陶淵明과 和陶詩

和陶詩 飮酒 十一,十二 (화도시 음주 11,12) - 申欽 (신흠)

-수헌- 2024. 3. 13. 14:58

飮酒 十一   음주 십일     申欽   신흠  

誰謂陶淵明 수위도연명

누가 도연명을 이렇게 말하는가

未必能達道 미필능달도

반드시 도를 통달하지는 않았으며

淸風北窓下 청풍북창하

시원한 바람 부는 북창 아래에서

高臥自送老 고와자송로

덩그렇게 누워 노경을 보냈다고

戰勝身自肥 전승신자비

싸움에 이기면 몸이 절로 윤택하고

節樹名不槁 절수명불고

절개를 세우면 이름 마르지 않는데

人生百歲間 인생백세간

사람이 태어나서 백 년 동안에

奚醜復奚好 해추부해호

무엇이 추하고 무엇이 좋다던가

九鼎棄路傍 구정기로방

구정이 길 가에 버려져 있다 해도

睨視未爲寶 예시미위보

흘겨보고 보물로 안 여길 것이며

素琴本無絃 소금본무현

소금에 원래 줄이 없다 하더라도

神遊萬物表 신유만물표

만물을 드러내어 정신으로 놀리라

 

※淸風北窓下(청풍북창하) 高臥自送老(고와자송로) : 도연명(陶淵明)이 여자엄등소(與子儼等疏)에서 ‘오뉴월 중에 북창 아래에 누워서 잠시 불어온 서늘한 바람을 만나니 스스로 희황상인이라 일컫네. [五六月中 北窓下臥 遇涼風暫至 自謂是羲皇上人]’라 한 것을 말한다.

 

※九鼎(구정) : 하(夏) 나라 우왕(禹王)이 구주(九州)에서 조공으로 받은 쇠를 녹여서 만든 솥으로 하(夏) 은(殷) 주(周) 천자에게 보배로써 전하여짐.

 

※素琴(소금) : 아무런 장식이 없는 수수한 거문고

 

 

飮酒 十二   음주 십이     申欽   신흠  

夸毗常遇合 과비상우합

비굴한 처신이 항상 옳을 수도 있고

直道恨後時 직도한후시

바른길 가려다 훗날 후회할 수 있네

所以魯司寇 소이노사구

그렇기 때문에 공자님께서는

係易空修辭 계역공수사

주역에 이어진 계사를 고쳐 쓰셨네

向來坐沈冥 향래좌침명

그동안 앉아서 명상에 깊이 빠져서

至理恒念玆 지리항념자

언제나 최고의 진리만을 생각하고

杜門喜絶俗 두문희절속

속세와 인연 끊고 문 닫고 즐기며

鑽龜聊決疑 찬구료결의

거북점을 쳐서 의문을 풀었었네

漆園欲齊物 칠원욕제물

장자는 만물이 가지런하다는데

此老豈我欺 차로기아기

그 영감이 어찌 날 속이려 할까

眞宰固無朕 진재고무짐

조물주는 형상도 조짐도 없으나

大化同所之 대화동소지

천지 만물이 모두 그 속에 있네

 

※夸毗(과비) : 비굴하게 남이 하라는 대로 하다

 

※魯司寇(노사구) : 공자(孔子)를 말한다. 노 나라에서 대사구(大司寇)를 지냈기 때문에 노사구(魯司寇)라고도 한다.

 

※繫辭(계사) : 계사(繫辭)는 주로 주역(周易)을 설명하기 위한 역경(易經)의 주석(註釋)이란 의미이다. 계사(繫辭)는 본래 문왕(文王)과 주공(周公)이 지어 괘(卦)와 효(爻)의 아래에 단 것으로 곧 지금의 경문(經文)인데, 공자(孔子)가 이를 설명한 것이 계사의 전[繫辭之傳]이다.

 

※向來(향래) : 오래 지나지 않은 과거의 어느 때. 본래부터, 종래, 여태까지, 줄곧.

 

※鑽龜(찬구) : 거북의 등을 불로 지져서 길흉을 점치는 것. 고대(古代)에는 ‘거북의 등을 불로 지져서 길ㆍ흉을 점치고, 옹기를 깨뜨려 그 조각으로 점을 쳤다. [鑽龜打瓦]’한다.

 

※漆園(칠원) : 장자(莊子)를 말한다. 한때 칠원리(漆園吏)라는 말단 관직에 있었으며,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다 한다.

 

※齊物(제물) : 장자의 제물론(齊物論)을 말하는데, 장자(莊子) 내편(內篇)의 두 번째 편으로 만물은 가지런하며 만사만물(萬事萬物)을 하나로 가지런하게 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상 만물은 평등하며, 사람과 동물도 차이가 없고 정확과 착오도 차별이 없으며, 모든 사물이 모두 이와 같다고 본다.

 

※眞宰(진재) : 노자와 장자의 학설에서, 도의 본체인 하늘을 이르는 말. 조물주. 만물의 주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