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卽事 (즉사) - 李穡 (이색)

-수헌- 2023. 10. 15. 20:58

卽事   즉사     李穡   이색  

 

滿窓初日弄輕埃 만창초일롱경애

가벼운 먼지 희롱하는 아침햇살 창에 가득하여

坐念浮生兩鬢催 좌념부생량빈최

앉아서 백발 재촉하는 덧없는 인생을 생각하니

釋典儒書雜難整 석전유서잡난정

불전과 유서는 섞이어서 정리하기 어렵고

道情人欲忽相猜 도정인욕홀상시

도정과 인욕은 문득 서로 시샘을 하는구나

落花風細思禪榻 낙화풍세사선탑

살랑 부는 낙화풍은 선탑을 생각하게 하고

明月江空夢釣臺 명월강공몽조대

강 위의 밝은 달은 조대를 꿈꾸게 하는구나

又見東籬黃菊靜 우견동리황국정

또 동쪽 울타리 노란 국화를 조용히 보니

牧翁光景儘悠哉 목옹광경진유재

목은 늙은이의 광경은 아득하기만 하구나

 

※道情人欲(도정인욕) : 도정(道情) 도를 구하는 마음을 뜻하고, 인욕(人欲)은 사람의 욕망을 말한다.

 

※落花風細思禪榻(낙화풍세사선탑) : 낙화풍(落花風)은 꽃잎을 떨어뜨리는 바람으로 인생의 덧없음을 비유한다. 두목(杜牧)이 젊은 시절을 추회(追懷)한 제선원(題禪院)이란 시에서 ‘오늘 하얀 귀밑털로 선탑 가에 있노라니, 차 연기가 낙화풍에 가벼이 날리는구나. [今日鬢絲禪榻畔 茶煙輕颺落花風]‘ 한 데서 유래한다. 선탑(禪榻)은 참선할 때 앉는 의자를 말한다.

 

※夢釣臺(몽조대) : 조대(釣臺)는 엄자릉조대(嚴子陵釣臺)에서 온 말로 몽조대(夢釣臺)는 은둔지사(隱遁志士)를 꿈꾼다는 의미이다. 엄자릉(嚴子陵)은 동한(東漢) 시대의 은둔지사(隱遁之士)인 엄광(嚴光)을 말하며, 자릉(子陵)은 그의 자이다. 동한을 세운 광무제(光武帝) 유수(劉秀)의 절친한 친구로, 유수가 군사를 일으켰을 때 그를 도왔으나 그가 황제에 즉위하자 이름을 바꾸고 부춘산(富春山)에 은거했다. 훗날 광무제가 그를 불렀으나 나오지 않고 낚시로 소일하였으며 후세 사람들은 부춘산을 ‘엄릉산(嚴陵山)’으로 부르고, 그가 낚시하며 앉았던 돌을 ‘엄자릉조대(嚴子陵釣臺)’로 불렀다.

 

※又見東籬黃菊靜(우견동리황국정) : 도잠(陶潛)의 시 음주(飮酒)에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를 따다가,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노라.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한 데서 인용하였다.

 

※牧翁光景(목옹광경) : 목옹(牧翁)은 호가 목은(牧隱)인 이색(李穡) 자신을 말하며, 광경(光景)은 광음(光陰)처럼 세월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