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사시사(四時詞)

貧家 四時詞 (빈가 사시사) - 金應祖 (김응조)

-수헌- 2026. 5. 1. 11:39

貧家 四時詞   빈가 사시사     金應祖   김응조  

가난한 집 사시사

 

貧家苦多愁 빈가고다수

가난한 집 걱정 많아 괴로운데

春來差可喜 춘래차가희

봄이 오니 그나마도 즐거워하네

覓債以克飢 멱채이극기

빚을 내어서 굶주림을 견뎌내고

受糶以饁彼 수조이엽피

환곡을 얻어서 들밥을 내어가네

西疇耕釋釋 서주경석석

서쪽 밭을 윤택하게 갈아놓으니

布穀啼未已 포곡제미이

씨 뿌리라고 뻐꾸기가 울어대네

麥穗日以長 맥수일이장

보리 이삭은 하루하루 자라나고

秧苗日以翠 앙묘일이취

벼 포기는 하루하루 푸르러지네

未暇憂餒在 미가우뇌재

굶주림을 걱정할 겨를이 없으니

荒穢宜晨理 황예의신리

새벽에 나가서 잡초를 뽑는다네

 

貧家初分秧 빈가초분앙

가난한 집에서 모내기 시작하는데

却愁無野食 각수무야식

도리어 새참 내지 못할까 걱정하여

長鬚刈麥歸 장수예맥귀

사내종이 보리를 베어서 돌아가니

老婢慣蒸曝 노비관증폭

늙은 여종이 익숙하게 쪄서 말리네

舂聲雨外急 용성우외급

비가 올까 봐 절구 소리가 급하고

新炊日未仄 신취일미측

해가 지기 전에 새로 밥을 지으니

盤蔬雜蔥菁 반소잡총청

소반에 나물 파 무만 올라 있어도

齁齁自捫腹 후후자문복

숨을 내쉬며 스스로 배를 문지르며

慇懃慰妻孥 은근위처노

은근하게 처자식을 위로하면서

猶勝饘與粥 유승전여죽

그래도 미음과 죽보다는 낫다 하네

 

貧家麥已盡 빈가맥이진

가난한 집에 보리마저 이미 떨어져

百口苦稀粥 백구고희죽

식구들 멀건 죽 먹으며 괴로워하네

晨起督長鬚 신기독장수

새벽에 사내종을 독촉하여 깨워서

秔稌宜早穫 갱도의조확

메벼와 찰벼를 빨리 수확하라 하네

靑穗不堪收 청수불감수

푸른 이삭은 차마 거두지 못하는데

黃穗半成粒 황수반성립

누런 이삭도 낱알이 반쯤 여물었네

老婦強解事 노부강해사

사리를 아주 잘 아는 늙은 아내가

新釀趁佳節 신양진가절

명절을 맞아서 새로이 술을 빚으니

一勺仍大醉 일작잉대취

한 국자를 마시고는 크게 취하여서

於吾何萬物 어오하만물

나에게 만물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貧家本無樂 빈가본무락

가난한 집에 본래 낙이 없지만

冬月百憂集 동월백우집

겨울에는 온갖 근심 다 모이네

私債苦苛催 사채고가최

가혹한 사채 독촉이 괴로운데

官糴仍嚴督 관적잉엄독

환곡 들이라고 엄하게 독촉하네

私催已可畏 사최이가외

사사로운 독촉도 매우 두렵지만

官督尤可怕 관독우가파

관가의 독촉은 더욱 두렵구나

一室若縣磬 일실약현경

집안에는 경쇠만 걸린 듯하고

枵然無一物 효연무일물

텅 비어서 물건이 하나도 없네

吏胥莫相厄 이서막상액

아전들아 심하게 핍박하지 말게

明朝賣黃犢 명조매황독

내일 아침 황소를 팔아 낼 테니

 

※釋釋(석석) : 석석(釋釋)은 음(音)을 가차하여 씨 뿌리기 알맞도록 푸석푸석함을 말한다. 따라서 밭을 갈아서 윤택해짐을 말한다.

※布穀(포곡) : 뻐꾸기의 별칭이다. 뻐꾸기가 봄철에 우는 소리가 ‘씨를 뿌려라 [布穀]’라고 재촉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長鬚(장수) : 장수(長鬚)는 수염 긴 사람을 말하는데, 보통 사내종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당(唐) 나라 한유(韓愈)의 기로동(寄盧仝)에 ‘남자 종 하나는 긴 수염에 머리도 묶지 않았고, 여자 종 하나는 맨다리에 늙어서 이도 다 빠졌네. [一奴長鬚不裹頭 一婢赤脚老無齒.]’라고 하였다.

※盤蔬雜蔥菁(반소잡총청) : 소반에 채소와 파 무만 함께 있다는 것은 변변한 고기나 좋은 반찬 없는 소박한 밥상을 말한다.

※齁齁自捫腹(후후자문복) : 후후(齁齁)는 코 고는 소리, 혹은 숨을 푹 내쉬는 모양을 말하나 배부르고 느긋한 상태를 나타낸다. 자문복(自捫腹)은 스스로 배를 쓰다듬다는 의미로, 이 구절은 배부르게 먹고 만족스럽게 배를 쓰다듬는다라는 의미이다.

※官糴(관적) : 춘궁기에 관곡(官穀)을 농민에게 대여했다가 가을에 거두어들이는 쌀로, 공적(公糴) 환곡(還穀)이라고도 한다. 가을 수확 후에 10분의 1의 이자를 붙여서 거둔다.

※一室若縣磬(일실약현경) : 집이 텅 비어 서까래만 걸려 있는 것을 형용한 말로 매우 가난함을 뜻한다.

 

*김응조(金應祖, 1587~1667) : 조선시대 지평, 예조참의, 공조참의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효징(孝徵), 호는 학사(鶴沙) 또는 아헌(啞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