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水菊)
요즘 지방자치단체마다 유휴지나 공한지에 꽃을 가꾸는 게 유행인가 보다. 단순히 꽃만 재배하지 않고 지방 경기도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무슨 꽃 축제를 열어 관광객을 유치하고 대대적으로 홍보도 한다. 계절적으로도 봄에는 유채축제, 진달래축제부터 가을의 코스모스축제, 메밀꽃축제, 국화축제 등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지금은 수국(水菊)이 한창 피는 계절이라 여러 곳에서 수국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이고 지역마다 수국명소가 소개되기도 한다.
수국의 한자 이름은 수구화(繡毬花)인데, 비단으로 수를 놓은 것 같은 공처럼 둥근 꽃이란 뜻이다. 수구화는 모란처럼 화려하지 않고, 잔잔하며 편안함을 주는 꽃으로 여러 가지 개량종이 보급되어 다양한 품종을 감상할 수 있다. 수구화에서 수국화, 수국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또 수국을 자양화(紫陽花)라고도 하는데, 백거이(白居易)가 항주자사(杭州刺史)로 있을 때 초현사(招賢寺)에서 이 꽃을 처음 보았는데 주변에 그 이름을 아는 이가 없었다. 색깔은 자줏빛이고 향기가 있는 것이 매우 아름다워서 마치 신선의 세계에 있는 꽃 같았다. 그래서 자양화(紫陽花)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최근 7월1일과 2일에 진주(晉州)의 자연휴양림 ‘월아산 숲 속의 진주’에서 수국축제가 열렸다기에 늦게나마 다녀왔는데, 수국과 백거이(白居易)의 시를 함께 감상해 보자.
紫陽花 자양화 白居易 백거이
何年植向仙壇上 하년식향선단상
어느 때인가 신선 거처에 심었던 것을
早晩移裁到梵家 조만이재도범가
언젠가 이 절에 옮겨 심은 모양이다만
雖在人間人不識 수재인간인불식
인간세계에 있어도 사람들이 몰라보니
與君名作紫陽花 여군명작자양화
그대에게 자양화란 이름을 지어주노라
※仙壇(선단) : 신선들이 사는 곳. 제단.
※梵家(범가) : 불교의 사찰을 가리킴.
*백거이(白居易,772~846) : 두보(杜甫) 이백(李白)과 함께 당대를 대표하는 3대 시인의 한 사람. 자(字)는 낙천(樂天)이고, 호는 취음선생(醉吟先生) 향산거사(香山居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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