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流頭日(유두일) - 李奎報 (이규보)

-수헌- 2022. 7. 7. 14:28

다가오는 7월 13일은 음력 6월15일, 즉 유두일이다. 이어서 16일은 초복으로 한창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우리 선조들은 이 더운 때를 그냥 보내지 않고 유두일이라는 속절(俗節)을 두어 더위도 식히고 쉬며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도 가졌다. 이 날에는 일가나 친지들끼리 서로 어울려 물 맑은 계곡에 가서 머리를 감고 몸을 씻어서 액(厄)을 떨어버리고, 유두면(流頭麪), 밀전병, 수단(水團)등의 계절 음식을 만들어 먹고 놀았다고 한다.

 

六月十五日池上 三首 유월십오일지상 삼수      李奎報 이규보  

유월 십오일 못가에서 3수

 

雨惡泥深莫嘯儔 우악니심막소주

비가 오고 땅이 질어서 친구들 부르지 못해

蘭亭古事已難修 난정고사이난수

난정의 옛 행사처럼 하기는 이미 어렵겠네

<我國以此日爲喫飮:아국이차일위끽음

우리나라에서는 이날에 모여서 마신다.>

未能免俗猶浮髮 미능면속유부발

속습을 벗어날 수 없어 여전히 머리 감으며

<俗以此日爲流頭日; 속이차일위류두일

세속에서는 이날을 유두일이라고 한다.>

任送霜蓬汚鏡流 임송상봉오경류

흰머리 씻어 보내 거울 같은 물 더럽히네

 

泉豈人人得有哉 천기인인득유재

샘물을 어찌 사람마다 가질 수 있을까만

殷勤求索始流盃 은근구색시류배

정성스레 찾아내어 비로소 술잔을 띄우네

吾家坐致盈盈沼 오가좌치영영소

내 집에 앉아 있어도 못물 차고 넘치는데

反渴常來友不來 반갈상래우불래

다시 목이 말라도 늘 오던 벗은 오지 않네

 

我家有酒堪招客 아가유주감초객

내 집에 술이 있어 손님을 초대하려 해도

何處無泉可泛觴 하처무천가범상

어디에도 술잔을 띄울 만한 샘이 없구나

<因雨未出 又無客 ; 인우미출 우무객

비 때문에 나가지 않고 또 손님이 없기 때문이다.>

都是雨師防樂事 도시우사방악사

모두 우사가 즐거운 일을 막은 때문이니

天敎孤負此辰良 천교고부차진량

하늘이 이 좋은 때를 저버리게 하는구나

 

雨師(우사) : 비를 맏고 있는 신의 이름.

孤負(고부) : 남의 호의나 기대 따위를 저버림.

 

*이규보(李奎報,1168~1241) : 고려 의종 때의 대문장으로 활약한 고려의 문신. 자는 춘경(春卿), 호는 백운거사(白雲居士), 지헌(止軒), 삼혹호선생(三酷好先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