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초파일(부처님 오신날) 漢詩

-수헌- 2022. 5. 5. 23:11

5월 8일은 음력 4월 8일로 부처님 오신 날이다. 초파일에는 연등회(燃燈會)가 열리는데, 신라 때에는 팔관회(八關會)와 함께 국가적인 행사로 열렸고, 특히 고려 때 성행하였다. 불교에서는 불전(佛前)에 등을 밝히는 등 공양(燈供養)을 향공양(香供養)과 더불어 중요시하였는데, 그것은 자신의 마음을 밝고 맑고 바르게 하여 부처님의 덕(德)을 찬양하고, 대자대비(大慈大悲)한 부처님께 귀의하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불교를 억압했지만, 연등회만큼은 순수한 민속 풍속으로 여겨 허용했다고 한다. 조선시대 당시 서울에서 연등회를 구경하는 것은 '한양의 10대 볼거리(漢都十景)' 중 하나였다고 하는데, 일부 호사가들은 진정한 불교의식의 의미보다는 단순히 축제로써 즐기며 일부 타락상의 모습도 있었던 것 같다. 양촌(陽村) 권근(權近)은 초파일에 부처님의 탄신을 예불하는 서민들을 노래했고, 점필재(佔畢齋) 김종직(金宗直)은 관등행사의 의미를 노래하면서도 일부의 타락상을 개탄하였다.

 

四月初八日 在長湍作 사월초팔일 재장단작     權近 권근

사월 초파일 장단에서 짓다.

 

田翁日暮罷春耕 전옹일모파춘경

늙은 농부 해 저물자 봄갈이를 끝내고

高掛孤燈禮佛生 고괘고등례불생

등불 하나 높이 걸고 탄생 예불 올리니

遙想鳳城三十里 요상봉성삼십리

아득히 그리워하는 봉성 삼십 리에

疏星淡月照天明 소성담월조천명

성근 별 밝은 달이 하늘을 비추는구나

 

此日農夫盡輟耕 차일농부진철경

이날은 농부들도 밭갈이를 마치고서

紛然歸佛願修生 분연귀불원수생

분연히 돌아와 부처님께 발원하니

江村寂寞無燈火 강촌적막무등화

등불 전혀 없어 강촌은 적막한데도

只有中天月色明 지유중천월색명

다만 중천에 뜬 달빛만이 밝구나

 

城郭家家不事耕 성곽가가불사경

성안에선 집집마다 농사도 아니 짓고

觀燈終夜露華生 관등종야로화생

관등으로 밤을 새며 이슬 꽃에 젖는데

誰知懶慢村夫子 수지라만촌부자

누가 아는 마을의 게으른 남정네는

獨掩柴扉臥徹明 독엄시비와철명

홀로 사립문 닫고 누워 밤을 새는구나

 

※봉성(鳳城) : 임금이 거처하는 집, 대궐을 말함. 장안(長安)을 가리키는데, 뒤에는 서울에 대한 일반적인 명칭으로 쓰였다.

 

四月八日夜 與兼善登南山脚觀燈 時兩宮與世子 在圓覺寺 作法事     金宗直

사월팔일야 여겸선등남산각관등 시량궁여세자 재원각사 작법사     김종직

사월 초파일 밤에 겸선과 함께 남산 기슭에 올라 관등을 하였는데, 이때 양궁과 세자는 원각사에서 법사를 하였다.

 

極西誰道聖人生 극서수도성인생

서역에서 성인이 나서 누가 도를 펼치니

幻做鯷岑不夜城 환주제잠불야성

조선이 미혹하여 불야성을 만드는구나

徹曙魚環蓮焰舞 철서어환련염무

새벽까지 목어를 돌며 연염무를 추고

滿天星繞彩棚明 만천성요채붕명

하늘 가득한 별들은 채붕에 얽혀 밝구나

禪寮競遺香糖水 선료경유향당수

선료에서는 다투어 향당수를 끼쳐주고

御樂遙聞法部聲 어악요문법부성

궁중 음악과 법부소리 멀리서 들려오네

自愧吟詩仍大瘦 자괴음시잉대수

부끄럽게도 크게 야윈 몸으로 시나 읊으며

未隨釵髻到鷄鳴 미수채계도계명

다른 남녀들처럼 닭 울도록 놀지도 못하네

 

觀燈君(者?)士女塡咽街巷 頗有醜聲 관등군(자?) 사녀전인가항 파유추성

관등하는 선비와 여자들이 길거리를 가득 메웠는데 몹시 추한 소문이 있었다.

 

※兩宮(양궁) : 세자와 세자빈을 아울러 이르던 말.

※鯷岑(제잠) : 옛날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달리 이르던 말.

※彩棚(채붕) : 색종이 비단 소나무 가지 따위로 만든 가설 막, 여기에다 연등을 장식하여 달고 즐겼다.

※法部(법부) : 당(唐) 나라 때 사원(寺院)에서 연주하던 악곡(樂曲)의 이름.

 

 

四月八日夜...가 실려있는 점필재집. <붉은 원 안의 글자는 '君' 자라기보다 '者' 자로 보는 것이 문맥상 어울릴 것 같다>

 

삼랑진 만어사의 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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