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重九日 (중구일) - 李穀 (이곡)

-수헌- 2023. 10. 18. 10:28

九日   구일     李穀    이곡  

중구일에

 

九日黃花酒 구일황화주

중구일에 누런 국화주를 마시고

高堂白髮親 고당백발친

고당에 계시는 백발의 어버이를

遠遊空悵望 원유공창망

멀리 떠돌며 서글피 그리워하며

薄宦且因循 박환차인순

미관말직에 마냥 꾸물거리고 있네

秋雨荒三逕 추우황삼경

황폐한 세 오솔길에 가을비 내리는데

京塵漲四隣 경진창사린

서울의 먼지는 사방에 넘치는구나

登高猶未暇 등고유미가

높은 곳에 올라갈 여유조차 없으니

極目恐傷神 극목공상신

보이는 것마다 마음 상할까 두렵네

 

※因循(인순) : 꾸물거리다. 우물쭈물하다. 어물쩍거리다. 그럭저럭 지내다. 적당히 얼버무리다. 답습(踏襲)하다. 구습(舊習)을 그대로 따르다.

 

※荒三逕(황삼경) : 진(晉) 나라 도잠(陶潛)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세 오솔길이 거칠어졌으나, 솔과 국화는 아직 남아 있네.〔三逕就荒 松菊猶存〕’라는 표현에서 인용하였다.

 

※京塵漲四隣(경진창사린) : 진(晉) 나라 육기(陸機)의 시에 ‘집 떠나 멀리 떠돌아다니니, 머나먼 삼천리로구나. 서울에는 바람과 먼지가 어찌나 많은지, 흰옷이 금방 새카맣게 변하누나.〔謝家遠行游 悠悠三千里 京洛多風塵 素衣化爲緇〕’라는 표현이 있다. 벼슬살이의 고달픔을 표현한 듯하다.

 

 

九日 諸公見過小酌    구일 제공견과소작     李穀   이곡 

중구일에 여러 공들의 방문을 받고 술을 조금 마시다

 

病裏故人至 병리고인지

병든 가운데도 벗들이 찾아오니

客中佳節來 객중가절래

타향살이 속에 명절 돌아왔네

暫披蒲葉席 잠피포엽석

잠시나마 부들자리 펴고 앉아

共擧菊花杯 공거국화배

모두 함께 국화 술잔을 들었네

歸意豈堪說 귀의기감설

어찌 감히 돌아갈 뜻을 말하랴만

笑顔聊與開 소안료여개

웃는 얼굴로 편안히 말을 했네

相逢不痛飮 상봉불통음

서로 만나도 흠뻑 마실 수 없는데

節物苦相催 절물고상최

절물이 괴롭게도 마시기를 재촉하네

 

※節物(절물) : 철에 따라 나는 산물이라는 뜻이나, 여기서는 가을철의 절물인 국화주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