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流頭日(유두일) - 徐居正

-수헌- 2022. 7. 11. 13:47

六月十五日 鄕人就東流水頭作會 名曰流頭       徐居正 

유월십오일 향인취동류수두작회 명왈유두      서거정

6월 15일이면 향인들이 동류수에 나가 머리 감는 모임을 하였다. 이것을 ‘유두’라 이름하였다.

 

炎蒸方六月 염증방유월

유월이라 사방이 찌는 듯 더우니

時序又流頭 시서우류두

시절은 또 유두절이 다가왔구나

竹扇風無力 죽선풍무력

대 부채 바람도 힘을 쓰지 못하고

茅簷雨不休 모첨우불휴

초가 처마엔 쉬지 않고 비 내리네

寂寥今日事 적요금일사

오늘은 적막하고 쓸쓸하기만 하니

行樂故人遊 행락고인유

행락은 옛사람의 놀이일 뿐이었네

多病唯須醉 다병유수취

병이 많으니 오로지 술에 취하여

良辰遣百憂 양진견백우

좋은 시절 온갖 근심을 버려야겠네

 

 

流頭日卽事 二首 유두일즉사 이수      徐居正    서거정  

유두일에 2수를 즉흥적으로 짓다.

 

悠悠時序又流頭 유유시서우류두

시절은 유유히 흘러 또 유두일이 되니

小雨生涼枕簟秋 소우생량침점추

작은 비에도 침상은 가을처럼 서늘해졌네

六月荷花開較晩 유월하화개교만

유월인데도 연꽃이 다른 해보다 늦게 피어

半簾香霧細浮浮 반렴향무세부부

반쯤 걷은 발 틈으로 향기가 살살 떠오네

 

雨後方塘綠政肥 우후방당록정비

비가 온 뒤에 연못물은 새파래지고

一庭芳草燕飛飛 일정방초연비비

뜰에는 풀 우거지고 제비가 나는구나

烏巾猶帶花香濕 오건유대화향습

오히려 오건 쓰고 꽃향기에 젖은 채로

步屐巡園得月歸 보극순원득월귀

정원을 거닐다가 달이 떠서 돌아오네

 

※烏巾(오건) : 벼슬하지 않고 은거하여 사는 자가 쓰는 검은 두건.

 

*서거정(徐居正,1420~1488) : 조선 전기 형조판서, 좌참찬, 좌찬성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강중(剛中) 또는 자원(子元), 호는 사가정(四佳亭) 혹은 정정정(亭亭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