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端午帖 (단오첩) 外 - 洪錫謨 (홍석모)

-수헌- 2026. 6. 7. 15:14

端午帖   단오첩     洪錫謨   홍석모

天中午節履端初 천중오절이단초

오월의 단옷날과 정월 초하루에는

門帖延祥紫宸宮 문첩연상자신궁

자신궁의 대문에 연상시가 붙었네

彩縷裁花纏艾虎 채루재화전애호

색실로 꽃을 만들고 애호를 묶고

朱砂▣鬼印桃符 주사▣귀인도부

주사로 도부를 찍어 귀신을 쫓네

 

※天中午節履端初(천중오절이단초) : 천중(天中)은 음력 오월의 별칭이고, 오절(午節)은 단오절(端午節)을 말한다. 이단(履端)은 ‘처음을 밟는다.’는 뜻으로 정월 초하루의 이칭(異稱)이다. 하늘의 운행을 사람의 행보(行步)에 비긴 것인데 한 해의 책력(冊曆)이 정월 초하루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紫宸宮(자신궁) : 임금이 조정 백관과 외국 사신들을 접견하는 정전(正殿)의 이름이다. 또는 임금이 거처하는 궁궐을 말한다.

※延祥(연상) : 연상시(延祥詩). 정월 초하루에 복을 받기를 기원하는 구절이나 시를 지어, 관원들이 임금에게 올리는 시를 연상시(延祥詩)라고 한다. 입춘과 단오등 명절에도 지어 올렸다.

※艾虎(애호) : 단옷날 궁중에서 쑥호랑이[艾虎]와 화용(花俑;꽃 인형)을 하사하여 대신들이 장식으로 머리에 꽂았다 한다. 그 인형의 몸에 창포 잎을 양쪽에 붙여서 벽사(辟邪)와 장수(長壽)를 축원하였다.

※桃符(도부) : 복숭아나무로 만든 악귀(惡鬼)를 쫓는 부적의 일종. 복숭아나무를 깎아 만든 판자에, 신도(神荼) 울루(鬱壘)의 두 신상(神像)을 그려서 대문 곁에 걸어두면 악귀를 쫓는다고 한다.

 

端午扇   단오선      洪錫謨   홍석모

단오부채

函擎貼扇獻天門 함경첩선헌천문

함을 들어 대궐에다 부채를 바쳤는데

化被仁風拜賜恩 화피인풍배사은

은혜로 부채를 내리니 감사히 절하네

外角三臺多巧制 외각삼대다교제

외각선과 삼대선은 공교하게 만들었고

南藩年例問朝紳 남번연례문조신

남번은 연례대로 조신에게 선물하네

 

※仁風(인풍) : 어진 덕, 어진 인품. 동진(東晉) 때, 원굉(袁宏)이 지방 관리로 부임할 때 당대 최고의 시인인 사안(謝安)이 어진 정치를 하라는 뜻으로 부채를 선물했다. 이에 원굉이 ‘정말 인풍을 받들어 칭찬해야만 한다.’고 대답한 고사에서 부채란 뜻도 있다. 이때부터 부채에는 ‘어진 정치’라는 뜻도 담겼다.

※外角三臺(외각삼대) : 외각선(外角煽)과 삼대선(三臺煽). 각각 변죽의 바깥에 뿔을 사용하고, 변죽을 뿔대나무 등으로 3곳에 붙인 부채로 귀하고 비싼 부채를 의미한다.

※南藩(남번) : 남쪽 지방의 관찰사나 병사(兵使) 혹은 수사(水使)등의 관리. 이들이 지방에서 부채를 만들어 중앙의 관리들에게 상납했다.

※朝紳(조신) : 조정에서 조복에 큰 띠를 두른 관리, 즉 고급 관리를 말함.

<단옷날 임금이 신하들에게 고급 부채를 하사하는 풍습과 지방관이 조정 고관에게 부채를 상납하는 악습도 같이 풍자하고 있다.>

 

 

端午粧   단오장     洪錫謨   홍석모

端午兒粧似歲粧 단오아장사세장

단옷날에 아이들이 설빔처럼 단장하고

蘭湯洗面菖蒲簪 난탕세면창포잠

난탕에 세수하고 창포뿌리 비녀를 꽂네

靑紅盛飾何斑爛 청홍성식하반란

푸르고 붉게 꾸미니 어찌 알록달록한지

細葛無風自動香 세갈무풍자동향

바람 없어도 갈옷에 절로 향기가 나네

 

※端午粧(단오장) : 5월 5일 단오 풍습의 하나로, 남녀 어린이들이 창포 탕을 만들어 세수를 하고 홍색과 녹색의 새 옷을 입는다. 창포의 뿌리로 만든 비녀에 수(壽), 복(福)의 글자를 새기고, 끝에 붉은 연지를 발라 머리에 꽂아 재액을 물리치는데 이것을 단오장(端午粧)이라 한다.

※蘭湯(난탕) : 창포(菖蒲)와 비슷한 난초의 일종인 택란(澤蘭)을 삶은 물. 단오에 난탕(蘭湯)으로 머리를 감고 목욕하여 사악한 기운을 막는 풍습이 있다.

※斑爛(반란) : 여러 빛깔이 섞여서 아름다운 무늬를 이루어 빛을 냄.

 

*홍석모(洪錫謨, 1781~1857) : 조선 후기의 문인, 학자. 호는 도애(陶厓) 혹은 구화재(九華齋)이며 세시풍속서인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의 저자이다.