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丁酉六月十八日大雨 (정유유월십팔일대우) - 李奎報 (이규보)

-수헌- 2023. 7. 18. 15:47

올해 장마는 시작부터 큰 비가 내리더니 급기야는 수많은 인명피해와 물적 피해를 내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반복되는 재해에 대비하지 못하고 매년 비슷한 참사만 되풀이 하고 있으니 도대체.... 고려 중기의 문신 이규보(李奎報)는 큰 비로 수해가 나자 이렇게 자탄(自嘆)하였다.

丁酉六月十八日大雨 漂人物家戶 自嘆爲相無狀 示同寮李相       李奎報  

정유유월십팔일대우 표인물가호 자탄위상무상 시동료이상       이규보 

정유년 6월 18일에 큰 비가 내려 사람과 집이 떠내려갔으므로 정승인 자신의 공적 없음을 탄식하여 동료 이 승상(李丞相)에게 보이다.

 

謬參丞相自猶嘲 류참승상자유조

잘못 정승이 되어 절로 조롱거리가 되니

手拙難於鼎味調 수졸난어정미조

솥에 요리하는 것보다 서툴고 어렵구나

燮理五年何所得 섭리오년하소득

오 년이나 다스리면서 무엇을 얻었는가

霪霖一夕百家漂 음림일석백가표

장마로 하루저녁에 많은 집 떠내려갔네

不是朝廷也乏材 불시조정야핍재

인재가 없으니 조정이라 할 수도 없고

吾儕僥倖忝鈞台 오제요행첨균태

우리들은 요행히 균대만 더럽히면서

未知殷相爲霖用 미지은상위림용

은상이 장마로 등용된 것도 알지 못하고

反致人家墊沒災 반치인가점몰재

도리어 인가만 재앙 속에 빠지게 했구나

 

※無狀(무상) : 형태가 없다. 공적이 없다. 선행(善行)이 없다. 예의가 없다.

 

※燮理(섭리) : 음양을 고르게 다스림. 잘 다스리다.

 

※忝鈞臺(첨균대) : 균대(鈞臺)는 원래 하남성(河南省)에 있는 옛 누대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제왕이 음악을 즐기는 누대를 말한다. 즉 제왕에게 누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殷相(은상) : 은(殷) 나라 정승 부열(傅說)을 가리키는 말. 은(殷) 나라 고종(高宗)이 부열을 정승으로 임명하면서 이르기를 ‘만일 오랫동안 가물면 그대로써 장마[霖雨]를 삼으리라.’ 하였다. <書經 說命>

 

*이규보(李奎報,1168~1241) : 고려 의종 때의 대문장으로 활약한 고려의 문신. 자는 춘경(春卿). 호는 백운거사(白雲居士) 지헌(止軒) 삼혹호선생(三酷好先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