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九日 呈訥村先生內相宗盟 (구일 정눌촌선생내상종맹) - 李崇仁 (이숭인)

-수헌- 2023. 10. 20. 10:32

九日 呈訥村先生內相宗盟  구일 정눌촌선생내상종맹    李崇仁  이숭인 

중구일에 눌촌 선생 내상 종맹께 올리다

 

折簡相邀上翠巓 절간상요상취전

초대 편지를 보고 푸른 산 위에 오르니

秋天杳杳敞華筵 추천묘묘창화연

아득한 가을하늘 아래 화려한 자리 펼쳤네

已將禮數同鄕黨 이장례수동향당

마땅히 향당과 함께 서로 인사를 마친 뒤에

更把歡娛擬地仙 경파환오의지선

다시 즐거움을 누리니 마치 지선인 듯했네

落帽龍山眞勝事 낙모용산진승사

모자 날아간 용산의 일은 정말 뛰어나지만

傳杯杜曲有遺篇 전배두곡유유편

술잔을 계속 돌린 두곡의 시문도 전해오네

人間俯仰成千古 인간부앙성천고

인간 세상 잠깐 사이에 오랜 옛날이 되는데

樂極還應一惆然 악극환응일추연

즐거움이 다하면 다시 슬픔이 찾아오는구나

 

弱齡觀國久淹留 약령관국구엄류

약관의 나이에 관국하며 오래 머물다 보니

憂患令人白了頭 우환령인백료두

근심걱정이 사람의 머리를 희게 만들었네

美景良辰懷舊友 미경량진회구우

명절의 멋진 풍물은 옛 벗을 생각나게 하고

淳風善俗少吾州 순풍선속소오주

순풍선속은 내 고향만 한 곳이 드물구나

歸來政似千年鶴 귀래정사천년학

정사에서 돌아오니 천년의 학과 흡사한데

浩蕩還同萬里鷗 호탕환동만리구

호탕함은 돌아온 만 리 밖의 갈매기 같네

屈指有誰能記我 굴지유수능기아

손꼽아보니 날 기억하는 이 누가 있을까

招呼今日感綢繆 초호금일감주무

오늘 불러주신 꼼꼼한 정이 고맙기만 하네

 

※訥村先生內相宗盟(눌촌선생내상종맹) : 눌촌 선생(訥村先生)은 이숭인(李崇仁)과 동시대인인 눌촌(訥村) 배중부(裵中浮)를 말하나 자세한 행적은 전하지 않는다. 내상(內相)은 남의 아내를 높여 부르는 말이고, 종맹(宗盟)은 일가 어른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눌촌 선생의 부인이신 일가 어른이라는 뜻이다.

 

※已將禮數同鄕黨(이장예수동향당) : 예수(禮數)는 주인과 손이 서로 만나 인사함을 말하고, 향당(鄕黨)은 자기가 태어났거나 살고 있는 시골의 마을이나 그곳의 사람을 말한다.

 

※地仙(지선) : 도교(道敎)에서 중간 등급의 신선(神仙)으로 동천복지(洞天福地)에 사는 신선을 말한다. 도교에서는 수련의 결과, 상자(上者)는 허공에 올라가 우주에 소요하는 천선(天仙)이 되고, 중자(中者)는 36 동천(洞天)과 72 복지(福地)에서 사는 지선(地仙)이 되며, 하자(下者)는 혼백이 육체로부터 분리되어 시선(尸仙:人仙 또는 海仙)이 된다고 한다.

 

※落帽龍山眞勝事(낙모용산진승사) : 술에 취하여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는 뜻이다. 진(晉) 나라 때 맹가(孟嘉)가 중구일에 정서장군(征西將軍) 환온(桓溫)이 베푼 용산의 주연에 참석했다가, 국화주에 취한 나머지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는 것도 모르고 있자, 환온이 그에게 알려주지 않고 손성(孫盛)에게 희롱하는 글을 짓게 하였는데, 맹가가 그 글을 보고는 곧장 멋지게 대응하는 글을 지어서 좌중을 경탄하게 했다는 고사를 말한다.

 

※傳杯杜曲有遺篇(전배두곡유유편) : 두곡(杜曲)은 지명으로 당나라 때의 대성(大姓)인 두(杜)씨의 집성촌인데, 여기서는 두보를 말한다. 두보의 시에 ‘예전에는 중양일에 술잔을 돌리면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귀밑머리 쑥대처럼 하얗게 변하여 국화꽃 피니 단지 부끄럽기만 하네.〔舊日重陽日 傳杯不放杯 卽今蓬鬢改 但媿菊花開〕’이라는 구절이 있다.

 

※觀國(관국) : 관국지광(觀國之光)에서 온 말로, 나라의 빛남[문화]을 두루 본다는 뜻으로 벼슬하며 나라의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주역(周易)에 ‘나라의 빛을 보면, 왕에게 귀한 손님으로 벼슬하는 데 이롭다.〔觀國之光 利用賓于王〕’라는 말에서 유래하였다. 관국지광(觀國之光)은 요즘 관광(觀光)의 어원이기도 하다.

 

※千年鶴(천년학) :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오니 산천은 변함없는데 사람은 모두 바뀌었다는 의미이다. 한 나라 때 정령위(丁令威)라는 사람이 도를 닦아 신선이 되었다가, 학이 되어 천년 뒤에 고향에 날아와 성문 앞의 화표(華表)에 앉아서 ‘성곽은 전과 다름없지만 사람들은 모두 예전사람이 아니구나. [城郭如故人民非]’라고 세상의 변천을 한탄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浩蕩還同萬里鷗(호탕환동만리구) : 두보의 시에 ‘호탕하게 사라지는 흰 갈매기를, 만 리 밖 어느 누가 순치할 수 있을까.〔白鷗沒浩蕩 萬里誰能馴〕’라는 표현에서 인용하였다.

 

※綢繆(주무) : 빈틈없이 자세하고 꼼꼼하게 미리 준비함.

 

*이숭인(李崇仁, 1347~1392) : 고려후기 도은집을 저술한 학자. 자는 자안(子安), 호는 도은(陶隱). 목은(牧隱) 이색(李穡),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와 함께 고려의 삼은(三隱)으로 일컬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