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사시사(四時詞)

次東坡四時詞韻 (차동파사시사운) - 沈義 (심의)

-수헌- 2026. 6. 14. 12:40

次東坡四時詞韻  차동파사시사운    沈義   심의 

소동파의 사시사에 차운하다

 

金鴉彩芒射萬落 금아채망사만락

아침의 밝은 햇살이 온 고을을 비추어서

丫鬟罷睡捲繡幕 아환파수권수막

시녀가 잠 깨어 수놓은 휘장 감아올리니

一雙粉蝶趁蓓蕾 일쌍분접진배뢰

한 쌍의 하얀 나비 꽃봉오리 쫓아다니고

畫墻猩脣染杏萼 화장성순염행악

벽화 속 성성이 입술 살구꽃에 물들었네

香肌纖艶嬌無語 향기섬염교무어

향기로운 살결에 아리따운 자태를 말없이

珠履玉臺寄阿誰 주리옥대기아수

옥대에 있는 어느 주리에게 전했을까

春心脈脈禁不得 춘심맥맥금부득

춘심이 끝없이 이어지니 막을 수가 없어

笑指酴醾映羅衣 소지도미영나의

비단옷에 비친 도미를 웃으며 가리키네

 

曉捲銀鉤瑞日永 효권은구서일영

새벽 초승달 지고 상서로운 낮 길어지니

曲欄凝滑湘簟冷 곡란응활상점랭

굽은 난간 매끄러운 대자리가 시원하구나

嫩香裊裊遊仙枕 눈향뇨뇨유선침

가녀린 향내 나는 유선침을 머리에 베니

燕語弄嬌洞房靜 연어농교동방정

고요한 동방에 제비가 귀엽게 재잘거리네

紈扇忽驚海棠睡 환선홀경해당수

환선과 조는 해당의 모습에 깜짝 놀라니

嫣然粉黛梳洗勻 언연분대소세균

소세하고 화장하고 웃는 모습 가지런하네

扶人羞向章臺去 부인수향장대거

가마꾼도 장대로 가자면 부끄럽게 여기니

似嫌楊花吹點人 사혐양화취점인

버들개지 휘날려 몸에 묻을까 저어함이네

 

上苑彫零散紅綠 상원조영산홍록

상림원이 조락하여 붉고 푸른빛 흩어지고

商聲淅淅琅玕竹 상성석석랑간죽

푸른 대나무 숲에 가을바람 우수수 부네

畫屛夜氣鴦衾冷 화병야기앙금랭

밤기운에 병풍 그림 원앙금침이 썰렁한데

宵燭點點飛度屋 소촉점점비도옥

개똥벌레 점점이 지붕 위 넘어 날아가네

隔簾蛾眉抱琵琶 격렴아미포비파

주렴 너머엔 미인이 비파를 가슴에 안고

彈雜寒螿泣中庭 탄잡한장읍중정

연주하니 뜰 가운데 가을벌레 슬피 우네

中宵推枕進羔酒 중소추침진고주

한밤중에 베개를 밀치고 술 따르게 하니

頹然莫聽恩怨聲 퇴연막청은원성

은원의 소리 듣지 않으려 취해 쓰러지네

 

羅幙耽耽競鬪角 나막탐탐경투각

비단 장막 안에서 몸싸움을 즐기면서도

芳心尙怕羅衾薄 방심상파나금박

여인의 마음은 얇은 비단 이불 민망하네

細氈淺斟金屈巵 세전천짐금굴치

융단 위에서 금 술잔에 조금씩 따르느라

夜永不覺燈花落 야영불각등화락

긴긴밤 등잔불 꺼진 것도 알지 못하였네

曉來霽景渾呈露 효래제경혼정로

새벽이 되어 비 갠 경치 환히 드러나니

玉蕊瓊葩爛朝霞 옥예경파란조하

옥처럼 깨끗한 꽃 아침놀처럼 찬란하네

幽人挾纊歸未歸 유인협광귀미귀

유인은 솜옷 입고 돌아가려다 못 가는데

爲報庾嶺盡放花 위보유령진방화

대유령의 매화 만개했다는 소식이 오네

 

※金鴉彩芒(금아채망) : 금아(金鴉)는 금오(金烏)라고도 하며, 해 속에 삼족오(三足烏)가 산다는 전설에 따라 태양을 의미한다. 또 바다에서 막 떠오르는 태양을 의미한다. 따라서 막 떠오른 아침햇살로 이해된다.

※丫鬟(아환) : 예전에, 머리를 얹은 젊은 여자 종을 이르던 말. 시녀(侍女). 여복(女僕).

※珠履玉臺(주리옥대) : 옥대(玉臺)는 천제(天帝)가 거하는 곳이란 뜻으로 궁궐을 의미하고, 주리(珠履)는 구슬로 장식한 신발이라는 뜻으로, 전국 시대 춘신군(春申君)의 상객(上客)들이 모두 주리(珠履)를 신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하여 예우를 받는 인재를 뜻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주리옥대(珠履玉臺)는 나라에서 인정받는 인재를 의미한다.

※春心(춘심) : 봄철에 느끼는 심회(心懷)라는 의미이나, 남녀 사이에서 생기는 정욕이라는 의미가 있다.

※笑指酴醾映羅衣(소지도미영나의) : 도미(酴醿)는 도미화(酴醿花)로 즉 찔레꽃을 말한다. 도미화가 피면 봄이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꽃이다. 송나라 시인 진관(秦觀)이 한 여인을 그리는 슬픈 마음을 상도미유감(賞酴醿有感)에서 ‘봄이 와도 모든 것이 눈에 들지 않고 오직 이 꽃을 보며 단장의 슬픔을 견디네. 무슨 일로 그리 슬프냐고 묻는다면 일찍이 비단옷에서 이 꽃 향이 났기 때문이네. [春來百物不入眼 唯見此花堪斷腸 借問斷腸緣底事 羅衣曾似此花香)’라고 한 데서 인용한 듯하다.

※銀鉤(은구) : 은빛 갈고리를 닮은 초승달을 의미한다.

※遊仙枕(유선침) : 베고 잠이 들면 꿈속에서 선계(仙界)를 두루 유람할 수 있다는 전설상의 베개. 귀자국(龜玆國)에서 당 현종(唐玄宗)에게 이 베개를 바치자, 현종이 그런 꿈을 꾸고 나서 유선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다.

※洞房(동방) : 잠자는 방. 신방(新房). 전통 혼례에서, 첫날밤에 신랑이 신부의 방에서 자는 의식을 동방화촉(洞房華燭)이라 한다.

※紈扇忽驚海棠睡(환선홀경해당수) : 고운 여인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는 의미이다. 환선(紈扇)은 한 성제(漢成帝)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다가 그 뒤에 조비연(趙飛燕)에게 밀려난 반첩여(班婕妤)를 말한다. 반첩여(班婕妤)가 원가행(怨歌行)이라는 노래를 지어, 자기의 신세를 한여름 더울 때 사랑을 받다가 가을바람이 불면 버림받는 깁부채[紈扇]에 비유한 데서 유래한다. 해당수(海棠睡)는 당현종(唐玄宗)의 비(妃)인 양귀비(楊貴妃)를 말한다. 당현종(唐玄宗)이 술에 취해 흐트러진 모습의 양귀비(楊貴妃)를 보고 ‘어찌 귀비가 취한 것이겠는가. 해당화의 잠이 부족해서 그럴 뿐이다.’라고 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扶人羞向章臺去(부인수향장대거) 似嫌楊花吹點人(사혐양화취점인) : 부인(扶人)은 가마꾼을 말하는데. 가마꾼도 손님이 장대(章臺)로 가자고 하면 자기 몸이 오염될까 봐 수치스럽게 여긴다는 의미이다. 장대는 장안(長安)의 궁전 이름으로, 그 주변에 버드나무가 많이 늘어서 있고 창기촌(娼妓村)이 형성되어 있었다고 한다.

※宵燭(소촉) : 밤을 비춘다는 의미로 반딧불이 즉 개똥벌레를 말한다.

※曉來霽景渾呈露(효래제경혼정로) : 지난밤 남녀 간의 운우지정(雲雨之情)이 끝나고 아침에 드러난 미인의 모습을 비유한다.

※幽人挾纊歸未歸(유인협광귀미귀) 爲報庾嶺盡放花(위보유령진방화) : 미녀의 보살핌을 받던 은자(隱者)가 편안한 생활에 빠진 나머지 겨울에 떠나려다 떠나지 못하고, 매화가 피는 봄이 되었다는 비유이다. 유령(庾嶺)은 중국 강서성(江西省)의 대유령(大庾嶺)을 말하는데, 매화가 많아 매령(梅嶺)이라고도 한다.

 

*심의(沈義, 1475~ ? ) : 조선 전기 사헌부감찰, 공조 좌랑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의지(義之), 호는 대관재(大觀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