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後 설후 柳方善 유방선
눈 내린 뒤
臘雪孤村積未消 납설고촌적미소
외딴 마을 섣달 눈이 쌓여 녹지 않으니
柴門誰肯爲相敲 시문수긍위상고
그 누가 사립문을 두드리려고 할까
夜來忽有淸香動 야래홀유청향동
밤이 되어 갑자기 맑은 향이 느껴지니
知放寒梅第幾梢 지방한매제기초
겨울 매화가 가지 끝에 맺혔음을 알겠네
※臘雪(납설) : 섣달에 내리는 눈. 동지부터 입춘 전까지 내리는 눈.
*柳方善(유방선, 1388~1443) : 조선 전기의 학자. 자는 자계(子繼). 호는 태재(泰齋). 유일(遺逸; 과거를 거치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는 제도)로 천거되었으나 벼슬하지 않았고, 시문(詩文)과 여러 학문에 능하여 서거정 등 이름난 선비를 키웠다. 저서로 ≪태재집≫이 있다
雪夜 설야 鐵船 惠楫 철선 혜즙
눈 오는 밤
一穗寒燈讀佛經 일수한등독불경
한 촉 차가운 등불 아래 불경을 읽느라
不知夜雪洪空庭 부지야설홍공정
밤눈이 빈 뜰에 가득 쌓인 줄도 몰랐네
深山衆木都無籟 심산중목도무뢰
깊은 산 나무들은 아무런 울림도 없는데
時有檐氷墮石牀 시유첨빙타석상
고드름만 수시로 돌난간에 떨어지는구나
※一穗寒燈(일수한등) : 심지가 하나여서 희미하여 온기를 느끼지 못하는 등불로 해석됨.
*惠楫(혜즙 1791~1858) : 조선 후기의 승려로 호는 철선(鐵船)이며 후진 양성에 힘을 쏟았다.
羽溪縣軒韻 우계현헌운 李堣 이우
우계현 동헌에서
雪逼窓虚燭滅明 설핍창허촉멸명
창틈으로 눈 들이쳐 촛불 가물거리는데
月篩松影動西榮 월사송영동서영
달은 솔 그림자 흔들어 서쪽 처마에 일렁이네
夜深知得山風過 야심지득산풍과
밤 깊어 산에 바람 지나가는 걸 알리려고
墙外騷蕭竹有聲 장외소소죽유성
담장 밖 대숲에서 우수수 소리가 난다
*李堣(이우, 1469~1517) : 조선 중기의 문신. 자는 명중, 호는 송재. 조카가 이황(李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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