和田家四時詞 화전가사시사 金應祖 김응조
전가 사시사에 화답하다
春
田家屬春暄 전가속춘훤
농가에 때마침 따뜻한 봄이 되니
木榮泉始流 목영천시류
나무가 피어나고 샘물도 흐르네
仁風吹好雨 인풍취호우
자애로운 바람 불어 단비 내리고
布穀啼樹頭 포곡제수두
나뭇가지 위에서 뻐꾸기가 우네
女長學把鋤 여장학파서
딸아이는 자라서 호미질 배우고
男壯能飼牛 남장능사우
씩씩한 아들은 소여물을 먹이네
揉木以爲耒 유목이위뢰
나무를 구부려서 쟁기를 만들고
斲木以爲耰 착목이위우
나무를 깎아서 곰방메를 만드네
急先播麥種 급선파맥종
서둘러서 보리 씨앗 먼저 뿌리고
次第治秧疇 차제치앙주
차례대로 논에다 모심기를 하네
豚蹄祝五穀 돈제축오곡
돼지다리로 풍년을 축원했으니
餒在未暇憂 뇌재미가우
굶주림을 걱정할 겨를이 없겠네
夏
田家當夏月 전가당하월
농가에선 여름철이 다가오면
坐席未暇移 좌석미가이
앉은자리를 옮길 겨를도 없네
壟麥有滯穗 농맥유체수
보리밭에는 떨어진 이삭이 있고
疏麻多落枝 소마다락지
삼밭에는 줄기가 많이 떨어졌네
養蠶未上箔 양잠미상박
누에는 아직 발에 오르지 않았고
分秧恐後期 분앙공후기
모 내기를 한 뒷일이 걱정스럽네
種豆南山下 종두남산하
남산 아래에다 콩을 심었지만
太半落爲萁 태반낙위기
태반이 떨어져 쭉정이가 되었네
公家徵布急 공가징포급
관에서 급히 베를 거두어들이니
木花田宜治 목화전의치
마땅히 밭에 목화를 심어야 하네
常苦日力短 상고일력단
언제나 해가 짧음을 괴로워하며
帶月荷鋤歸 대월하서귀
달빛 아래 호미를 메고 돌아오네
<諺云 田家未暇移坐席 언운 전가미가이좌석
속담에 이르기를 ‘농가에선 앉은자리를 옮길 겨를도 없다.’라고 하였다.>
秋
田家迫秋序 전가박추서
농가에 가을철이 다가오니
村務劇於春 촌무극어춘
시골 일이 봄보다 더 고되구나
明年糞田計 명년분전계
내년에 밭에다 거름을 주려고
刈草多艱辛 예초다간신
매우 고생하여 풀을 베어 오네
艱辛不足辭 간신부족사
힘든 고생은 마다하지 않지만
苦恐後於人 고공후어인
남보다 뒤처질까 봐 두렵구나
霜嚴收穫急 상엄수확급
된서리가 내려 급히 수확하니
咿耶動四隣 이야동사린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나는구나
穫竟復深耕 확경부심경
수확 마치고 다시 깊이 가는데
牛肥性難馴 우비성난순
소도 살이 쪄서 부리기 어렵네
苦無一日閒 고무일일한
하루도 여유 없이 애쓰다 보니
辜負黃花辰 고부황화진
황화절마저 저버리게 되었구나
冬
田家迫冬寒 전가박동한
농가에 추운 겨울이 다가오는데
未暇憂無衣 미가우무의
옷이 없다고 근심할 겨를이 없네
持斧入深山 지부입심산
도끼를 들고 깊은 산속에 들어가
日日採薪歸 일일채신귀
날마다 땔나무를 베어 돌아오네
採薪積如丘 채신적여구
땔나무가 언덕처럼 쌓여 있어도
長夏麥可炊 장하맥가취
긴 여름을 보릿짚으로 불을 땠네
穡事始專力 색사시전력
농사일에다 온 힘을 기울였지만
甫田不勞治 보전불로치
큰 밭을 힘들여 가꾸지는 않았네
蓄糞防水洩 축분방수설
퇴비 만들고 물 새는 것도 막고
蓄灰防風吹 축회방풍취
모은 재에 바람 부는 것을 막네
須加不息功 수가불식공
모름지기 쉼 없이 일을 더하니
田務無歇時 전무무헐시
시골의 일은 쉴 때가 없구나
※揉木以爲耒(유목이위뢰) 斲木以爲耰(착목이위우) : 주역(周易) 계사전 하(繫辭傳下)에 ‘신농씨가 나무를 깎아 보습을 만들고 나무를 휘어 가래를 만들어, 가래로 김매는 편리함을 천하에 가르쳤다. [神農氏作 斲木爲耜 揉木爲耒 耒耨之利 以敎天下.]’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豚蹄祝五穀(돈제축오곡) : 매우 적은 것을 가지고 매우 큰 것을 바라는 것을 비유하는데, 여기서는 단순히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로 쓰였다. 제(齊) 나라 위왕(威王) 때에 초(楚) 나라가 대군을 이끌고 제나라를 치자, 위왕이 순우곤(淳于髡)에게 금 100근과 거마(車馬) 10사(駟)를 주면서 조(趙) 나라에 구원병을 요청하라고 하였다. 이에 순우곤이 ‘오늘 오던 도중에 길가에서 밭에 제사 지내는 사람들을 보았는데, 돼지다리 하나와 술 한 잔으로 오곡이 잘 익어 집안에 넘쳐나기를 축원하였습니다. 그래서 신은 아주 적은 제수(祭需)를 가지고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그들을 보고 비웃었습니다.’라고 한 데서 유래한다.
※種豆南山下(종두남산하) 帶月荷鋤歸(대월하서귀) : 도잠(陶潛)이 그의 대표작 귀전원거(歸田園居)에서 ‘남산 아래 콩을 심었더니 잡초만 무성하고 콩 싹은 드무네. 새벽에 일어나 잡초를 뽑고, 달빛 아래 호미 메고 돌아오네. [種豆南山下 草盛豆苗稀 侵晨理荒穢 帶月荷鋤歸]’라고 한 것을 그대로 인용하였다.
※黃花辰(황화진) : 누런 국화가 피는 명절로, 9월 9일 중양절(重陽節)을 말한다.
※甫田不勞治(보전불노치) : 보전(甫田)은 큰 밭을 말한다. 큰 밭을 경작하면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에 농사를 크게 짓지 않았다는 뜻이다. 시경(詩經) 제풍(齊風) 보전(甫田)에 ‘(힘에 겨운) 큰 밭은 경작하지 말라 가라지만 무성하게 될 뿐이다. [無田甫田 維莠驕驕]’라고 하였다.
*김응조(金應祖, 1587~1667) : 조선시대 지평, 예조참의, 공조참의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효징(孝徵), 호는 학사(鶴沙) 또는 아헌(啞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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