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元朝有感次東坡韻 (원조유감차동파운) - 黃玹 (황현)

-수헌- 2024. 2. 9. 11:09

元朝有感次東坡韻   원조유감차동파운     黃玹   황현  

설날 아침에 느낌이 있어 동파의 시에 차운하다

 

曉天雲四凍 효천운사동

새벽하늘 사방 구름이 얼어붙었으니

餘寒未盡送 여한미진송

다 보내지 못한 추위가 남아있구나

爛聽農人語 난청농인어

농민들이 하는 말 자세히 들어보니

昨夜多魚夢 작야다어몽

지난밤 고기 많이 잡는 꿈 꾸었다네

毋乃飢夢飽 무내기몽포

주리지 않고 배부른 꿈을 꾸었다니

適被神所弄 적피신소롱

다만 귀신에게 조롱당한 것 아닐까

去年幸少豐 거년행소풍

지난해에는 다행히 조금 넉넉했기에

笑語閭里共 소어려리공

마을 사람들과 웃으면서 얘기했는데

況復狃望蜀 황부뉴망촉

하물며 다시 더 욕심을 부린다면

世事多缺空 세사다결공

세상일은 많이 어긋나게 될 것이네

所賴邦命新 소뢰방명신

나라가 다시 새롭게 된데 힘입어서

禮羅急麟鳳 예라급린봉

예로써 급히 인재를 모은다 하니

萬目瞻象魏 만목첨상위

수많은 눈들이 대궐을 우러러보고

衆手扶梁棟 중수부량동

여러 사람이 동량이 되어 떠받치네

行見山東詔 행견산동조

산동에서 반포된 조서를 가서 보고

悱惻救呻痛 비측구신통

괴로워하는 백성의 고통을 구제하네

吾民旣有天 오민기유천

우리 백성들에게는 하늘이 있으니

但可力耕種 단가력경종

다만 힘써 밭 갈고 씨 뿌리면 되네

我亦山居安 아역산거안

나 또한 산중 생활이 편안하기만 하니

灌花日抱甕 관화일포옹

매일 단지를 안고 꽃밭에 물 주고 사네

 

※望蜀(망촉) : 득롱망촉(得隴望蜀)에서 온 말로 만족할 줄을 모르고 계속 욕심을 부림을 비유하는 말이다.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가 농(隴) 땅을 평정하고 나서도 다시 촉(蜀) 땅을 치라고 하면서 ‘인간이란 만족을 몰라서 농서 땅을 가지고도 또 촉 땅을 탐하게 된다. [人固不知足 旣平隴復望蜀]’고 한 고사에서 유래한다.

 

※所賴邦命新(소뢰방명신) : 고종이 조선의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꾸고 국왕의 명칭을 황제로 바꾼 것을 말하는 듯하다.

 

※禮羅(예라) : 그물로 새나 물고기를 잡듯이 예로써 인재(人才)를 맞아들여 등용하는 것을 가리킨다.

 

※麟鳳(인봉) : 기린과 봉황이라는 뜻으로, 귀하고 드문 것이나 뛰어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象魏(상위) : 조정의 명령을 게시하는 궁문 밖 높은 누대나 대궐, 궁궐, 법령을 게시(揭示)하는 궁궐의 문을 말한다. 상(象)은 법상(法象)이고, 위(魏)는 높다는 뜻인데, 옛날에 법률을 성문에 높게 달았던 데에서 나온 말이다. 여기서는 대궐이라는 의미이다.

 

※山東詔(산동조) : 한나라 문제(文帝) 때에 가산(賈山)이 문제에게 치란(治亂)의 도(道)를 아뢴 말에, ‘신이 들으니 산동의 관리가 조령을 선포하자 백성들이 비록 늙고 병들었지만 지팡이를 짚고 가서 들으면서 잠시라도 죽지 않고 덕화가 이루어짐을 보기를 원한다고 합니다. [臣聞山東吏布詔令 民雖老羸癃疾 扶杖而往聽之 願少須臾毋死 思見德化之成也]’라고 한 것을 인용하여, 덕화가 이루어짐을 보고자 한다는 의미이다.

 

※悱惻(비측) : 마음속으로 슬퍼하며 괴로워하다. 마음으로는 알고 있으면서 입으로는 표현하지 못하다.

 

※抱甕(포옹) : 장자(莊子) 천지(天地)에,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이 한 노인이 우물에 물동이를 들고 들어가 물을 담아서 밭에 물을 주고 있는 것을 보고 ‘기계를 설치하여 두레박으로 물을 퍼내면 고생을 덜하고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하니, 노인이 답하기를, ‘기계를 사용하면 기심(機心)이 생기고 기심이 생기면 본성이 안정을 잃는다. 본성이 안정을 잃으면 도가 깃들지 않는다.’ 하였다. 이에 연유하여 자연에 따르는 순박한 생활을 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