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스페인에서 만난 서예작품-심원춘ㆍ설(沁園春ㆍ雪)

-수헌- 2021. 1. 12. 11:47

스페인에서 만난 서예작품 두 번째로 모택동(毛澤東;마오쩌둥)의 사(詞) 심원춘ㆍ설(沁園春ㆍ雪)을 소개한다. 직역하면 동산에 스며드는 봄ㆍ눈이라는 뜻의 이 작품은 두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단락에서는 중국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찬미하고, 두 번째 단락에서는 이 아름다운 강산을 위해 봉건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모택동은 여기서 심원춘ㆍ설(沁園春ㆍ雪)에서 말하는 '원(園)'은 '원(原)'으로 진진고원(秦晉高原)이라고 주(注)에 기록했다. 즉 섬서(陝西)와 산서(山西) 두 성에 펼쳐져 있는 황토고원을 가리키는 말로써 웅장한 중국 대륙을 상징하고, 그 뜻을 의역하면, "중국대륙에 눈이 녹고 봄이 스며드는 즉, 모든 고난은 가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일만 남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北國風光 千里冰封 萬里雪飄 북국풍광 천리빙봉 만리설표

북녘 풍광 천리에 얼음 뒤덮이고 만리에 눈발 날리네.

望長城內外 惟餘莽莽 망장성내외 유여망망

장성 안팎 바라보니 오직 망망할 뿐이고

大河上下 頓失滔滔 대하상하 돈실도도

황하의 위아래도 삽시간에 도도함을 잃었네.

山舞銀蛇 原馳蠟象 산무은사 원치랍상

산맥은 은빛 뱀 춤추는 듯하고 구릉은 내달리는 흰 코끼리 같은데

欲與天公試比高 욕여천공시비고

저마다 하늘과 높이를 겨루려 하네.

須晴日 看紅裝素裹 수청일 간홍장소과

하늘이 맑게 개어 붉게 치장한 모습을 보게 되면

分外妖嬈 분외요요

그 모습이 유난히도 아름다우리

 

江山如此多嬌 引無數英雄競折腰 강산여차다교 인무수영웅경절요

강산은 이토록 아름다워도 수많은 영웅들은 다투어 사라졌네. (허리를 굽혔네).

惜秦皇漢武 略輸文采 석진황한무 략수문채

아쉽게도 진시황과 한무제는 글재주가 모자랐고

唐宗宋祖 稍遜風騷 당종송조 초손풍소

당태종과 송태조는 시문과 풍류에 뒤 처졌고

一代天驕 成吉思汗 只識彎弓射大雕 일대천교 성길사한 지식만궁사대조

일세 영웅 칭기즈칸도 활 당겨 큰 독수리 쏠 줄만 알았네.

俱往矣 구왕의

그러나 이 모두 지나간 일,

數風流人物 還看今朝 수풍류인물 환간금조

정녕 풍류 인물을 꼽으려면 오히려 지금을 봐야 하리.

 

※風騷(풍소); 시가와 문장을 아울러 이르는 말. 시문(詩文)을 지으며 멋스럽게 노는 일.

 

모택동은 이 글을 통해 자기가 시를 쓸 줄 아는 사람이고 문무를 겸비한 완벽한 인간이라는 걸 과시하고 있다. 이 시의 내용에 역대 중국을 통치했던 진시황과 한무제는 "문재"가 모자라고,  당태종과 송태조는 "시문과 풍류"가 부족하고, 칭기스칸 까지도 활 쏘는 재주밖에 없다고 해놓고는, "진정한 영웅호걸을 찾으려면 오늘을 보라! 그 영웅호걸은 바로 나 모택동이다"라고 하고 있다.

 

모택동사(詞) <심원춘 설>을 지은 시기는 장개석(蔣介石; 장제스)의 5차 공비토벌 작전에 쫓겨 대장정이 진행되고 있던 1936년 2월로 눈 덮인 진진 고원(秦晉高原)을 보고 지은 시로 알려져 있는데, 발표 일시와 장소는 1945년 11월 중경(重慶)으로 당시 국민당과 공산당이 그곳에서 협상 중일 때였다.

전 중국의 이목이 집중된 시점과 장소에서 모택동은 이 시 한 수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공산당을 싫어하던 지식인들조차 모택동에게 매료당했고 ‘천고 절창(千古絶唱)’이라는 평가가 이어졌으며 이때 모택동은 시대를 여는 애국자이자 고전 문학에도 밝은 격조 있는 시인으로 인정받았다. 그동안의 ‘붉은 비적’으로 일그러진 이미지를 바꾸고 매력적인 인물로 다가서는데 일조를 하였고 중국 현대사의 흐름까지 바꿔버린 한 편의 시 <심원춘.설>이다.

<사진설명; 스페인의 식당에 걸려 있는 모택동의 심원춘ㆍ설(沁園春ㆍ雪) 액자.

글씨체가 모택동의 필체와 같고 끝에 毛澤東이란 서명으로 보아 친필 영인본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