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청명 한식 그리고 삼짇날

-수헌- 2022. 4. 4. 19:00

上巳日 追到鳳山 聞遠接使在黃州 錄奉戲語 兼示諸從事      申光漢 신광한  

상사일 추도봉산 문원접사재황주 록봉희어 겸시제종사

상사일에 뒤따라 봉산에 당도하여 원접사가 황주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희어를 적어 보내며 여러 종사관에게도 아울러 보이다.

 

淸明寒食又三三 청명한식우삼삼

청명과 한식 그리고 또 삼월 삼짇날까지

佳節相仍客興酣 가절상잉객흥감

거듭된 명절에 나그네 흥이 일어나는구나

老子風流元不淺 노자풍류원불천

늙은이 풍류도 본래 가벼운 게 아니건만

諸公鋒穎儘難堪 제공봉영진난감

여러 공의 예봉은 감당하기가 어렵구나

江山好處詩爲壘 강산호처시위루

강산 좋은 곳에는 지은 시들이 쌓여 가고

罇酒開時戰必戡 준주개시전필감

술자리 벌여 놓으면 반드시 이기려 하네

可咲蹇跚空殿後 가소건산공전후

우습게도 비틀거리다 전각을 비운 뒤에

醉聞飛旆渡江南 취문비패도강남

날랜 행렬 강남을 건넜다고 취중에 듣네

 

客程三月初三日 객정삼월초삼일

나그네 길에서 삼월 초삼일을 만났는데

歷盡春山未見花 영진춘산미견화

지나온 봄 산에서 아직 꽃을 못 보았네

應放先鋒鏖物色 응방선봉오물색

맨 먼저 피어 물색을 물리쳐야 할 텐데

却敎凡卉怯天葩 각교범훼겁천파

무릇 꽃들이 천파의 두려움을 배웠구나

行塵瑟瑟時遺寶 행진슬슬시유보

쓸쓸히 속사를 겪을 때도 귀중함은 남아서

野草蕭蕭始露芽 야초소소시로아

들풀이 소소하게 싹이 나기 시작하네

欲追歡事分留少 욕추환사분류소

추구하는 기쁜 일이 나뉘어 조금 남았어도

不怨東風怨使華 불원동풍원사화

꽃은 원망해도 봄바람은 원망하지 말게

 

※上巳日(상사일) : 음력 3월 3일, 즉 삼짇날을 말한다. 삼짇날은 뱀이 동면에서 깨어나는 날이라고 상사(上巳) 또는 원사(元巳)라고도 한다.

※천파(天葩) : 천연의 아름다운 꽃이란 뜻으로, 전하여 아름다운 시문(詩文)을 의미하기도 한다.

 

*신광한(申光漢, 1484~1555) : 조선 전기 우참찬, 좌찬성, 지경연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한지(漢之) 또는 시회(時晦), 호는 낙봉(駱峰) 기재(企齋) 석선재(石仙齋) 청성동주(靑城洞主). 영의정 신숙주(申叔舟)의 손자이다.

 

<이 시는 기재(企齋) 신광한(申光漢)이 1539년(중종 34) 도사 선위사(都司宣慰使)가 되어 명(明) 나라의 진하사(進賀使)를 영접하기 위해 먼저 출발한 원접사(遠接使; 조선시대 중국의 사신을 멀리까지 나가 영접하는 임시 관직) 소세양(蘇世讓)을 따라 올라가던 길에 지은 것이다.>

 

 

春日城南卽事 춘일성남즉사     權近 권근 

성남의 봄날

 

春風忽已近淸明 춘풍홀이근청명

봄바람 언뜻 불더니 청명절이 가까운데

細雨霏霏晩未晴 세우비비만미청

가랑비는 부슬부슬 저물도록 개지 않고

屋角杏花開欲遍 옥각행화개욕편

집 모퉁이 살구꽃은 활짝 피고 싶은지

數枝含露向人傾 수지함로향인경

이슬 머금은 몇몇 가지 날 향해 기울었네

 

*권근(權近, 1352~1409) :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 자는 가원(可遠), 호는 양촌(陽村). 이성계의 조선 왕조 창업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개국 후 각종 제도 정비에 힘썼다.

 

寒食 한식     金宗直 김종직  

 

淸明寒食一年春 청명한식일년춘

청명 한식은 한해 봄 중에서도 으뜸이라

節物斑斑入眼新 절물반반입안신

계절의 만물이 선명히 눈에 들어 새롭네

紅襯山花蒸躑躅 홍친산화증척촉

수많은 산꽃 진달래는 붉은빛을 드러내고

靑挑野菜細茵陳 청도야채세인진

들나물은 고운 자리를 푸르게 펼쳤구나

殘年官況知無味 잔년관황지무미

남은 생의 벼슬은 의의가 없을 줄 아니

晩節交情覺倍親 만절교정각배친

늘그막 사귀는 정은 곱으로 친해야겠지

相望故人違咫尺 상망고인위지척

서로 그리는 벗은 지척에서 멀어졌으니

一杯恨不共良辰 일배한불공량진

한 잔 술로 좋은 때 함께 못함이 한이구나

 

*김종직(金宗直, 1431~1492) : 조선 초기의 문신. 자는 계온(季昷) 효관(孝盥), 호는 점필재(佔畢齋). 성리학적 정치질서를 확립하려 했던 사림파의 사조(師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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