태양[日]은 임금님으로 이해된다.

 

*홍석주(洪奭周, 1774∼1842) : 조선후기 충청도관찰사, 이조판서, 좌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성백(成伯), 호는 연천(淵泉).

 

 

<밀양 표충사(表忠寺) 경내에 있는 표충사(表忠祀) ; 표충사(表忠祠)는 임진왜란(壬辰倭亂) 때 승병장(僧兵將)이었던 서산대사(西山大師) 사명대사(四溟大師) 기허대사(騎虛大師)를 배향한 사당으로, 이들이 모두 승려임에도 매년 봄가을에 유림(儒林)에서 배향(配享)하고 있다.>

 

<표충서원(表忠書院) : 표충사(表忠寺) 경내의 표충사(表忠祀) 좌측에 있으며 역시 서산대사(西山大師) 사명대사(四溟大師) 기허대사(騎虛大師)를 추모하기 위한 서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