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驚蟄後作 (경칩후작) - 許穆 (허목) 外

-수헌- 2024. 2. 29. 15:54

驚蟄後作   경칩후작     許穆   허목  

경칩이 지난 뒤에

 

草木已萌動 초목이맹동

초목은 이미 싹을 틔우니

節序驚蟄後 절서경칩후

절기는 경칩을 지났구나

農家修家事 농가수가사

농가는 농사일 준비하느라

小壯在田畝 소장재전무

젊은이들은 밭에 나가 있네

 

*허목(許穆, 1595~1682) : 조선후기 성균관제조, 이조판서, 우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문보(文甫) 화보(和甫), 호는 미수(眉叟).

 

 

春日閑居書事   춘일한거서사     成運   성운  

봄날에 한가롭게 지내며 눈앞의 일을 쓰다

 

羲御無停歲易遷 희어무정세역천

희어가 머물지 않아 세월이 쉬이 흘러서

新春物色絶可憐 신춘물색절가련

새봄의 물색이 너무도 사랑스럽구나

梅經小雨香偏動 매경소우향편동

보슬비 온 뒤 매화는 향기 흠뻑 풍기고

鳥占高枝語轉姸 조점고지어전연

높은 가지에 앉은 새소리는 더욱 곱네

野蔌烹甘宜晩食 야속팽감의만식

푸성귀 맛있게 삶아 늦은 식사에 알맞고

山冠製窄稱華顚 산관제착칭화전

산관을 좁게 만드니 백발에 꼭 맞는구나

袖中喜有南風手 수중희유남풍수

소매 속에 기쁘게도 남풍의 솜씨 있으니

讀罷時時弄七絃 독파시시롱칠현

독서 마치고 때때로 칠현금을 연주하노라

 

※羲御(희어) : 태양의 신인 희화(羲和)가 모는 수레라는 뜻으로, 태양을 말한다. 희어(羲馭)라고도 한다.

 

※野蔌烹甘宜晩食(야속팽감의만식) : 전국 시대 제(齊) 나라 은사(隱士) 안촉(顔斶)이 ‘늦게 먹음으로써 고기 맛과 같게 하고, 천천히 걸음으로써 수레에 앉은 것과 같게 한다. [晩食以當肉, 安步以當車.]’라고 한 데서 온 말로, 배가 고픈 뒤에 음식을 먹으면 푸성귀라도 흡사 고기와 같은 만족감을 준다는 뜻이다.

 

※山冠製窄稱華顚(산관제착칭화전) : 산관(山冠)은 은자가 쓰는 모자를 말하고, 화전(華顚)은 백발의 머리라는 뜻으로, 노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南風手(남풍수) : 거문고를 타는 솜씨를 말한다. 순(舜) 임금이 남풍가(南風歌)를 지었는데, 그 노랫말에 ‘남풍이 솔솔 불어오니, 우리 백성들의 울분을 풀 수 있겠구나. 남풍이 때맞추어 불어오니, 우리 백성들의 재산을 늘릴 수 있겠구나. [南風之薰兮, 可以解吾民之慍兮. 南風之時兮, 可以阜吾民之財兮.]’라고 하였다.

 

*성운(成運, 1497~1579) : 조선전기 대곡집을 저술한 학자. 자는 건숙(健叔), 호는 대곡(大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