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官園種樹偶吟 (관원종수우음) - 李敏敍 (이민서)

-수헌- 2024. 2. 27. 11:35

官園種樹偶吟   관원종수우음      李敏敍   이민서 

관청 정원에 나무를 심고 우연히 읊다.

 

官園雪初消 관원설초소

관청 정원의 눈이 녹기 시작하고

春氣乍奮發 춘기사분발

봄기운이 언뜻 떨쳐 일어나는데

病守日無事 병수일무사

병든 수령은 매일 하는 일 없이

睡起步階闥 수기보계달

자다가 일어나서 섬돌을 거니네

墻隅有桑竹 장우유상죽

담 모퉁이의 대나무와 뽕나무는

孤叢半摧折 고총반최절

절반이나 꺾인 떨기가 외롭지만

耳目無所宣 이목무소선

사람들 이목이 닿지 않는 곳이라

悄然正愁絶 초연정수절

정말 매우 걱정스럽기만 하구나

方當啓蟄節 방당계칩절

바야흐로 경칩 절기를 맞이하니

微雨草芽茁 미우초아줄

가랑비에 풀싹이 쑥쑥 돋아나고

栽種乃時宜 재종내시의

나무 심기에는 적당한 시기인데

隷人多暇逸 예인다가일

하인들도 한가한 시간이 많구나

里墟饒嘉木 리허요가목

마을 언덕에 아름다운 나무 많아

移來不終日 이래불종일

옮겨 오는데 하루가 걸리지 않았고

俄頃番鍤畢 아경번삽필

번갈아서 삽시간에 삽질을 마치니

衆植儼成列 중식엄성렬

많은 나무들이 엄연히 벌여 섰네

應知數載後 응지수재후

당연히 몇 년 뒤를 알 수 있으니

爛漫富花實 난만부화실

흐드러지게 꽃 피고 열매 맺으리라

桃杏耀奇艶 도행요기염

복숭아 살구는 아름다움을 뽐내고

楸槐綠可悅 추괴록가열

가래나무 회나무 사랑스럽게 푸르며

其餘柹棗梨 기여시조리

이 외에 감나무 대추나무 배나무도

亦足供飢渴 역족공기갈

또한 주린 갈증을 채워 주리라

我今束裝歸 아금속장귀

내 지금 행장을 꾸려 돌아가서

將尋舊蓬蓽 장심구봉필

예전의 내 집으로 찾아가려 하네

爲人計雖迂 위인계수우

사람 위한 계획이 비록 멀지만

其義亦可述 기의역가술

그 뜻은 또한 칭찬할 만 하구나

叔孫居必葺 숙손거필즙

숙손은 머물면 반드시 손질하였고

召伯留蔽茇 소백류폐발

소백은 초막에서 머무셨다네

 

※蓬蓽(봉필) : 쑥이나 가시덤불로 지붕을 이은 가난한 사람의 오두막집이란 뜻이나. 자기 집의 겸양의 표현이다.

 

※叔孫居必葺(숙손거필즙) :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숙손은 관소에 머무는 시간이 단 하루만 되더라도 그 담장이나 지붕을 손질하여, 그가 떠날 때에는 처음 들어갔을 때와 똑같게 하였다. [叔孫所館者 雖一日 必葺其牆屋 去之如始至.]’고 한다.

 

※召伯留蔽茇(소백류폐발) : 시경(詩經) 감당(甘棠)에 ‘무성한 감당나무 자르지 말고 베지 말라 소백이 초막으로 삼으셨던 곳이니라. [蔽芾甘棠 勿翦勿伐 召伯所茇]’ 하였는데, 주희(朱熹)의 주(注)에 ‘소백이 남쪽 나라를 순행(巡行)하면서 문왕(文王)의 정사를 펼 때 감당나무 아래에 머물렀었는데, 그 뒤에 백성들이 그의 덕(德)을 그리워하여 그 나무를 차마 손상하게 하지 못한 것이다.’ 하였다.

 

*이민서(李敏敍,1633~1688) : 조선후기 호조판서, 이조판서, 지돈녕부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이중(彛仲), 호는 서하(西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