次老先生四時吟韻 차노선생사시음운 金魯憲 김노헌
노선생의 사시음을 차운하다.
陰厓霧捲一窓明 음애무권일창명
어둡던 언덕 안개 걷히니 창문 밝아지고
禽語百般噭噭鳴 금어백반교교명
여러 가지 새소리가 재잘대며 울어대네
睡起看山山照耀 수기간산산조요
잠에서 깨어나 산을 보니 산빛이 빛나고
滿庭芳草又生生 만정방초우생생
뜰에 가득한 방초들이 더욱 생생하구나
<右春朝 우춘조
위는 봄날의 아침이다.>
緩步東郊白日遲 완보동교백일지
동쪽 교외에서 대낮을 천천히 걸어가니
晴天花氣襲人衣 청천화기습인의
갠 하늘에 꽃기운이 옷깃을 적시는구나
雲扉晝掩無人到 운비주엄무인도
구름 걸린 사립문 닫아 찾는 이 없는데,
簷燕雙雙也自歸 첨연쌍쌍야자귀
처마 끝에 제비가 쌍쌍이 다시 돌아오네
<右春晝 우춘주
위는 봄날의 낮이다.>
漁樵薄暮採香薇 어초박모채향미
어스름에 고기 잡고 나무하고 고사리 캐오고
蒹果蒹魚䭜我飢 겸과겸어료아기
갈대 속 열매와 물고기로 내 허기를 채우네
倦朝知還山日夕 권조지환산일석
아침 녘엔 고달파도 저녁엔 돌아올 줄 아니
幽人宿約爾無違 유인숙약이무위
은자의 오랜 약조를 그대는 어기지 않는구나
<右春暮 우춘모
위는 봄날의 저녁이다.>
微月墮西斗轉東 미월타서두전동
눈썹달 서녘에 지고 북두성이 떠오는데
看花秉燭意難窮 간화병촉의난궁
꽃을 보러 촛불 켜는 뜻 헤아릴 수 없네
乾坤入夜聲餘水 건곤입야성여수
천지간에 밤이 되니 물소리만 들리는데
杜宇諸山寂若空 두우제산적약공
모든 산은 빈 산처럼 소쩍새도 고요하네
<右春夜 우춘야
위는 봄날의 밤이다.>
簾間獨起納晨淸 염간독기납신청
발 사이로 새벽녘 맑은 기운이 스며들고
零露團團竹葉靑 영로단단죽엽청
푸른 댓 닢에 둥근 이슬방울이 맺혔구나
洗垢新新圖日日 세구신신도일일
나날이 새로움을 도모하려고 때를 씻고
虛明對案讀盤銘 허명대안독반명
맑고 텅 빈 책상 대하고 반명을 읽는다
<右夏朝 우하조
위는 여름날의 아침이다.>
山堂晝熱火雲明 산당주열화운명
한낮 열기가 불 구름 타는 듯한 산골 집
一席微凉占北楹 일석미량점북영
북쪽 기둥에 부는 서늘한 바람 차지하고
午枕閒閒尋小夢 오침한한심소몽
한가로이 든 낮잠에 작은 꿈을 꾸었는데
屋頭何許一鸎聲 옥두하허일앵성
지붕 위 어디선가 꾀꼬리 소리가 들리네
<右夏午 우하오
위는 여름날의 낮이다.>
西日斜凄掛遠山 서일사처괘원산
서쪽으로 기우는 해 먼 산에 쓸쓸히 걸렸고
漁村落照得魚還 어촌락조득어환
어촌의 낙조 아래로 고기를 잡아 돌아오네
寂寂山門烟樹暗 적적산문연수암
적적한 산사의 숲은 안개 덮여 어두워지고
靑岑無語綠水潺 청잠무어녹수잔
푸른 산봉우리 말 없고 녹수 또한 잔잔하네
<右夏暮 우하모
위는 여름날의 저녁이다.>
得月樓臺先得明 득월누대선득명
달빛을 듬뿍 받은 누대가 먼저 밝아지고
風來淡淡一簾淸 풍래담담일렴청
맑은 바람이 발 사이로 시원하게 불어오네
憑欄讀罷唐人製 빙란독파당인제
난간에 기대서서 당인의 시를 모두 읊으니
牙頰生香李杜聲 아협생향이두성
입안 가득 향기로운 이두의 소리가 생기네
<右夏夜 우하야
위는 여름날의 밤이다.>
鴻雁聲中一陣風 홍안성중일진풍
기러기 울음 속에 한바탕 바람 일어나고
窓前淅瀝洒襟胸 창전석력쇄금흉
창문 앞의 바람 소리가 흉금을 씻어내네
浮生堪耐幾秋誤 부생감내기추오
뜬구름 인생 오랜 세월 과오를 견디면서
綠髮飜成白髮翁 녹발번성백발옹
검은 머리 뒤바뀌어 백발노인 되었구나
<右秋朝 우추조
위는 가을날의 아침이다.>
霜後衝霄角席豪 상후충소각석호
서리 내린 모난 바위 하늘 찌르듯 호기롭고
江皐葉脫一樓高 강고엽탈일루고
강 언덕 나뭇잎 지니 누각 하나만 높다랗네
東籬採採黃花晩 동리채채황화만
동쪽 울타리에서 늦게 핀 누런 국화를 따니
花是眞香採畵陶 화시진향채화도
이 꽃의 좋은 향기가 도연명을 사로잡았네
<右秋晝 우추주
위는 가을날의 낮이다.>
登臨竟夕足歡娛 등림경석족환오
저녁나절에 올라오니 즐기기에 충분하고
錦繡丹楓列畵圖 금수단풍열화도
비단 수 놓은 단풍이 그림처럼 펼쳐졌네
景物山間朝暮異 경물산간조모이
산 사이의 경물은 아침저녁으로 달라져도
蒼崖碧澗古今無 창애벽간고금무
푸른 언덕 푸른 시내는 고금이 따로 없네
<右秋暮 우추모
위는 가을날의 저녁이다.>
萬里雲空玉宇淸 만리운공옥우청
만 리 하늘에 뜬 구름이 너무 맑아서
先天影子照潭明 선천영자조담명
본래부터 그림자가 맑은 못에 비쳤네
溪山夜色擬如洗 계산야색의여세
산속 개울은 밤빛에 씻은 것 같아서
勝似濟天晝晦冥 승사제천주회명
낮에 어두운 하늘 건너기보다 낫구나
<右秋夜 우추야
위는 가을날의 밤이다.>
歲暮天寒木葉空 세모천한목엽공
세모의 차가운 하늘 나뭇잎 다 떨어지고
南山桂花獨依叢 남산계화독의총
남산의 계수나무 꽃은 몇 떨기가 남았네
人心安得勁如許 인심안득경여허
사람 마음 어찌하면 굳세게 할 수 있을까
雪虛風饕保烈衷 설허풍도보열충
공허한 눈바람이 속 마음을 매섭게 하네
<右冬朝 우동조
위는 겨울날의 아침이다.>
抵死人生底事營 저사인생저사영
한사코 인생의 온갖 일을 경영하려 하니
迫沙倚石瘁其形 박사의석췌기형
모래 밟고 돌에 기댄 모습이 초췌하구나
如何靜裡看書癖 여하정리간서벽
어찌 조용한 가운데 책만 읽는 버릇인가
閒對明窓午日迎 한대명창오일영
한가히 마주한 밝은 창에 해가 비치는데
<右冬晝 우동주
위는 겨울날의 낮이다.>
短景峭峭瞥眼西 단경초초별안서
짧은 햇살 가팔라서 언뜻 서로 눈 돌리니
雲簷踈索鳥還棲 운첨소색조환서
높은 처마 트인 곳에 새가 둥지 틀었구나
由來粱臠元非分 유래량련원비분
고량진미는 원래가 나의 분수가 아닌데도
爲向三冬澗欲迷 위향삼동간욕미
겨울 석 달 향하니 크게 혼미해지려 하네
<右冬暮 우동모
위는 겨울날의 저녁이다.>
對案偏依殘燭光 대안편의잔촉광
책상을 마주하고 남은 촛불에 의지하니
徐愁不關夜更長 서수불관야경장
긴 밤에 관계 없이 모든 수심 밀려오네
梅花暗動明春意 매화암동명춘의
매화가 몰래 피어나서 봄기운을 밝히니
懷玉團枝冒雪霜 회옥단지모설상
눈서리 견디고 둥근 가지 옥을 품었네
<右冬夜 우동야
위는 겨울날의 밤이다.>
※老先生四時吟(노선생사시음) : 노선생(老先生)은 퇴계(退溪) 이황(李滉)을 말하고, 사시음(四時吟)은 선생의 원시(原詩)인 산거사시각사음 공십륙절(山居四時各四吟 共十六絶)을 말한다. 원시(原詩)인 퇴계(退溪) 이황(李滉)의 산거사시각사음 공십륙절(山居四時各四吟 共十六絶)은
https://yjongha.tistory.com/271 에서 확인할 수 있다.
※盤銘(반명) : 은(殷) 나라 탕왕(湯王)의 목욕반(沐浴盤)에 새긴 글[湯之盤銘 ; 탕지반명]을 말하는데, 스스로를 경계함을 의미한다. 탕왕(湯王)은 목욕반에 ‘참으로 날로 새롭게 하고, 날마다 날로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한다.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이라고 새겨서 스스로를 경계하였다 한다.
※李杜(이두) : 당대(唐代)의 시인인 이백(李白)과 두보(杜甫)를 아울러 이르는 말.
※淅瀝(석력) : 비나 눈이 내리는 소리. 바람이 나무를 스치어 울리는 소리.
※東籬採採黃花晩(동리채채황화만) 花是眞香採畵陶(화시진향채화도) : 도잠(陶潛)의 시 음주(飮酒)에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를 따다가,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노라.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한 데서 인용하였다.
※玉宇(옥우) : 옥으로 장식한 궁전으로 천제(天帝)가 있는 곳, 즉 하늘을 가리킨다.
※抵死(저사) : 죽기를 작정(作定)하고 저항(抵抗)함. 저사위한(抵死爲限)의 준말.
※粱臠(양련) : 곡식과 저민 고기. 곧 좋은 음식을 의미한다.
*김노헌(金魯憲, 1852~1935) : 조선 말기와 일제 강점기의 유학자. 호는 송석(松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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