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소한(小寒)과 대한(大寒)

-수헌- 2021. 12. 30. 15:56

동지(冬至)가 지나면 한해 중 절기는 소한(小寒)대한(大寒)만 남는다. 이 시기는 음력 새해와 입춘(立春)을 앞두고 있어 새해를 맞이하는 희망, 봄을 기대하는 마음, 그리고 한해를 마감하는 감회가 뒤 섞이는 시기이다. 아마도 이 시기가 가장 추운 시기라서 절기의 명칭도 소한과 대한으로 했나 보다. 옛 시인들의 시에도 이 시기에는 눈과 세월, 매화, 술 같은 단어들이 많이 보인다.

 

至後入城宿版泉 지후입성숙판천     南尙敎 남상교

동지후 서울에 들어와 판천에서 자다

 

人生聚散摠雲烟 인생취산총운연

인생은 모였다 흩어지는 구름 안개 같으나

且可相逢一燦然 차가상봉일찬연

또다시 한번 찬연히 서로 만날 수 있네

作客因緣多雪夜 작객인연다설야

눈 많이 오는 밤을 인연으로 손님이 되어

吟詩次第到梅天 음시차제도매천

매화꽃 필 때까지 차례대로 시를 읊겠지

在家禪定同蕭寺 재가선정동소사

집에 머물며 참선하니 고요한 절간과 같아

得酒貪餮廢玉船 득주탐철폐옥선

술과 탐하던 음식 그만두고 술잔 엎었네

只尺依依如夢境 지척의의여몽경

지척의 그리운 사람 꿈결에 든 것 같아

此時難見更堪憐 차시난견갱감련

이런 때도 보지 못하니 그리움이 더하네

 

依依(의의) : 안타까이 사모하는 모양.

 

*南尙敎(남상교,1784∼1866) : 조선 후기 충주목사, 동지 돈령부사 등을 역임한 문신, 문인. 자는 문숙(文叔), 호는 우촌(雨村), 삼수당(三秀堂).

 

 

次韻遇雪 차운우설    崔岦 최립

눈이 내렸기에 차운하여 짓다

 

客路天涯際朔幽 객로천애제삭유

나그넷길 아득한 북녘 하늘가에 왔는데

窮陰況是歲將遵 궁음황시세장준

더구나 음기가 다해 곧 새해가 되겠구나

夜來忽有漫空雪 야래홀유만공설

밤이 되어 갑자기 하늘가득 눈이 오더니

寒重偏驚透獘裘 한중편경투폐구

큰 추위가 갖옷을 스며들어 새삼 놀라네

出郭却應迷雉堞 출곽각응미치첩

성곽을 나가도 응당 성가퀴를 헤맬 텐데

穿郊那復辨塍溝 천교나부변승구

들판의 밭두둑과 도랑을 어떻게 분별할까

須爲馬上西風地 수위마상서풍지

마땅히 말을 타고 서풍지로 가야 하나

且撥爐灰酌玉舟 차발로회작옥주

우선 화로의 재 뒤적이며 옥잔을 기울이네

 

옥주(玉舟): 옥(玉)으로 만든 배 모양의 술잔이라는 뜻으로, 옥선(玉船) 또는 옥주선이라고도 한다.

 

*崔岦(최립,1539 ~ 1612)은 조선시대 중기의 문인 겸 문신. 자는 입지(立之), 호는 간이(簡易), 동고(東皐). 율곡 이이 등과 함께 선조 때의 8대 명문장가로 꼽힌다.

 

極寒 극한     朴趾源 박지원

지독한 추위

 

北岳高戍削 북악고수삭

북악산은 수루를 깎은 듯 높고

南山松黑色 남산송흑색

남산의 소나무는 검게 빛나네

隼過林木肅 준과임목숙

매 지나는 나무숲은 고요하고

鶴鳴昊天碧 학명호천벽

학 우는 하늘은 푸르기만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